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대표 무기한 단식에 정부여당 '만류' 대신 이례적 조롱
출구 없는 단식에 여 "땡깡 단식" 지적했지만…동정 여론은 부담
정치 단절에 민심 호소하는 야, 실리 취하는 여 '체포동의안' 촉각
[미디어펜=최인혁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무기한 단식으로 여야 정치 단절이 극에 치닫고 있다. 이들은 예고된 체포동의안 정국에 앞서 최후의 수 싸움을 펼치고 있지만, 정치에 대한 피로감을 불러와 실질적 이득을 취하기란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  

통상 정치권에서는 야당 대표가 무기한 단식에 돌입할 경우 정부여당이 만류하는 것은 관례로 여겨졌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례적으로 만류보다 냉혹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정부여당의 단식 농성장 방문을 촉구했음에도 날선 반응만을 나타내는 중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단식 12일차에 돌입한 이 대표를 향해 “조사를 받고 돌아온 이재명 대표는 국민 보란 듯 자리에 누웠고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이 상황을 정치검찰의 정치 수사, 정치 사냥이라고 규정했다”면서 “이쯤 되면 불체포특권 포기 번복을 위한 명분 쌓기”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 단식 5일차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 4일 국회 본청 앞 단식투쟁 천막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김병민 최고위원도 “국민을 위해 자신의 건강마저 내려놓는 마지막 정치적 수단으로 여겨왔던 단식마저도 본인 사법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방탄으로 이용할 거라 대체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나”라며 “건강 악화를 핑계 삼아 검찰 수사를 끝끝내 회피하는 모습을 보니 ‘여의도 반칙왕’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단식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른바 ‘회 먹방’ 조롱은 물론, 태영호 의원이 농성장을 찾아 소란을 피우는 등 정치 단절의 면모를 여과 없이 보였다.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잃어버린채 극으로 치닫는 것에는 민주당의 책임도 거론된다. 이 대표의 단식이 사실상 명분이 부족하고 출구가 없는 단식이라는 평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으로 정기국회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될 위기에 처하자 이를 지연시키고 반전 여론을 도모할 수단으로 ‘단식’밖에 선택할 수 없었다는 해석이다.

따라서 정부여당은 이 대표 단식을 만류하며 ‘방탄 쇼’에 동조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정부여당이 단식에 동조할 경우 동정여론이 더욱 거세져 여론전에서 자칫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 정치 단절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파악된다.

극으로 치닫는 여야 대립은 9월 정기국회에서 체포 동의안 청구 여부에 따라 정치권에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경우 이 대표 단식의 정당성을 지적하고, 체포 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민주당의 분열을 유도하는 실리를 취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야당은 이 대표 건강을 명분으로 체포 동의안에 대해 냉혹하고 무도한 ‘정치탄압’이라는 프레임을 제기하고, 민심에 호소하는 전략으로 ‘역풍’을 유도할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여야의 전략이 정치 단절 상황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이미 핵심 지지층의 결집 효과가 정당 지지율에서 나타나고 있고, 정치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누적된 탓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단식 이후 정치 단절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국민의힘의 냉소적 반응은 정치적 손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역풍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라며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민주당의 민심 호소 전략에도 “이미 민주당은 반사적 이익을 많이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단식을 통해) 비명계가 노골적으로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울 수 없는 상황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역풍을 이끌어내기보다 내부 결집 효과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