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화물 분사는 사소취대, 소탐대실 형국...합리적 판단 절실
합병 무산 시 양사 매몰비용 무시 못해...독자 생존 더 어려워져
팬데믹 기간 화물 사업 중요성 커졌지만 비중 및 가격, 수요 과거로 회귀
3년을 이어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인수합병 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아시아나의 화물사업 분사라는 관문을 넘을 수 있을 지에 항공업계 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내에서는 국부유출, 혈세 투입 등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어, 본지는 항공업계의 현 상황 진단과 아시아나 화물 분사에 대한 정당성 여부 파악 등 업계 내 최대 관심사를 분석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편집자 주]

[미디어펜=김연지 기자]다음 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의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 여부가 양사의 합병 성패를 결정지을 중대 요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는 오는 30일 오후 2시 이사회를 열어 화물사업 매각 수용 여부 등을 논의한다. 앞서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은 한국~유럽 화물 노선에 대한 우려를 표했고, 대한항공은 이에 대한 시정조치 안으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은 팬데믹 기간 3조 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때문에 화물사업 매각이 너무 큰 출혈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엔데믹에 접어든 현재 화물사업 비중은 2019년 수준(20% 미만)으로 회귀하고 있고, 최악의 재무 상태와 회생이 힘든 아시아나의 자생력 등을 바탕으로 봤을 때 화물사업의 매각은 사소취대(捨小取大·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얻는다)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아시아나항공 항공기./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 황금알을 낳는 거위?…'신기루'에 불과 "팬데믹 호황 끝났다"

팬데믹 기간 동안 국내 항공사들에게 항공화물 사업은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이 기간 대형항공사가 생존하는데 화물사업이 큰 역할을 했다. 항공사들은 항만적체와 하역 지연, 낮은 선박 회전율 등으로 인한 글로벌 물류 대란의 반사이익을 봤다. 화물운임도 치솟았다. 2018년과 2019년 kg(킬로그램)당 3~4불에 불과했던 운임은 팬데믹 시기 평균 8달러대에서 최대 12달러까지 치솟았다. 

팬데믹 기간 여객 사업이 바닥을 치면서 화물사업 매출 비중은 점점 높아졌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화물사업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2021년 76.7%까지 치솟았지만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아니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출 비중은 2019년 수준으로 회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25% 수준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팬데믹 기간 동안 3조 매출을 기록한 화물사업의 매각은 곧 아시아나항공의 공중분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화물사업의 매출 비중은 20%대로 되돌아왔고, 벨리 카고를 제외한 화물기 매출만 따져보면 매출 비중은 더 떨어진다.

   


아시아나항공의 여객기 벨리 카고 비중은 전체 화물 비중의 20% 수준이다. 이를 토대로 보면 아시아나항공의 총매출에서 화물기로만 실어 나르는 매출의 비중은 15%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곧 여객 사업 등 다른 사업의 매출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의미로 '화물사업 매각이 곧 아시아나의 공중분해'라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


◇ 독자생존 어려운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이 '해결책'

오는 30일 이사회를 기점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운명이 갈린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EU 경쟁 당국에 제출할 시정조치 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기합 결합 승인은 어려워진다. 미국·일본 경쟁 당국의 승인 역시 영향을 받게 되고, 3년간 공들여 온 양사의 인수·통합 절차가 올스톱된다.

부채비율이 2000%에 육박했고, 영업이익을 뛰어넘는 이자 비용과 부족한 자금 유동성 등을 감안하면 아시아나항공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플랜B로 제3자 매각도 꾀할 수 있지만 투입된 공적자금이 3조6000억 원이 넘는 아시아나항공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인수할 기업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특히 제 3자 매각을 추진하면 12조 원에 달하는 부채 탕감을 위해 추가적인 감자 등을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산업은행은 혈세 낭비를 위해서라도 대한항공과의 이번 거래를 어떻게든 성공시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현재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은 '소탐대실(小貪大失·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잃음)'하지 않을 유일한 방법이라는 게 업계 내 중론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은 아시아나항공의 생존은 물론 직원들의 일자리 보존과 경쟁체제 유지라는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슬롯 반납 등 일부 시너지가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충분히 커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를 대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국부 유출 논란도 잠재울 수 있고, 화주나 제조업체 등 소비자들의 혜택도 고스란히 유지된다. 특히 LCC엔 새로운 기회가 되는 만큼, 독과점 논란에서 벗어날 명분도 있다. 결국 종합적으로 보면 화물사업을 매각하고 양사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개조 화물기를 여객기로 복원하고 있다./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 합병 지연 시 아시아나 생존 더 어려워져..."합리적 경영 판단해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두 항공사 합병으로 유럽 화물 노선 독점이 우려된다며 제동을 건 것은 팬데믹을 거치면서 항공화물 사업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존 항공화물 사업은 사업의 비중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경쟁 당국의 시각이 그리 엄격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팬데믹 기간 공급망의 혼란을 목격한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각 국가에서 항공화물 사업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면서 이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이 같은 이유로 기업결합을 통해 하나의 과점 형태로 대한항공이 항공화물 사업을 영위하는 것을 보다 더 경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아시아나 매각의 핵심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사'로 볼 수 있다. 합병이 무산될 경우 매각이 상당 기간 지연될 수 있는데, 아시아나의 유동성으론 버티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합병 무산 시 양사의 매몰비용은 측정하기 어렵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는 경영 위기에 봉착해 있고, 대한항공도 3년간 모든 역량을 합병을 위해 쏟은 만큼 이번 인수·통합 과정이 화물 분사 결정을 두고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라며 "아시아나 이사회에서 화물사업 매각을 부결하면 양사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이 궁극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잃고 있던 대한민국 항공산업을 생존·발전시키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판단 하에 가용한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해 해외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