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취임 일성 '딥체인지'…말 아닌 실천으로 거대기업 키워내
사업군 꾸준히 늘려 성공 연속…사업 미래 내다보는 '직관력' 탁월
[미디어펜=조성준 기자]'혁신DNA'를 회사에 주입하며 오늘날 SK 신화를 이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다음달 1일 취임 25주년을 맞는다.

최종현 선대회장이 1998년 8월 타계하면서 38세라는 젊은 나이에 SK그룹 회장이 된 그는 25년 이라는 시간 동안 동분서주하며 오늘날 글로벌 SK를 만든 장본인이다.

최 회장은 당시 취임 일성으로 "근본적 변화(Deep Change)를 할 것이냐, 자연사(Slow Death)할 것이냐"라는 화두를 던지며 그룹의 체질 개선을 위한 혁신과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SK는 반도체·IT통신·배터리·바이오 등 미래 핵심 산업군을 모두 갖춘 집단으로, 자산과 매출 규모 등에서 재계 2위에 올라 있다.


◇ 최 회장 손 닿자 SK 10배 성장…재계 2위 우뚝

28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SK그룹을 맡은 25년 동안 SK를 10배 성장시켰다.

최 회장이 취임한 1998년 SK그룹 자산 총액은 약 32조8000억 원이었는데, 25년이 흐른 올해 5월에는 약 327조3000억 원을 기록하며 회사를 키웠다. 그 사이 매출은 32조4000억 원에서 지난해 224조2000억 원으로 6배, 영업이익은 2조 원에서 18조8000억 원으로 9배나 커졌다.

이에 90년대 재계 5위이던 순위도 지난해 5월 부터 현대를 제치고 삼성에 이은 2위로 올라섰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다음달 1일 취임 25주년을 맞는다./=사진=SK그룹 제공


SK가 재계 2위로 올라선 현상은 우리나라 기업 역사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최 회장은 1998년 취임해 곧바로 IMF 외환위기라는 격동의 시기를 거친다.

국내 그룹 순위 최상단은 IMF 이전에 오랜 시간 고착된 1위 현대, 2위 삼성, 3위 대우(해체), 4위 LG라는 구조가 형성돼 있었고, SK는 이들 기업들과 다소 격차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최 회장은 40살도 안된 젊은 나이에 기업 총수에 오르면서 IMF와 그 후 있었던 수많은 글로벌 경제 변동 속에서 기업을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 크게 키운 것이다. 

대우가 해체된 것 외에는 경쟁 기업들 모두 과거에 비해 큰 폭의 성장을 이루고 글로벌 기업이 되는 과정에서도 SK는 유독 빠른 성장을 한 셈이다. 

재계 순위 수직 상승은 수많은 계열사를 둔 그룹형 기업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계열사들 대부분이 지속성장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SK는 최 회장 재임 후 고도성장을 거듭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SK 수출액은 83조4000억 원으로, 한국 전체 수출의 약 10% 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해외 자금을 국내로 벌어오는 한국 경제의 효자 기업인 셈이다.


◇ 특유의 '직관력'으로 미래 핵심사업 진용 구축

최 회장은 SK에 혁신을 가하며 미래 산업 중심 첨단 기업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오늘날 SK가 있게 된 토양인 과거 대한석유공사(유공·現 SK에너지) 경영 당시 형성된 SK의 정유·석유화학 이미지는 이후 통신, 배터리, 반도체, 바이오 산업으로의 외연확장과 성공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최 회장은 전통적 강점인 에너지·ICT에 이어 소위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로 불리는 미래 신성장 분야도 확고하게 구축하는 전략을 구사해 SK의 혁신 DNA를 심었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아니었다면 SK가 오늘날 이만큼의 미래 핵심 산업군을 모두 아우르는 그룹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최 회장의 미래를 보는 직관력은 내로라하는 기업인들 중에서도 따라올 인물이 없다고 정평이 나 있다.

   
▲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2018년 8월 14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사옥 로비에서 개막한 최종현 SK 회장 20주기 사진전에서 키오스크(무인단말기)를 통해 SK가 지원하는 사회적기업에 기부를 하고 있다./사진=SK 제공

최 회장의 직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SK하이닉스 인수건이다. 

2009년 채권단에 의해 공동관리되고 있던 하이닉스는 매물로 나와도 기업들이 인수를 꺼리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2년 뒤인 2011년 SK가 전격 인수했고, 그 결단은 최 회장이 주도했다.

당시 SK 내부에서도 하이닉스 인수가 그룹 전체의 앞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인수 반대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 매각금이 무려 3조 원에 달했고 인수 후에도 정상화를 위해 매년 수조원에 달하는 추가 투자가 불가피해 SK그룹의 '돈 먹는 하마' 취급을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최 회장은 오늘이 아닌 내일에 초점을 두고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반도체 가능성에 베팅했다.

최 회장은 정유·석유화학과 통신업 외에 주력 사업군이 없던 SK가 신사업을 펼쳐야만 그룹 전체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 회장 작품인 SK하이닉스는 인수 5년 만에 6배 이상 영업이익이 늘었고, 현재도 순항 중이다.

이밖에 잘 나가던 에너지·석유화학 분야에서 정체되지 않고 전기차용 배터리·바이오로 외연을 확장한 도전도 최 회장의 딥 체인지에서 비롯됐다.

SK는 배터리 생산부터 소재 생산, 재활용까지 밸류체인을 구축했으며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가장 기민하게 대응한 기업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또한 바이오 분야에서도 신약 개발 도전 및 수출 등 기존 제약분야의 틀을 넘어선 도전으로 한국 바이오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한편 최 회장은 평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인으로 유명하다. 

그의 기업 철학은 SK그룹에 이식돼 지난 2020년 주요 8개 계열사가 국내 기업 최초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약속)에 가입했고,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한 SK수펙스 추구협의회를 통해 투명경영에 앞장서고 있으며, 지속적인 사회 공헌 활동, 기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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