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이사회 책임 경영 강화
사외이사 위상과 권한 강화…새로운 모범 사례 될 듯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이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평소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해 회장 승진 시 별도의 승인 절차가 필요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의 논의 절차를 거쳐 승진을 결정한 바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김재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겸 국제빙상경기연맹 회장이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치러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3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은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겠다'는 이재용 회장의 의지에 따라,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을 뛰어넘어 사외이사의 위상과 권한을 강화하는 거버넌스 체제 재편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

법적 의무와 상관없이 내부 견제와 균형을 강화하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시스템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자발적인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한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관된 삼성의 거버넌스 체제 재편 노력은 향후에도 지속될 예정이며 국내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기준이자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 3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고, 2020년 2월에는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한 바 있다.
   
또한, 2017년 4월부터는 기존에 운영되던 CSR 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는 이사회에 필요한 경험, 전문성, 다양성을 갖춘 후보군을 검토해 신규 사외이사 후보자를 추천하고 있다.


◇ 경영 감독 기능 약화?…신속하고 효율적 의사 결정 가능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할 경우, 경영 감독 기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하지만,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따라서, 개별 기업의 경영 환경에 적합한 방식으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경영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경우가 많으며, 사외이사의 권한을 사내이사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으로 보장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미국의 경우,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비율은 지난해 기준 36%이며, 68%의 기업이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일PwC가 발표한 '2022 이사회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은 비(非)금융권을 기준으로,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기업이 지난해 기준 14%였으며, 선임사외이사를 선임했다고 공시한 기업은 5%에 불과했다.

삼성은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과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 등 '투 트랙(two track)'을 통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는 등 거버넌스 체제의 새로운 기준을 정립하고, 한 걸음 더 도약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애플 등 美 주요 기업들, 신임사외이사 제도 통해 경영 투명성 제고

미국의 주요 기업들도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해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고 있다.

미국은 CEO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를 권장하고 있으며, 분리 모델의 대안으로 선임사외이사(Lead Independent Director, LID) 제도를 도입했다.

선임사외이사는 사외이사들을 대표하며, 이사회 의장인 CEO가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날 경우 이사회 의장을 맡으며 새 CEO 선임 과정을 주도한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 사후 선임사외이사였던 아서 레빈슨 칼리코 CEO가 이사회 의장을 맡아 2011년 팀 쿡의 CEO 선임 과정을 주도했다. 팀 쿡 애플 CEO 역시 나이키의 선임사외이사 겸 보수위원회 위원장이다.

사외이사 제도는 1950년대 미국의 일부 기업에서 시작해, 1970년대 기업지배구조를 개혁하라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점차 일반화됐으며, 1990년대에 이르러 이사회의 다수가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개념이 규범화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주식회사의 지배주주와 경영진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하면서 주주 전체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IMF의 권고에 따라 도입됐다.

한편, 이밖에도 삼성은 이재용 회장의 결단으로 2020년 2월 '삼성준법 감시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철저한 독립적 권한을 부여해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7개 계열사들의 준법 의무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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