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제지 사태 이후 미래‧KB‧삼성 등 선제조치 나서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가운데 키움증권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일선 증권사들의 ‘관리’가 시작된 모습이다. 이 방침에 따라 올 한 해 국내 증시 분위기를 주도했던 에코프로는 물론 POSCO홀딩스 등 우량‧대형주들에 대해서까지 증거금 100%(증100)를 요구하는 증권사들이 늘고 있다.

   
▲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가운데 키움증권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일선 증권사들의 ‘관리’가 시작된 모습이다. /사진=김상문 기자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세칭 ‘영풍제지 사태’로 키움증권이 5000억원 규모의 미수금을 떠안은 여파가 업계 전체로 번지고 있다. 사태 직전까지만 해도 증권업종 내 대표적인 추천주로 손꼽히던 키움증권 주가는 최고가(11만1000원) 대비 약 30%가 깎인 8만원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나마 이날 오전 현재 주가가 6% 정도 반등한 결과다.

사태 이후 키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일선 증권사들의 발걸음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미수거래를 차단하기 시작한 것이다. 각 증권사들은 종목별로 고객들에게 상이한 수준의 위탁증거금(예수금)을 요구한다. 그런데 금주 들어 100%의 증거금을 요구하는 종목들이 많아졌다. 미수거래(초단기 외상거래)를 받지 않겠다는 의미다. 

더욱 시선이 가는 것은 이 ‘증100’의 범위가 상당히 넓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삼성증권은 지난 24일부터 POSCO홀딩스의 위탁증거금률을 100%로 설정한다고 공지했다. 포스코 뿐 아니라 LS네트웍스, 한미반도체, 레인보우로보틱스, 이수페타시스, 인벤티지랩 등 18개 종목이 증100으로 변경됐다. KB증권은 DL건설, 가온그룹, 국보디자인 등의 위탁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같은 날부터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POSCO홀딩스‧한미반도체‧이수페타시스‧레인보우로보틱스‧포스코DX‧LS네트웍스 등의 증거금률을 100%로 올렸다. 이 목록은 사실상 올 한 해 국내증시를 수놓은 주도주들의 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개인들의 시선이 가장 먼저 쏠리는 종목들에 대해서부터 미수거래 ‘빗장’을 걸기 시작한 셈이다. 

지난달부터 국내외 증시가 매우 강한 조정을 받았고, 아직도 매일매일 대규모 반대매매가 터지고 있는 만큼 이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미수거래로 주도주들을 매매하고 싶은 수요가 다른 증권사들로 확산된다면 이는 곧 ‘리스크의 확산’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그렇다. 금융당국 역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 증권사 미수거래 실태를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일선 증권사 중에는 지난 주말에 긴급회의를 소집한 곳도 여럿 있는 걸로 안다”면서 “증권업계 전반에 대한 금융당국의 점검이 사실상 예고돼 있는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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