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수소·전기차 정부보조금 100만 원 축소…지자체 보조금 축소 유력
전기차 인기 주춤해 저가 전기차 출시 예정…보조금 축소, 시장에 영향 불가피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정부가 내년부터 수소·전기차 보조금을 대당 100만 원 가량 축소하는 대신 지원 차량 범위를 넓히기로 하면서, 일각에선 전기차 시장 확대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내년 무공해차(수소·전기차) 보급 사업 예산으로 2조3988억 원을 편성했다. 올해보다 1664억 원 줄어든 규모로, 보조금이 전반적으로 축소됐다.

전기차 기본 국고 보조금도 전기승용차는 현행 대당 500만 원에서 100만 원 줄어든 4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전기화물차 역시 기존 대당 보조금 1200만 원에서 1100만 원으로 100만 원 줄었다.

   
▲ 전기차 충전 모습./사진=KG모빌리티 제공


다만 보조금 지원 차량 범위는 확대됐다. 내년도 승합·화물을 포함한 전기차량 보조금 전체 댓수는 29만5000대로 올해 26만8200대보다 증가했다. 수소버스도 올해 700대에서 내년 1720대 보급을 목표로 예산을 책정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보조금 지원 차량 댓수를 늘리고 보조금을 소폭 줄여 전기차에 관심이 많은 국민의 선택권을 넓힌 취지"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보조금은 국고 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으로 분류된다. 지자체 보조금은 내년 초 발표될 예정이지만 정부 보조금 영향을 받기때문에 이 또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보조금이 줄어들면서 전기차 가격경쟁력도 낮아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완성차 업체들이 고가인 전기차 가격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기차 인기는 주춤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폭풍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과 상이한 추세로 가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기차 국내 판매 대수는 7만8977대로, 전년 대비 16%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전년 대비 70%, 2021년 상반기 81% 성장한 것과 대조된다.

특히 올해 월별 판매량에서 1월·5월·7월에는 전년보다 판매량이 낮았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지난 2021년 115.5%까지 치솟았던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61.2%, 올해는 50% 수준까지 떨어졌다.

전기차 판매량 증가가 주춤한 대신 하이브리드(HEV·PHEV) 차량의 판매는 급증해 2021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하이브리드차 판매 비중이 내연기관차의 19%에 그쳤으나 올 상반기에는 43%까지 증가했다.

전기차의 비싼 차량 가격, 충전 인프라 부족, 충전 소요 시간, 화재 위험, 수리비 문제 등 불편함이 부각되면서 판매 인기가 뚝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 대신 절충안인 하이브리드 차량이 부상한 셈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전기차를 살 사람은 다 샀다'는 반응도 심심찮게 나온다.

따라서 정부 안대로 보조금이 내년부터 줄어든다면 전기차 생태계 확장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로 소비자들은 비싼 차량 가격을 거론한다. 이에 정부 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은 소비자로 하여금 수백만 원을 아낄 수 있게 해 구매 유인으로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내년에 2000만~5000만 원대 저가형 전기차가 대거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전기차 업계는 배터리 가격을 낮춰 저가형 전기차를 양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전기차 가격의 약 40% 이상이 배터리 가격이어서 배터리 가격 절감이 전기차 가격 경쟁력의 핵심이다.

최근 테슬라가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을 크게 낮춘 '모델Y'를 출시하는 등 전기차 가격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

보조금이 줄어든다고 이를 고스란히 수용할 소비자는 많지 않기 때문에 결국 완성차 업체가 차량 가격을 낮추는 방향으로 시장이 흐르지 않겠냐는 추측이다.

실제로 기아는 레이EV를 2000만 원대에 출시했고, 현대자동차는 내년에 캐스퍼EV를 2000만 원대에 내놓을 예정이다.

국내 전기차 업계도 배터리 가격을 낮춰 완성 전기차 가격을 낮추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보조금 축소는 여러 의미로 전기차 생산 업체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보조금 자체는 100만 원만 줄어들지만 지자체 보조금도 함께 줄어들면 전기차 시장 확대에 안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전기차 생태계 확대를 위해 정부와 완성차 업계가 모두 고민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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