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추가 증원 놓고 지역 유치전 가열…입시업계 '의대 광풍'
의사들 반발 여전…국립대병원 역할·실현 가능성 놓고 '의문'
총선용 포퓰리즘이냐 리걸 리스크·수가 현실화 해결하냐 '양 갈래'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전국 17곳(분원 포함) 국립대병원을 집중 지원하고 권한도 키우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의과대학(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필수의료 대책의 방향이 정해졌지만, 향후 갈 길이 멀다.

우선 국립대병원의 치료·연구 능력을 소위 '빅 5'로 불리는 수도권 대형병원 수준으로 키워 지역의료체계의 중심 역할을 맡기겠다는 복안인데, 이로 인해 오히려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의료체계의 허리인 병의원을 비롯해 중소·공공병원에 대한 대책이 보완되지 못한다면 말이다.

실제로 지역 내 환자 유치를 놓고 지역 중소병원과 국립대병원은 오랜 기간 경쟁해 왔다. 향후 주무부처가 될 보건복지부가 서로 다른 이들을 일괄적으로 통합해 협력 체계를 원활하게 구성할지에 대해 물음표가 찍힌다.

1차 의료기관인 의원 및 2차 지역병원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3차 국립대병원으로 직행하여 환자가 몰리는 현상을 어떻게 풀 것인지도 관건이다.

정부의 두번째 과제는 벌써 의대 추가 증원을 놓고 지역 유치전이 가열되고 의대 입시업계가 들썩인다는 것이다. 일종의 '풍선 효과'다.

이번에 윤 대통령 주재로 필수의료혁신회의가 열린 충북에서는 최소 158명 이상 최우선 배정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전남에서는 의대 신설을 압박하고 나섰다.

정부 계획대로 2025학년도부터 의대생을 증원하려면 늦어도 내년 3월까지 관련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내년 4월 각 대학이 수시모집 요강을 발표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년 4월 총선이 열린다는 걸 감안하면, 지역별 의대 증원이 총선의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조치는 포퓰리즘 문제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충북 청주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에서 열린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에서 국립대병원장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3.10.19 /사진=대통령실 제공


또다른 차원으로는 '의대 광풍'의 촉발이다. 이공계 이탈 및 재수생 증가로 이어지는 인적자원의 쏠림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의대 증원과 관련해 학원가에서 온갖 상담회가 열리면서 입시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이다.

가장 주요한 관건은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들이 반대 움직임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긴급회의를 열고 '일방적 추진 시 초강경 대응'을 선포한 의협은 "정부가 일방적 정책을 강행하지 않는다"는 절차상 문제를 들고 나섰다.

지난 2020년 9월 4일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의정합의'를 맺었다. 이 의정합의 내용에는 "의대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을 강행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실제로 의정합의 두달 전인 2020년 7월 당시 문재인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했으나, 의협이 집단 진료 거부를 통해 무산시켰다.

다만 정부 입장에서 실질적인 유인책을 제시하긴 했다. 바로 '리걸 리스크'와 '수가 현실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필수의료혁신회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의사가 환자 치료 관련해 늘 송사에 휘말리고 법원·검찰청·경찰서를 왔다갔다 하게 되면 돈을 아무리 준다 해도 (하겠나)"라며 "정부가 책임보험 시스템을 만들어 (의료진의) 형사 리스크를 완화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진의 법적 부담-리걸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전향적인 정부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윤 대통령에게 이와 관련된 대책으로 의료인 형사처벌특례 범위 확대, 필수의료분야 의료배상책임보험 가입 지원 등 필수의료 종사자의 민형사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을 보고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수가 체계가 필수 중증에 중점을 두고 지역의료가 강화될 수 있도록 개편이 이뤄져야 하고 정부가 재정 투자도 하고 이러한 필수 중증 및 지역의료에 종사하는 분들의 보상체계도 바뀌어여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들 입장에서 고무적인 언급이다.

앞으로 정부가 정밀하게 의사들과 하나씩 협의하고 합의하여 의료체제를 보완해야 할 시점이다. 총선용 포퓰리즘이 아니라 하나의 의료체계를 다시 세운다는 일념으로,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는 방향으로 의대 정원 관리가 행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