연간 0.1톤 이상 신규화학물질 등록기준, 연간 1톤 이상으로 조정
화학물질 규제, 위험도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비례형 규제로 전환
산업계 “전반적 투자 활성화될 것... 기업 글로벌 경쟁력 제고”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정부가 킬러규제 혁파에 나섰다. 화학물질, 반도체 분야 규제개선을 통해 2030년까지 누적 8조 8000억 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업계는 즉각 반색했다. 

   
▲ 환경부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환경부는 24일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산업단지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킬러규제 혁파 규제혁신 전략회의’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화학물질 관리 등 환경 킬러규제 혁파 방안’을 보고했다.

이번 환경 킬러규제 혁파 방안에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의 연내 개정을 통한 화학물질 규제 구조개혁 완성, 첨단산업 등에 대한 맞춤형(pin-point) 규제혁신 등이 담겼다. 

환경부는 ‘화평법’, ‘화관법’, ‘환경영향평가법’ 등 핵심법률 개정을 올해 하반기에 완료해 화학물질 규제와 환경영향평가 등 환경규제 구조개혁을 완성하는 동시에, 그간 미온적이었던 현장 관행을 개선해 규제혁신 성과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화학물질 규제를 개선해 기업의 화학물질 등록비용을 절감하는 등 2030년까지 3000억 원 이상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위험에 비례한 화학물질의 차등 관리로 규제 실효성을 높여 국민 안전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제 수준보다 엄격했던 신규화학물질 등록기준(연간 0.1톤 이상)을 유럽연합(EU) 등 화학물질 관리 선진국 수준(연간 1톤 이상)으로 조정한다. 이를 통해 반도체·전자 등 첨단업종을 중심으로 700여 개 기업이 등록비용 절감과 제품 조기 출시 등으로 2030년까지 총 200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또한 사고위험이 낮은 사업장에도 적용됐던 획일적인 화학물질 규제(330여 개 취급시설기준)는 위험도에 따라 규제를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위험비례형 규제로 전환된다. 이를 통해 취급량이 적은 중소기업은 취급시설기준, 정기검사 등의 규제를 면제받거나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그동안 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유해성 정보 없는 화학물질의 관리원칙을 마련해 국민 안전도 담보할 수 있도록 했다. 환경부는 이와 같은 화학물질 규제 구조개혁이 담긴 ‘화평법·화관법’ 개정을 연내 마무리할 예정이다.

추가로 시험자료 제출 생략 요건을 간소화해 기업의 화학물질 등록비용을 대폭 경감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화평법’에 따라 2030년까지 약 1만 6000개 기업이 기존 화학물질 등록을 마쳐야 하는데, 등록에 필요한 시험자료 제출을 생략받을 때에는 해외의 공개된 평가자료의 출처만 제출하면 정부가 자료를 직접 확인하도록 개선한다. 이를 통해 관련 기업들에서 2030년까지 100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업종 관련 환경규제를 신속히 개선키로 했다. 업계 추산 연간 1조 1000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되는 디스플레이 특화 시설기준을 마련하고,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에 대한 불소 배출기준도 합리화해 업계 추산으로 연간 최대 1250억 원의 운영비가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산업 폐수의 재이용을 확대하기 위해 기업 간 재이용을 허용하는 등 규제 개선도 이어간다. 

이외에도 탄소중립·순환경제 투자를 저해하는 규제를 집중 개선한다. 온실가스 배출권 이월제한 규정을 완화하고 배출권시장 참여 범위도 확대한다. 

또 폐배터리 보관기준을 개선하고 희귀하거나 유용한 금속 등 핵심자원의 국내 공급망 확보를 위해 폐기물 규제를 완화하는 순환자원 지정고시제를 시행한다. 폐의류에 대해서도 순환자원 인정 및 지정을 추진해 재판매 기반의 친환경 사업을 육성하고 산업 전반의 순환경제 이행을 가속화시킨다는 복안이다. 

환경부는 이번 규제개선 방안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포함, 새 정부 출범 이후 추진되는 환경규제 개선의 경제적 효과는 2030년까지 약 25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 한화진 환경부장관./사진=환경부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환경정책의 목표는 확고히 따르면서 현장 적용성을 높이는 환경규제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번 규제혁신전략회의를 계기로 규제혁신 동력을 강화해 민간투자를 비롯해 지역과 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규제혁신 체감성과를 만들어 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 장관은 “환경규제는 국민이 더 나은 환경을 누리도록 하는 정책 수단이고, 환경규제 이해 당사자는 대부분 기업들이다. 규제가 현장에서 잘 작동되지 않으면 더 나은 환경, 삶의 개선 등에서 목적 달성이 어렵다”며 “규제를 확실히 개선하기 위해 현장에서 실효성 있는 규제를 만들겠다. 환경규제혁신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산업계는 반색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이번 정부의 규제혁파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고 경제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무엇보다,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규제인 화학물질 규제, 환경영향평가 등 환경분야의 불합리한 규제가 개선돼 기업 경영상 애로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이날 “낡은 산단 규제가 30년 만에 대대적으로 개편되고, 화평·화관법 규제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개선되는 등, 우리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도 이번 킬러규제 혁파가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산업계 전반의 투자를 활성화하고, 기업 활력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