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성동규 기자]경찰이 수사할 만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고소·고발장을 '각하'로 종결하는 사건이 늘어날 전망이다. 경찰의 고소·고발 반려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법무부 방침에 따라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건들을 적절히 처리하기 위해서다. 

5일 경찰에 따르면 국가경찰위원회(경찰위)는 지난달 21일 이같은 내용의 경찰수사규칙(행안부령)과 범죄수사규칙(경찰청 훈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경찰위는 범죄수사규칙의 고소·고발 반려 사유를 삭제하고 경찰수사규칙의 각하 사유를 추가하기로 했다.

현재는 ▲무혐의가 명백해 더 이상 수사가 무의한 경우 ▲동일한 사건에 대해 검찰의 불기소나 경찰의 불송치가 이미 있었던 경우 ▲고소·고발인이 출석요구 등에 응하지 않은 경우 ▲고발의 진위가 불분명한 경우 고소·고발을 각하할 수 있다.

또한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고소 권한이 없는 사람이 고소한 경우 ▲반의사불벌죄에서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철회한 경우는 반려해왔다. 이 같은 사건들을 앞으로는 반려하지 않고 각하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위는 고소·고발의 기본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건을 진정으로 전환하는 사유도 확대하기로 했다. 진정은 곧바로 입건하지 않고 우선 사실관계를 파악해 입건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다.

고소·고발의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구체적인 사실이 없는 경우, 피고소·고발인에 대한 처벌 의사가 없는 경우다. 경찰위는 여기에 더해 내용이 사실인지 명확하지 않거나 같은 내용의 고소·고발이 있는 경우도 진정 사건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고소·고발 반려가 각하로 편입돼 반려제도 폐지를 무력화하는 시도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반려는 애초에 사건을 접수하지 않고 돌려보내는 절차지만 각하는 일단 공식적으로 사건을 접수해 형사소송법상 '불송치 결정'으로 처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검찰은 경찰에서 각하된 사건 기록을 검토해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경찰위는 또 수사를 시작한 뒤 수사 진행 상황을 처음 통보하는 기한을 기존 1개월에서 3개월로 연장하기로 했다. 늘어난 사건만큼 수사 속도에도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일선 의견을 수용한 조치다. 다만 첫 통보 이후에는 기존처럼 매달 수사 진행 상황을 통보하기로 했다.

이 같은 규칙 개정은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수사준칙) 개정안이 시행되는 11월 1일에 맞춰 이뤄질 예정이다.

이달 11일까지 입법예고 중인 법무부 수사준칙 개정안은 검찰의 보완수사 참여와 송치 요구 권한을 강화했다. 경찰의 고소·고발 반려 제도를 폐지해 수사기관의 고소·고발장 접수를 의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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