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러, 미래지향 백년대계 관계…정세에 주동적 공동 대처”
전문가 “핵무력 증강 인정받고 고질적인 경제·전력난 등 해결 가능”
“안보리 결의 등 국제법 위반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 거세질 전망”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북한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19일 진행한 면담에서 상호 관심이 있는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의견일치를 봤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이 면담에서 김 위원장은 “새시대 북러 관계의 백년대계를 구축하고 두 나라 인민들의 복리를 증진시키고 강대한 국가건설위업을 강력하게 추동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복잡다단한 지역 및 국제 정세에 주동적으로 공동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 타스통신, 스푸트니크통신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과 라브로프 장관은 1시간 이상 대화했다. 특히 라브로프 장관은 “푸틴 대통령은 지난 북러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모든 사항을 이행할 준비가 됐다는 확인을 전달하라고 요청했다. 관련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러시아 매체들은 북러 양측의 논의 내용을 전하지 않았다. 다만 내달 평양에서 열리는 무역·경제·과학·기술 협력을 위한 양국 정부간 위원회 제10차 회의에 대비해 양국 공동의장들이 지난달 말 모스크바에서 특별회의를 열고 정상회담에서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 및 연회를 진행한 뒤 다음 방문지를 향해 떠났다고 노동신문이 14일 보도했다. 2023.9.14./사진=뉴스1

이를 볼 때 김 위원장이 북러 관계를 통해 생존전략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전문가의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핵무력을 증강시키는데 거리낌이 없으면서도 경제와 기술을 비롯한 여러 분야를 발전시킬 수 있는 안성맞춤 동맹관계를 러시아를 통해 구현하려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우크라전쟁이 김 위원장의 정세 판단과 외교전략 수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강력한 군사력이 필요하고, 동시에 동맹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비하기 위해 핵무력 증강이 최선이고, 보다 강력한 동맹으로서 러시아와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며 “더구나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는 북한으로 하여금 러시아와 더욱 밀착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 환경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 대한 과감한 무기지원 등 파격적인 행동을 보임으로써 러시아를 끌어들이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북러 간 협력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군사 분야뿐 아니라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의 고질적인 전력난, 에너지난 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임 교수는 “김 위원장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군사정찰위성, 핵추진잠수함, 핵동력공업(원자력발전) 건설 등에서 진전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결론적으로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핵무력을 더욱 증강시키는데 도움을 받고,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시에도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을 갖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18일 북한에서 “북한의 자주권과 발전이익을 고수하기 위해 실시하는 모든 정책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북한 노동신문 등이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하고, 자주권과 이익을 지키기 위한 핵무력 증강 정책을 지지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 러시아 아무르주에 있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4일 보도했다. 2023.9.13./사진=뉴스1

이번에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라브로프 장관도 회담을 가진 결과 북한 외무성과 러시아 외무부 사이의 ‘2024~2025년 교류계획서’를 체결했다. 임 교수는 “북러 관계에서 이례적인 결과”라면서 “내년부터 최소 2년간 북러 간 다방면에서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성과 도출에 집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전쟁의 장기화, 내년 러시아와 미국 대선 일정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고, 더구나 북한 입장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2025년에 종료되는 것 등을 감안한 것”이라면서 “일각에서 북러 관계는 우크라전쟁이 끝나면 약화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으나 미국 패권에 대한 공동 대응의 필요성이 존재하는 한 북러 간 전략적 협력관계는 보다 길게 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일단 장기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전쟁을 치르기 위해 북한의 탄약 등 무기가 필요한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요구에 최대한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김 위원장으로부터 초청받은 북한 답방도 연말 내 실현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다만, 푸틴 대통령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포함한 국제법 위반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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