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최종현 선대회장 25주기…M&A 역사 관심
유공, 한국이동통신 인수로 지금의 SK 기틀 마련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회이고 우리는 기업이 아니라 통신사업 진출의 기회를 산 것이다. 기회를 돈만으로 따질 수 없다."

지난 1994년 한국이동통신 인수비용이 급증하자 이를 반대하는 임원들에게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가한 일침이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유공(현 SK에너지)과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하며 섬유회사였던 SK를 국내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기업가정신을 발휘한다.

   
▲ 1992년 고 최종현 SK 회장이 제2이동통신 사업권 획득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SK 제공


26일 최종현 선대회장의 25주기를 맞아 그의 인수합병(M&A) 전략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최종현 회장의 바통을 이어 받은 최태원 SK 회장 역시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내수 기업이었던 SK를 글로벌 반열에 올려놓는데 성공한다.

먼저 최종현 회장의 기업가정신 역사는 지난 1973년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이 작고한 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부터 선경그룹(SK의 전신)을 이끌었던 최종현 회장은 섬유회사에 불과했던 기업을 원유정제는 물론 석유화학, 필름, 원사, 섬유 등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선언하며 도약을 꿈꾼다. 그리고 그의 큰 그림에는 M&A가 함께했다.

특히 1980년 12월, 유공의 인수가 지금의 SK를 있게 한 전환점이 됐다. 당시 정부가 유공의 민영화를 선언했을 때만 해도 SK가 유공의 주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종현 회장은 치밀했다. 그는 10여 년 동안 공을 들여 온 산유국과의 인맥을 통해 유공 인수라는 성공을 거머쥔다. 

정부가 선경을 유공의 인수 기업으로 선정하기 전 최종현 회장은 '미국의 회사 걸프가 1980년 유공에서 빠진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인수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M&A 공고가 나왔을 땐 이미 최종현 회장이 알 사우디 은행과의 1억 달러에 대한 장기 차관 교섭을 끝낸 상태였다. 당시에는 정부가 차관을 얻으려고 해도 정국 불안으로 인한 리스크 때문에 차관을 주겠다는 나라가 없던 때였다.

   
▲ 1991년 고 최종현 SK 회장이 울산콤플렉스 준공식에 방문해 설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SK 제공


그런 시기에 최종현 회장이 차관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은행의 대부분의 주주가 오랜 신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동전쟁이 터져 우리나라에 석유 공급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자 정부 관계자들이 소집한 회의에서 가장 먼저 최종현이라는 이름 석 자가 나왔을 정도다.

유공을 인수하며 자신감을 얻은 최종현 회장은 종합 에너지 종합 화학기업으로의 기업 변신을 단행했다. 

무엇보다 정보통신산업이 생소하던 시절, 해당 사업에 진출한 최종현 회장의 선견지명은 적중했다.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의 경영권을 획득한 SK는 종합정보통신 사업의 기반을 확고히 할 수 있게 됐다. 1996년 세계최초로 CDMA방식의 디지털 이동전화 상용화에 성공함으로써 SK는 세계정보통신산업의 새 장을 열게 됐다.

최종현 회장은 당시 삼성과 현대가 전자와 자동차 사업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그것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미국에서 '이동통신 바람'이 불고있다는 보고를 접했고, 여러 학자들을 만나 이동통신 사업의 전망에 대해 물으며 오늘 날의 SK텔레콤 기틀을 다진다.

   
▲ 최태원 SK 회장이 2018년 8월 14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사옥 로비에서 개막한 최종현 SK 회장 20주기 사진전에서 키오스크(무인단말기)를 통해 SK가 지원하는 사회적기업에 기부를 하고 있다. /사진=SK 제공


M&A 전 치열한 고민과 과정을 알지 못하는 이들은 SK의 성장이 '운' 때문이라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종현 회장은 이 같은 평가에 대해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 유공 인수, 정보통신 산업 진출 등 남들은 운이 좋았다고 하는데 절대 운만으로는 큰 사업을 할 수 없다"며 "SK는 이를 위해 10년 이상 준비해왔다"고 덤덤하게 말한다.

최종현 선대회장이 남긴 경영 DNA는 장남 최태원 회장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011년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사업영역을 반도체, 바이오로 확장시키며 SK를 글로벌 반열로 올려놓는데 성공한다.

최태원 회장은 "SK가 이만큼 성장한 것 자체가 선대회장이 훌륭한 경영인이셨다는 점을 증명한다"며 최종현 선대회장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그는 "선대회장께서 당신 사후에도 SK가 잘 커나갈 수 있도록 뿌리내려주신 덕분에 가능했다"며 "우리가 함께 이를 증명해낸 점이 기쁘다"고 강조한다.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업가 정신과 그의 DNA를 물려 받은 최태원 회장의 활약은 앞으로 SK가 써내려갈 역사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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