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 무릅쓴 이재명, 지명직 최고위원에 박정현 전 대덕구청장 임명
이원욱 "동지 가슴에 비수"...통합 분위기 찬물 '이개호' 카드도 무색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더불어민주당에 계파갈등이 재점화될 조짐이 포착된다. 이재명 대표가 당무 복귀 후 지도부 공백을 메우기 위한 ‘탕평’ 인선을 추진했지만, 사실상 친명 지도부 구축에 불과한 것으로 해석돼 분란이 발생한 탓이다.

민주당은 지난 27일 비명계 송갑석 의원 후임으로 박정현 전 대덕구청장을 임명했다. 박 전 구청장은 친명을 표방하며 오는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친명일색’에 한발 더 다가가게 됐다.

앞서 비명계는 박 전 구청장의 최고위원 임명설에 강하게 반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구청장이 비명계인 박영순 의원 지역구(대전 대덕구)에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이른바 비명계 찍어내기이자 공천학살의 신호탄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월 23일 장기간 단식 중 건강 문제로 병원에 이송된 지 35일 만에 당무에 복귀해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에 이 대표가 당무 복귀 후 체포동의안 가결파들의 징계 가능성을 일축하며 조성했던 ‘통합’ 분위기도 얼어붙게 됐다. 통합을 강조했지만, 인선에서부터 진정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비명계의 불평은 원내지도부 개편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박광온 전 원내대표, 송갑석 전 최고위원 등이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정작 친명계 의원은 자리를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총선에서 공천 실무를 담당하게 될 조정식 사무총장의 거취를 두고 반발이 거세게 일어나는 중이다.

민주당 내 ‘혁신계’를 자처한 이원욱 의원은 전날 SNS를 통해 “조 사무총장은 마땅히 직에서 내려와야 한다”면서 “당헌80조 집행 위반 등 민주당의 현재 모습에 책임이 막중하다”라며 “소위 비명계인 박광온 대표와 송갑석 최고가 쫓기듯 내려오는 가운데 의연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무총장은 책임이 없다는 것인지 이 대표에게 묻는다”면서 거취를 압박했다. 

이어 그는 “박 최고위원의 지명은 통합이 아니라 동지의 가슴에 비수를 들이대는 행위”라며 “박영순 의원을 찍어내기 위함이 아니라면 박정현 최고위원의 불출마가 전제되어야 한다”면서 통합을 강조하고 있는 이재명 지도부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해 줄 것을 주문했다.

더불어 인선에 계파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개호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서는 “명분성 자리 주기일 것”이라며 “그 한자리로 통합의 방점을 찍을 수 있다는 생각은 오산”이라고 비판하면서 이 대표가 통합의 구실로 꺼내든 ‘이개호 카드’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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