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감산 유지, 고유가 지속…정유사 3분기 호실적 기대
고유가, 원자재값·물가 상승 요인…하반기 경제 부담 요인
정유사는 어닝서프라이즈 기대...산업계는 악영향 우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국제유가 고공행진이 지속되면서 한국경제와 산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하반기 실적 반등을 노리는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국제유가 상승이 정유업계 실적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만 경제 전체로 보면 물가를 자극하는 등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 고유가 지속…경제 하방 압력 가중

고유가 현상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고유가로 수입물가가 올라 무역수지가 악화될 수 있고, 연쇄작용으로 물가 또한 오를 수 있다. 또한 산업계에도 원자재값 인상으로 운영에 있어서 비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5월부터 7월까지 석달 연속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수입액 하락에 따른 효과였다. 지난 6월까지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75달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모습./사진=김상문 기자


6~7월 2%대로 낮아졌던 소비자물가도 국제유가가 오름세 전환하자 8월에는 3.4%로 치솟았다. 중국 경제 부진 여파 등 우리나라 경제 부진 요인이 존재하는 와중에 국제유가까지 100달러를 돌파하면 스테그플레이션(경제불황 속 물가상승) 우려도 현실이 될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90달러 수준으로 오르면 무역수지, 소비심리, 물가에 영향을 줄 것이나 지금은 경계선 수준에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이달초 '경제동향'을 통해 "유가 상승으로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면서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확대되면서 경기부진이 완화되는 흐름을 일부 제약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봤다.

재계 관계자는 "유가 급등으로 고물가 현상이 장기화되면 민간소비 위축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악재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고유가에 따른 원자재 가격 불안이 발생하기 전에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고유가 지속…정유사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 기대 

국내 정유사들이 유가 고공행진 속에 하반기 실적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10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7.29달러에 거래됐다.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선을 오가며 치솟고 있다. 국제유가가 90달러대를 찍은 것은 10개월 만으로, 일각에서는 연내 100달러 돌파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주요국들이 원유 생산 감축 연장 계획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내년엔 브렌트유가 배럴당 107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국제유가 고공행진의 주 요인은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감산 정책 강화에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10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러시아도 이달부터 연말까지 하루 30만 배럴 감산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두 국가의 감산 기조가 지속되면서 중국의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에도 유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지속, 미국과 이란 관계회복 등은 국제유가 단기조정 요인이나 하락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석유제품 시장의 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높은 정제마진 수준이 하반기 내내 지속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정유사들은 3분기 호실적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영업이익이 6422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분기 1068억 원 영업손실을 냈던 것과 대조되는 분위기다. 에쓰오일 영업이익도 364억 원에서 4463억 원으로 대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밖에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도 큰 폭으로 실적 개선이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3분기에 예상대로 호실적이 나온다면 하반기 전체 실적도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고유가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하반기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 국제유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물가 상승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재래시장 모습./사진=김상문 기자


◇ ‘유가 상승’ 기업 하반기 실적 반등엔 악재 우려

최근 우리나라는 월별 무역수지 기준 6월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수출이 늘어나기보다 수입이 줄어든 ‘불황형 흑자’로 수출 실적은 11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 분야를 중심으로 수출이 개선되고 있지만,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 특성상 빠른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유가가 현 추세대로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수입액이 늘면서 우리나라의 무역수지가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한국전력의 경우 국제유가가 치솟으면 다시 전기요금 판매가 역마진 구조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에서 최소한으로 억제하고 있는 전기요금 인상 요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서민 체감 물가 상승은 물론, 기업들도 전기요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하반기 실적 개선을 노리는 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또 최근 코로나19 이후 여행 수요가 되살아난 가운데 3년간 침체를 벗어나 실적 회복에 나선 항공업계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 매출원가는 원유 가격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항공 티켓 가격이 인상되면 코로나 이전으로 회귀하던 여행객 수요 증가도 둔화될 수 있다. 

이밖에 고유가가 지속되면 조선‧해운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조선업계는 최근 장기간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전환하는 등 실적 반등을 이끌고 있지만, 고유가 지속시 선주들이 발주를 미루는 등 악영향이 예상된다. 해운업계 역시 고유가가 되면 실적이 악화되기 때문에 하반기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한국 산업계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최근 국내 유가는 국제 유가 흐름에 따라 9주째 상승세를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자발적인 원유 생산량 감산 조치를 추가로 3개월 연장하면서, 국제 유가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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