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상반기 부채비율 1741%…유가상승 우려에 재무구조 개선 절실
EU·미국·일본 승인 남아…대한항공 "늦어도 10월 말까지 시정조치안 제출"
[미디어펜=김연지 기자]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심사 결과 발표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수 무산, 제3자매각설 등 다양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대한항공의 인수 의지는 굳건하다. 재무구조가 위태로운 아시아나항공의 입장에서도 대한항공과의 합병이 절실한 상황이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작업은 3년째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은 11개국 승인을 마친 상태로 필수 신고국가인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3개국의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

양사의 합병은 미국·EU·일본 등 경쟁당국이 기업결합 승인을 미루면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10월에 있을 EU 기업결합 승인에 따라 미국과 일본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기업의 기업결합 절차가 순탄치 않자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무산, 산업은행의 아시아나 제3자 매각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의지는 확고하다. 대한항공은 현재 심사 중인 경쟁당국들과 원만하게 시정조치 협의를 완료하고, 대한민국 항공산업 경쟁력을 유지·발전할 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 아시아나항공 A350 항공기./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 자력 생존 쉽지 않은 아시아나, 매각 위한 재무구조 개선?

아시아나는 현재 자력 생존이 위태로울 정도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태다.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자력 생존보다 매각을 통한 인수합병이 더 가능성이 큰 현실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상반기 부채비율은 별도 기준 1741%에 달한다. 연결 기준으로는 2098%에 달한다. 자본총계는 별도 기준 6921억600만 원에 불과한 데 반해 부채총계는 12조515억 원에 이른다. 차입금 의존도는 56% 수준이다. 자본총계는 연결 기준으로 6233억 원으로 오히려 줄어든다. 반면 부채총계는 13조732억원으로 늘어난다.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항공사들은 항공기 리스가 부채로 포함되면서 다른 업종 대비 부채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도 대한항공 197%, 제주항공 510%, 티웨이항공 860% 등과 비교하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위험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의 경우 200%를 넘어서면 재무건전성이 매우 떨어지는 기업으로 분류된다. 

아시아나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별도 기준 2014억 원이었지만, 이자비용 지급 등을 이유로 60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은 1.09수준으로 사실상 정상적인 영업활동만으로는 1741%에 달하는 12조원에 달하는 빚을 갚을 길이 없다. 이자보상배율은 1이 넘어야 기업의 영업활동을 통해 자력 회생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데, 현 수준으로는 사실상 자력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다.

아시아나는 올해 2조5000억 원의 단기차입금 중 7000억 원을 상환했는데, 이 같은 조치는 이자비용을 줄여 이자보상배율을 어떻게든 1 이상으로 맞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7000억 원을 상환하지 않았으면 이자보상배율 1을 넘지 못하는 좀비(한계) 기업으로 분류돼 매각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유가 상승은 수익 감소와 직결되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이후에는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이 경우 이자보상배율도 1 이하로 떨어져 재무건정성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제공


◇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합병, 실보다 득이 많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서는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과의 합병이 절실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1조8000억 원을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할 계획이었다. 그중 3000억 원은 영구전환사채 형식으로 2020년 12월 말 아시아나항공에 납입된 바 있다. 시간이 지체되면서 부채가 늘어 대한항공의 부담이 커졌지만, 여전히 인수에 대한 의지가 큰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이 궁극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잃고 있던 대한민국 항공산업을 생존·발전시키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판단 아래 기업결합 심사 승인을 위해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최근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은 미국 자회사인 '와이키키리조트호텔'이 보유한 호텔 부동산과 관련 자산 일체(현금·현금성 자산 제외)를 1465억8600만 원에 매각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위한 현금 확보 차원이라는 시각도 있다.

외항사에 노선을 내주는 결합승인은 큰 이득이 없다라는 일각의 시선도 있지만, 최근 여행 수요 증가와 함께 늘어난 외항사의 갑질 등 서비스 불만 및 내국인 차별 문제는 국내 대표 항공사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최근 사세를 늘리고 있는 LCC 항공사들에게도 노선 배분 기회가 될 수 있다. 

장거리 노선을 운영하는 유일한 항공사가 된다는 점에서 독과점 우려가 있지만, 최근 티웨이항공 등 일부 항공사도 중장거리 노선에 투입될 수 있는 기재를 들여오고 있고, 외항사들의 견제도 있는 만큼 큰 우려는 없을 것이라는 게 대한항공 측 입장이다. 특히 단거리 노선이나 중거리의 경우 최근 항공사들이 부쩍 기재 도입을 늘리고 있어 오히려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수익 악화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EU 경쟁당국과 경쟁제한성 완화를 위한 시정조치안 협의 중에 있으며 늦어도 10월 말까지는 시정조치안을 확정해 제출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경쟁당국의 최종 승인을 받아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양사 합병 과정에서의 출혈을 감안해도 기업결합 시너지 효과가 충분히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결합이 무산될 경우 아시아나 인수합병을 노리는 기업이 새롭게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이 경우 정상적인 인수합병은 힘들어질 수 있다. 산업은행이 이제까지 매각한 사례를 보면 대부분 감자를 진행하는 등 혈세가 투입되거나 주주들이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대한항공이 인수하지 못하면 같은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현실적으로 12조 원이 넘는 부채를 그대로 안고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EU나 미국에서 불허에 대한 강한 명분을 제시해야 한다.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뚜렷한 이유없이 불허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결국에는 대한항공이 경쟁당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 최종 승인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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