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주민 시선 의식하지 않고 사치품 소비 과시 중"
늦은 밤이나 주말시간 인터넷에 접속해 쇼핑몰 검색도
유엔, 北으로 사치품 공급·판매·이전 모두 금지 상태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노동신문 등을 통해 보도하는 사진에서 스위스 명품 브랜드 IWC 시계를 차고 몽블랑 펜을 사용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스위스 브랜드 모바드 시계를 찬 리설주와 디올 자켓을 입은 김정은의 딸 김주애, 디올 가방을 든 김여정 부부장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통일부는 19일 “북한이 식량난에도 연간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 상당의 김정은 일가를 위한 사치품을 수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집권 직후부터 최근까지 김정은 일가 모두 공개 활동 때 고가의 옷과 시계, 펜, 가방을 노출해왔다”며 “일반 주민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사치품 소비를 과시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등 친북 성향 국가나 유럽에 파견된 공관원 및 상사원들을 통해 명품과 사치품 반입하고 있다”며 “유럽 공관원들은 평소 명품 카탈로그 등을 평양에 보내고, 평양에서 물품을 지정해 구입 지시가 내려오면 해당 물품을 구입한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또 북한의 최고위급 지도부와 엘리트, 그 가족들이 주로 늦은 밤이나 주말시간에 인터넷에 접속해 쇼핑물 검색 등을 하는 사실도 파악했다.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13일 러시아 아무르주에 있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고 노동신문이 14일 보도했다. 2023.9.14./사진=뉴스1

미국의 한 보안법체가 지난 2017년 수행한 ‘북 집권층의 인터넷 사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인터넷에 접속해 스트리밍, 비디오 게임, 온라인 검색 등을 하면서 여가 및 소비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은 일가의 구입 지시가 떨어지면 북한 당국은 불법적인 물자구매를 위해 현지에 구축된 인적 네트워크를 가동하거나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고, 차명 위탁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 수집·구매한 사치품은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역에 집하한 뒤 해상이나 육로, 항공편을 통해 북한에 반입되는 것으로 보인다. 소규모 물품은 주로 중국 대련에서 반입되지만, 대규모 물품은 홍콩과 대만을 거쳐 산동반도에 이른 뒤 자동선박식별장치(AIS)를 끄고 북한에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러 경유지를 거치는 방식으로 최종 도착지를 속여 밀수를 하는 것이다.

통일부가 북한 최고위층의 사치품 구입 비용 및 구입 방법 등의 실태를 상세하게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일부는 탈북자의 증언과 정보당국의 현지정보 등을 바탕으로 분석·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통일부는 “북한의 사치품 구입은 명백히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이라며 “북한주민들은 현재 식량난 등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는데 지도층이 사치품 소비에 몰두하고 있는 것을 보면 김정은이 평소 강조하는 위민헌신, 인민대중제일주의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은 지난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부터 북한으로의 사치품 공급·판매·이전을 모두 금지하고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