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PF 보증 전년 말 대비 1조7000억 증가
지방 주택시장 침체 지속…중견사 유동성 부담
[미디어펜=김준희 기자]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가능성과 지방 주택시장 침체 장기화로 인해 건설사들의 유동성 리스크가 재점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고금리와 공사원가 상승으로 인해 기존 PF 사업성이 저하되는 가운데 지방 분양시장 침체, 상업용 부동산 부진 등이 지속되면서 건설사의 PF 차환 및 사업성 리스크가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 PF 우발채무 증가 및 지방 주택시장 침체 장기화로 인해 건설사 유동성 리스크가 재점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건설 : 끝나지 않은 PF Risk, 유동성 역경에서 살아남기’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분석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한국신용평가가 유효등급을 보유한 건설사의 PF 보증은 정비사업 포함 27조7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조7000억 원 증가했다.

최근 금융권에서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중소형 증권사 및 캐피탈, 저축은행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 PF 시장 내 잠재적 위험이 상존하면서 건설사들의 유동성 대응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정현장 착공·분양이 지연되면서 브릿지PF의 본PF 전환을 통한 우발채무 해소도 제한되고 있다. PF 차입금 차환 과정에서 시공사가 추가적인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올해 정부의 각종 유동성 지원책으로 인해 PF 차입금 및 유동화증권 차환 부담은 다소 완화됐지만 일부 건설사의 경우 발행금리가 10%를 상회하는 등 어려운 조달여건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한국신용평가는 “하반기 이후 건설사 보증 PF 유동화증권에 대한 투자수요 부진으로 차환에 차질이 발생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 회복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고금리와 공사원가 상승으로 기존 PF 사업성이 저하됨에 따라 PF 우발채무 현실화 위험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바라봤다.

특히 대형 건설사 대비 상대적으로 재무구조 및 자본시장 접근성이 취약한 중견 이하 건설사의 유동성 대응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중견 이하 건설사들은 상위권 건설사에 비해 지방 주택사업장, 오피스텔, 물류센터와 같이 최근 분양 위험이 커진 사업장 비중이 크기 때문에 운전자금이나 PF 보증 부담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과 달리 침체가 지속되는 지방 주택시장도 건설사들의 유동성 리스크가 해소되기 어려운 원인 중 하나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지수 기준 서울 매매가격은 올해 8월까지 11.9% 상승한 반면 지방광역시와 지방도는 각각 2.3%, 0.8% 상승에 그쳤다.

분양시장 또한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올해 7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 6만3000가구 중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이 5만4000가구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광역시 포함 지방 분양현장에서는 청약 미달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공사원가 상승 및 고금리 기조 장기화 가능성 확대로 인해 지방 분양시장은 사업 진행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분양실적이 부진한 경기 양극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현재와 같은 수도권 위주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되더라도 지방 사업장 비중이 많은 건설사의 경우 분양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현재와 같은 비우호적인 대외환경과 업황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건설사들의 재무부담은 가중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분양위험이 높은 사업장 구성을 보유하고 있고 자본시장 접근성이 취약한 중견 이하 건설사들은 현재와 같은 업황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유동성 대응 부담이 점차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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