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인도 핵폭탄의 아버지', '미사일 맨'이라 불린 A.P.J 압둘 칼람 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향년 83세로 세상을 떠났다.
칼람 전 대통령은 이날 메갈라야 주 주도 실롱에 있는 IIM 대학에서 강연하다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고 인도 NDTV 등을 인용해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칼람 전 대통령은 국방과 우주산업 분야에서 수십 년간 활동한 과학자로 1982년 인도 국방연구개발기구(DRDO) 소장에 올랐고, 1989년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아그니 미사일을 개발했다.
특히 1998년에는 라자스탄 주의 사막에서 실시된 2차 핵실험을 성공으로 이끌어 파키스탄과 핵폭탄 개발 경쟁을 하던 인도의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했다.
그는 이후 현재 집권당이기도 한 인도국민당(BJP) 대통령 후보로 지명돼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상·하원 및 주 의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89.58% 지지로 11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인도에서 대통령은 실질적 권한이 많지 않지만, 그는 5년의 재임기간 서민과 청년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남부 타밀나두 주 라메스와람 섬의 가난한 이슬람 어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 신문을 팔다 대통령까지 된 입지전적 인물로 알려졌다. 이슬람교도로서는 사상 3번째 대통령이었다.
그는 청렴한 금욕주의자로 이슬람 규율을 철저히 준수하며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그는 젊은 시절 결혼식 당일 자신의 결혼식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일에 빠져 있었고, 나중에 양가 어른들에게 사과편지를 보내면서 독신으로 살기로 결심했다는 일화가 알려지기도 했다.
그는 "과학서적을 읽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50년간 영화 한 편을 보지 못했다"고 토로한 적도 있었다.
그는 대통령에 재직 중이던 2006년 74세의 나이로 수호이 전투기에 탑승, 비행에 성공해 인도에서 수호이 전투기를 탄 첫번째 대통령이자 최고령 인사로 기록되기도 했다.
그는 또 시집 등 여러 권의 저작을 냈으며 남인도 전통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등 다방면의 재능을 보여줬다.
그는 2006년 한국을 방문해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으며 이듬해에는 당시 한나라당 대선 주자로 인도를 방문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도 회담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그의 사망 소식에 "위대한 과학자이자 멋진 대통령이며 감동적인 인물을 잃어 인도가 슬퍼한다"며 "그는 학생들을 사랑했고 마지막 순간도 학생들과 보냈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애도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