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따른 정제마진 상승, 여름 수요 확대, 실적 상승 이끌어
중동 정세 불안 지속되면 수요 위축돼 장기적으로는 하방압력 받을 듯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정유업계가 올해 3분기 실적에 고유가로 등 영향으로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정유 4사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거나 앞두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영업이익이 상승하는 등 4사 모두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8일 HD현대그룹 실적발표를 통해 올해 3분기 매출 5조8235억 원, 영업이익 3191억 원을 거뒀다고 밝혔다. 

원유 정제 설비 정기보수로 매출은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783.9% 증가하며 높은 수익을 거뒀다.

   
▲ S-OIL 울산공장의 잔사유 탈황시설 전경. 사진제공=에쓰오일 제공

30일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은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 8조9996억 원, 영업이익 8589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0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67.86% 증가했다.

아직 실적발표를 하지 않은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는 3분기 1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두 회사는 2분기에 각각 1068억 원, 19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이 유력하다.

정유사들 실적이 호조세를 보이는 주된 이유는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 상승에 있다. 10월 셋째주 기준 평균 복합 정제마진은 9.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분기 2달러대 수준을 유지하던 것보다 4배 이상 오른 수준이다.

정제마진은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로 통상 업계에서는 4~5달러를 손익분기점로 본다. 3분기 들어 지난 9월 셋째 주에는 15달러를 돌파하는 등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분기 내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고유가 지속에 따른 정제마진 상승은 주요 산유국 협의체(OPEC+)의 자발적 감산 기간 연장으로 글로벌 원유 재고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유가를 끌어올렸다. 당초 감산 조치가 조기 종료될 수도 있다는 기대도 흘렀으나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오펙 플러스가 연말까지 감산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유가가 한 차례 더 뛰어올랐다.

이밖에 여름철 휴가를 위한 차량 및 항공 수요 강세도 유가와 정제마진 상승에 영향을 줬다.

다만 3분기 실적을 추세 반등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호실적의 원인인 정제 마진이 이달 들어 꺾였기 때문이다.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한동안 매가와 판가 차이로 정제마진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수요도 함께 위축돼 정제마진이 하락한다.

최근 몇 년간 유가 불안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촉발됐다는 점을 경험한 글로벌 정유업계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셈이다.

중동 지역 정세 불안이 확대될 경우 유가 급등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전쟁이 격화되면 유가가 배럴당 2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하마스의 이스라엘 급습 직후 국제유가가 4% 가량 급등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우 고유가는 도리어 정유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쟁이 확전 및 장기화하면 올 4분기에는 고금리 지속과 맞물려 수요 위축이 강화될 것으로 보여 3분기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의 실적을 거둘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 영업이익 상승은 유가 상승과 계절적 요인으로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 반영된 것이다"라며 "(이-팔 전쟁 등) 대외 여건 변수가 상존해 향후 상황에 대해서는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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