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활동기간 만큼 재계 애정 커…부산엑스포 유치 선봉장
특유의 소통력, SK와 재계 모두에 긍정 분위기 불어넣어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내달 1일 취임 25주년을 맞는 가운데 재계에서 꾸준히 보여준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최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자 부산엑스포 공동유치위원장으로서 한국 경제에 이바지하는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스스로 '세 개의 모자(SK그룹 회장, 대한상의 회장, 부산 엑스포 유치위원장)'를 쓰고 있다고 말할 만큼 최 회장은 재계 활동에 애정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재계 활동은 일반적인 경제단체장의 활동 수준을 크게 뛰어넘는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경영에 도움이 되는 수준의 제한적인 활동이 아닌, 진정으로 재계에 도움이 되는 길을 찾기 위해 열정을 쏟고 있다.


◇ 재계 막내 '디카 회장', 모자 3개 쓴 맏형으로 

최 회장은 1998년 SK그룹 회장에 취임했을 당시 38세로 재계 주요 그룹 총수 중 가장 젊었다. 당시 주요 총수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이다.

최 회장은 당시 연장자인 타 그룹 총수들 사이에서 굳은 일을 도맡아하며 두루 관계가 좋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참석 당시 디지털카메라를 직접 들고 다니며 기업인들을 촬영하는 모습이 이색적이어서 언론에서 '디카 회장'이라는 별칭도 나오곤 했다.

최 회장은 어느덧 재계 맡형 입장이 됐다. 오랜 기간 재계 활동을 해오면서 주요 그룹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특유의 소탈한 성격으로 대인관계에도 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달 12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개최한 ‘제46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대한상의 제공


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기업인들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소통플랫폼 개설, 아이디어 공모전 ‘국가발전 프로젝트’ 추진, ‘대한민국 아이디어 리그’ 출연, ‘신기업가정신’ 선포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직접 내 교류와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

최 회장의 재계 공헌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이다.

부산엑스포 유치위원장을 맡은 이유도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보여준 리더십과 소통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 회장은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국내외를 가릴 것 없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지난 6월에는 테니스를 치다 다리를 다치고도 기브스를 하고 목발을 짚은 채 민간경제대표단 자격으로 프랑스 파리 유치전에 참석했다.

당시 다리가 불편한 데도 자신있게 부산엑스포 유치를 호소하는 최 회장의 모습은 현지에서도 화재가 됐고, 곧 다가올 투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달 6월에도 한일관계 해빙기를 맞아 12년만에 열린 한일 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 참석해 상호 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하고, 부산엑스포 유치에 일본의 협력을 당부했다.


◇ 격의없는 소통…많은 사람들 지지 받는 이유

SK와 대한상의 두 곳에서 모두 소통이라는 키워드로 대변되는 최 회장은 소탈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유명하다.

MZ세대인 젊은 직원들과 보여주기 식이 아닌 소통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인스타그램 등 SNS를 열어 일반인들과의 접촉도 수시로 하고 있다.

최 회장의 소통 방식은 SK의 조직문화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SK는 다른 기업에 비해 수평적인 문화로, 많은 취업예정자들이 선호하는 기업으로 손에 꼽힌다.

최 회장은 신입사원과의 대화, 행복토크 등에서 일과 인생 등 주제를 넘나드는 소통을 펼쳐오면서 직원들로 하여금 조직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과 소속감을 고취시킨다. 행사 진행 방식도 강의와 같은 일방소통이 아닌 대화형 질의응답이 대부분이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27일 미국 워싱턴 D.C.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열린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준공식에 참석, 한미동맹의 상징인 고 윌리엄 웨버 대령의 부인 고 애널리 웨버 여사를 만나 추모의 뜻을 전하고 있다./사진=SK 제공


지난 3월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CLX)에서 진행한 행복토크에서는 MZ세대 직원들이 최 회장에게 두 가지 선택지 중 한 가지를 고르는 밸런스게임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금 얼굴로 100세까지 살기 vs 배우 정우성 얼굴로 5년만 살기’ 등의 질문이 나올 정도로 격의없는 소통 현장이었다는 후문이다.

지난 2020년 최 회장이 사내방송에서 라면 먹방을 진행했을 때에도 직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유튜브를 통해서는 장기근속 직원들에게 수원식 육개장을 끓여 대접하는 등 직원들과의 활발한 소통에 나서왔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의 ‘신기업가정신’을 선포하는 현장에서도 최 회장은 ‘꼰대력 테스트’를 언급하며 기업인들이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꼰대가 되기보다는 변해야 한다는 것인데, 평소 MZ세대와 소통하고 직원들의 불만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최 회장의 마음가짐이 반영돼 있는 셈이다.

최 회장은 임직원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해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최 회장은 일상 모습을 게재하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어린이날이던 지난달엔 보육원에 가서 회오리감자를 나눠주는 모습을 올리기도 했으며, 미술 전시회를 다니는 일상도 인스타그램에 게재하고 있다.

최 회장이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건 홍보팀과는 무관하다.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젊은 층과의 소통을 위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에서 직원들과 격의없는 소통을 하는 만큼 재계 활동에서도 이 같은 모습이 눈에 띈다.

최 회장은 지난 5월 엑스포 서포터즈 40여 명과 함께 종로구 서촌 일대를 돌며 게릴라 홍보행사를 가졌다.

잠시 얼굴을 비추는 정도가 아닌 오랜 시간 직접 서포터즈와 서울 거리를 활보하며 시민들과 상인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부산엑스포 유치활동을 펼쳤다.

최 회장은 특히 외국인들에게 직접 부산엑스포를 알리는 데 적극적이었다는 전언이다.

최 회장은 당시 서포터즈에게 "부산엑스포를 왜 하는지, 왜 필요한지를 모르는 분이 꽤 많다. 글로벌 서포터들이 나서면 더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격려했다.

최 회장의 재계에 대한 애정과 소통을 중심에 둔 활동력은 재계에 큰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재계 이슈에 항상 일선으로 나서며 솔선수범하고 있다"며 "대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리더십은 여러 기업인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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