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내 최대 화두인 아시아나의 화물사업 분리매각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이사회가 오는 30일에 예정돼 있다. 사실 이를 결정해야 하는 이사들에겐 어쩌면 가혹한 시련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 결정을 내리든 압박과 질타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이사회의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을 수도 있다. 현재 아시아나가 KDB산업은행 휘하에 있다고 할 수 있는 만큼, 이사회에서 산업은행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비록 일부 노조를 비롯해 전임 사장단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사실상 오너 역할을 하고 있는 산업은행의 의지가 강력한 만큼 거부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이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에게 갚아야 할 차입금만 1조8000억원에 달하고 영구채도 6200억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차입금 이자는 7%, 영구채 이자는 9~13%인데 이사회가 반대하려면 채권단이 전적으로 양해를 해줘야 한다. 

지난 24일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을 살펴보면 사실상 답이 나온다. 강 회장은 합병이 무산될 경우 “기존에 투입한 3조6000억 원대의 공적자금 회수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강 회장은 이사회가 화물사업 매각을 하지 않을 경우 “국민의 혈세 또는 공적자금이 얼마나 추가로 들어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합병을 기원하며 이사회의 합리적 결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아시아나의 목줄을 쥐고 있는 산업은행이 합병을 위해 화물 분사를 요구하는데 기업에서 이를 버틴다면, 스스로 목을 매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화물 분사를 반대하면 결국 산업은행에게 도와달라고 손을 벌려야 하는데 이는 모순에 가깝다. 이사회에서는 답을 알고 있지만 단지 자신들의 손으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모양새다 보니 이보다 껄끄러울 수 없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은 현재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은 약 9600억 원 수준인데, 지난 7월 산업은행 단기차입금 5000억 원, 수출입은행 단기차입금 2000억 원 등 총 7000억 원을 상환했다. 현재 3000억 원 내외의 유동성이 있는데 기간산업안정기금 2400억 원을 상환하면 사실상 가용 현금이 거의 없다. 반기 기준 이자비용만 2400억 원 수준이니 현재로선 독자 생존이 쉽지 않다. 

여기에 산업은행과 수출은행의 특별약정지원 1조8000억 원도 이달 말 만기되는 것으로 알려졌고, 영구전환사채 잔금 역시 1조1550억 원 수준으로 이자만 연간 1000억 원 이상이 나간다.

일각에선 제 3자 매각을 주장하지만, 이는 산업은행 입장에서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산업은행에서 관리하며 매각한 기업 중 제 값을 받은 기억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동부제철은 포스코에 8000억~9000억 원에 매각하려 했지만, 결국은 KG그룹에 3000억 원에 불과한 가격에 넘겨야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오랜 기간 매각조차 하지 못하다가 한화에 기존 1/3 가격인 2조원에 팔았다. 대우조선해양은 4조 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혈세만 낭비하고 원금 회수도 하지 못한 대표적 사례다. 동부제철 역시 채권단에서 수차례 감자를 진행하는 등 빚을 탕감한 후에야 겨우 매각에 성공했다. 

   
▲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사진=아시아나 제공


아시아나 역시 12조 원에 육박하는 부채가 있는데 이를 그대로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쉽사리 나올 리 만무하다. 이미 3조6000억 원의 공적자금이 들어갔는데, 얼마나 더 들어갈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항공업계 현황을 살펴보면 티웨이, 이스타, 에어프레미아 등 대부분 사모펀드가 최대 주주로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규모는 사모펀드가 감당하기 힘들고,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인 만큼 부채를 감당하려 할 리 만무하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서는 대한항공에 지금 넘기는 게 혈세 낭비를 막을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인 셈이다. 

아시아나 매각 반대는 결국 직원들의 고용 안전성이 가장 큰 문제라 볼 수 있는데, 제 3자 매각이 이뤄진들 구조조정이 없을 거라 생각한다면 오판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중복 업무가 많은 만큼 아시아나 직원들은 3자 매각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산업은행에서 매각한 기업들 중 사실상 구조조정이 전혀 없었던 곳이 존재할까?

대한항공이 고용 승계를 보장하고 있는 만큼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최선이든 차악이든 현재로서는 대한항공 이외에 선택지가 없다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 이사회에서 화물 분사를 반대하면 앞으로 산업은행의 지원도 바라서는 안 되고, 주주들의 고통과 질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탈출구가 없는 만큼 이사회에서 굳이 화물 분사를 위한 명분을 찾을 필요도 없는 상황인 셈이다.

화물 분사를 결정하고 인수가 불발되더라도 애초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EC(European Community)에서 최종 불승인 결정을 내리면 아시아나의 화물 사업 매각은 자동적으로 거래가 종결된다. 화물 매각은 사실상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한 후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측에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매각이 이뤄지는 시점을 2025년 1분기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인수가 불발되면 그 때 3자 매각이든 뭐든 다른 방법을 강구하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업계 내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 매각을 은근히 바라고 있다. 합병 후 대한항공의 독과점 구조를 경계하고 우려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가 사라지고 자사에 기회가 주어지는 것에 대한 기대가 더 크기 때문이다. 

국내 항공업계 양대 산맥으로 대한항공의 독과점을 견제하며 경쟁사로 비춰져 왔던 아시아나항공인 만큼,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경영진의 오판과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실패를 국민 혈세로 감당하는 것은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아시아나 이사회가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젠 용기를 내야 할 때다. 
[미디어펜=문수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