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부동산업체들 새먹리 찾아 전기차 제조 뛰어든 탓
[미디어펜=성동규 기자]중국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면서 다른 분야의 시장까지 파장이 미치고 있다. 대형 부동산업체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신에너지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 산업에 앞다퉈 뛰어들었으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난관에 봉착한 탓이다.

   
▲ 바오넝자동차./사진=바오넝자동차 홈페이지 캡처


16일 중국 신경보에 따르면 장쑤성 쿤산시 인민법원은 지난 8일 '바오넝자동차'의 자회사인 '쿤산 쥐촹 신에너지 과학기술유한회사'의 파산을 결정했다.

지난달 30일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징둥의 경매 웹사이트에는 쿤산 쥐촹의 토지 3건(총 32만3669㎡)과 무허가 건축물, 기계 설비 등을 6억1100만 위안(약 1116억 원) 상당에 넘긴다는 항목이 올라오기도 했다. 

대형 부동산업체인 바오넝그룹은 2017년 바오넝자동차를 설립, 자동차 업계에 진출했다. 그 이후 체리자동차 계열사인 코로스(Qoros)자동차를 사들이고 창안-푸조시트로엥의 광둥성 선전 공장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갔다. 

바오넝그룹은 지난해까지 새 자동차 모델 26종을 출시한다는 계획이었다. 바오넝 인수 후 코로스자동차 매출이 2018년 3.2배 넘게 급증하면서 성과를 냈다. 그러나 2019년부터 코로스의 판매량이 꺾이기 시작했고 올해 들어선 거의 가동을 멈춘 상태다.

바오넝자동차는 'BAO'나 '유바오리' 등 신차를 출시했으나 지금까지도 양산은 못 하고 있다. 올해 4월 바오넝자동차가 발표한 문건에는 모기업인 바오넝그룹의 유동성 문제로 임금이 체불된 상황이라는 상세한 설명이 들어갔다.

계열사인 바오넝자동차판매회사는 2021년 6월 부실 상태에 빠졌고 올해 4월 기준 임차료와 대출금·보증금·사회보험료가 밀린 데다 총 1억3000만 위안(약 238억 원)의 임금까지 체불된 상황이었다. 전국에 남은 직영점은 7곳뿐이었다.

지난해 바오넝그룹의 야오전화 회장은 당시까지 자동차사에 투자한 돈이 총 530억 위안(약 9조6000억 원)에 이르렀지만 제품 출시나 기술 개발 등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자산관리업체 IPG의 바이원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바오넝자동차의 상황이 안 좋아진 이유로 핵심 기술의 결핍과 브랜드 영향력 부족, 자금난, 시장 변화에 대한 적응 실패, 내부 관리 문제를 꼽았다.

자동차 업계에 들어갔다가 수렁에 빠진 업체 중에는 최근 중국 부동산 위기설의 한 축을 담당하는 헝다(恒大·에버그란데)도 있다.

헝다자동차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68억7300만 위안(약 1조2500억 원)의 순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자동차 부문의 영업손실만 20억9600만 위안(약 3800억 원)에 이르렀다.

자금난 속에 헝다자동차는 전략적 투자자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NWTN을 유치해 5억 달러(약 6600억 원)의 투자를 약속받았고 첫 투자금도 수령했다.

헝다자동차는 헝츠5와 헝츠6, 헝츠7 등 모델을 잇달아 양산 중이라고 했지만 난관을 정말 넘긴 것인지 단언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게 신경보의 설명이다. 

이 밖에도 거금을 들여 인수한 WM자동차가 위기에 빠져 있는 야쥐러(애자일)부터 화샤싱푸(華夏幸福), 푸리그룹 등 다수의 대형 부동산업체가 자동차 업계에서 고배를 마시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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