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동·훈춘·도문·장백 등 여러지역서 동시다발로 600명 송환” 주장
대북소식통 “도문 70명 비롯 타지역 30~40명씩 300명 북송” 전해
정치 상황 따라 우회로 열기도 했으므로 현 한중관계 단면 보인 셈
통일부 北인권 업무 강조하지만 북한땅 벗어난 탈북민 보호에도 한계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중국 당국이 항저우아시안게임이 끝나자마자 구금 중이던 탈북민 600여명을 북송시켰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11일 국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여야 할 것 없이 의원들이 질타를 쏟아내는 난타전이 벌어졌다.  

국내 모 일간지는 지난 9일 밤 중국 당국이 탈북민 약 600명을 전격 북송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한국행에 나섰다가 중국에서 잡혀 지린성과 랴오닝성 감옥에 수감돼있던 사람들이라고 한다.

12일 탈북민지원단체인 북한정의연대(정베드로 대표)도 단동, 훈춘, 도문, 남평, 장백 등 여러지역에서 동시다발로 9일 탈북민 600여명이 북송됐다며 이로써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전부터 대기 중이던 2600명 탈북자들의 송환이 모두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번 북송 사태는 지난 8월 27일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의 결정에 따라 해외에 체류하고 있던 북한 공민들의 귀국을 승인한지 이틀만인 29일 단동에서 버스 2대에 90여명의 탈북자들을 신의주로 북송하는 것으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중국 당국은 아시안게임 시작 전에 암암리에 탈북민들의 북송을 추진했으며, 아시안게임이 끝나자마자 나머지 600여명의 북송을 계획적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종식으로 북중 간 국경봉쇄가 풀리면서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민 강제북송 사태는 예견돼왔다. 이에 대해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우려하는 입장을 밝히는 등 우리정부도 북송 저지를 위한 목소리를 내왔다.

사실 북한과 중국 사이엔 탈북민 송환에 관한 협약이 있어서 북중 입장에선 탈북민 북송은 당연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그동안 한중관계가 좋을 땐 탈북민들에게 우회로를 열어주기도 하는 등 탈북민 단속을 조절해왔다. 

중국은 1982년 유엔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 및 1988년 유엔 ‘고문방지협약’에 가입한 국가로서 ‘강제송환 금지’에 관한 국제규범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중국이 국제규범과 북중 협약 사이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온 만큼 이번 중국 내 탈북민 북송 사건은 현재 한중관계를 보여주는 한 단면일 수 있다.

   
▲ 중국 지린성 투먼시의 국경지역./사진=미디어펜 김소정 기자

정부는 12일 “우선 사실관계부터 확인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어떤 경우에도 해외에 체류하는 탈북민을 강제북송하는 것은 강제송환금지를 규정한 국제 규범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현재 정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정부는 해외체류 탈북민들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강제북송 되지 않고 희망하는 곳으로 안전하고 신속하게 갈 수 있도록 다양한 계기에 중국측에 지속적으로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한중 간 관련 협의는 최근까지도 계속 지속됐고, 앞으로도 외교적 노력을 계속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이번에 탈북민 북송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300여명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한 지난 8월부터 9월 12일까지 중국에 노동자로 나왔다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귀국하지 못했던 북한주민 3000여명이 귀국한 사실도 전해졌다.

한 대북소식통은 “도문에서 70여명을 비롯해 단동 훈춘 등지에서 30~40명씩 해서 모두 300여명의 탈북민들이 중국 각지에서 북한으로 송환됐다”며 “이들은 각자 고향 인근에 설치된 탈북민 수용소에 감금되어 조사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 소식통은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귀국하지 못하고 비자가 만료되면서 사실상 불법체류자 신분이 됐던 북한 노동자 3000여명이 단둥, 연길, 베이징, 상하이 등에서 북한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8월 말부터 9월 12일에 걸쳐 건강이상자 우선으로 선별된 노동자들이 귀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은 아직까지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신의주에 있는 한 시설에 단체로 수용돼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코로나19 검사 등 절차를 밟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소식통은 “최근 중국 당국이 중국 내 불법체류 북한인을 70% 줄이라는 방침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탈북민 북송도 불법체류자를 줄이기 위해 중국 당국이 서둘러서 조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그동안 우리정부가 중국 내 탈북민 강제북송에 반대해왔지만 중국 당국엔 전혀 통하지 않은 셈이어서 최근 개선 조짐을 보이는 한중관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윤석열정부는 통일부 업무에서도 북한인권을 강조하며 조직개편을 마친 상태이지만 북한땅을 벗어난 탈북민 보호에도 한계가 드러난 것이어서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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