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약 1000억 사내 기금을 조성, 보상금 지급과 예방 노력
반올림, 법인 설립 통해 기반 만들려 한다는 지적 일어
[미디어펜=이미경 기자] 8년 동안 진행됐던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피해 보상’ 갈등이 가족대책위와의 의견 일치로 풀리는 듯 보였지만 제자리 걸음이다. 노동운동단체인 반올림이 ‘공익법인 설립 문제’를 두고 강하게 반발해 또 다시 해결에 문제가 생겼다.
삼성전자는 조정위원회의 의견을 대부분 수렴하고 1000억 원에 달하는 사내 기금을 조성, 보상금 지급과 예방, 연구를 위해 사용한다며 입장을 전했다. 반올림은 “스스로 알아서 잘 하겠다는 식의 오만한 태도”라며 삼성전자 제시한 해결책이 ‘회피성’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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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3일 오후 3시 삼성전자와 삼성직업병피해자가족대책위원회(가족위),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서대문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직업병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사진=미디어펜 |
앞서 지난달 23일 조정위원회는 조정권고안 요약 및 취지를 설명하며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산업계의 기부를 통해 보상을 시행할 사단법인 형태의 공익법인 설립하라”고 제안했다. 조정위는 권고안을 받은 날부터 10일간의 기간을 주며 수정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가족위의 원하는 신속한 보상을 위해 지난 3일 ‘개인적 보상’이 아닌 지원과 위로 차원의 ‘사회적 부조’로 조정위가 권고한 공익법인 설립 관련 의견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안을 수용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공익법인 설립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측은 “상설기구와 상근인력 운영 등 보상 이외의 목적에 재원의 30%를 쓰는 것보다는 고통을 겪은 분들께 가급적 많은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반올림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반올림은 “보상과 대책에 필요한 재원은 직업병에 책임이 있는 삼성전자와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마련하고 각 의제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은 구성과 운영 면에서 삼성전자로부터 독립된 사회적 기구인 공인법인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전자에게 맡겨서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조정위의 제안처럼 재원마련의 주체와 사업 수행의 주체가 분리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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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1000억 원의 사내기금을 조성해 이를 피해자들에게 직접 보상하겠다고 밝혔다./사진=미디어펜 |
삼성전자 직업병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던 가족위는 “오랜 기간 기다려 왔기 때문에 하루 빨리 보상받기를 희망한다”고 의사를 표했지만 반올림은 확실한 근거도 갖추지 못한 ‘공익법인 설립’을 주장하면서 해결될 뻔 했던 보상이 조금씩 미뤄져 가고 있다.
반올림은 처음에는 직업병과 관련해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듯 보였지만 피해보상 보다는 ‘삼성전자 직업병 논란’을 사회문제로 부각시키는데 더욱 치중했다. 이 때문에 신속한 보상을 원하는 가족위와 반올림이 입장 차이가 생기기 시작한 것.
조정위가 제안했던 공익법인은 사무국과 하부조직, 상근 임직원을 두고 출연금의 30%까지 운영비로 쓸 수 있다. 또 ‘보상금을 지급하고 남는 금액이 있으면 공익 법인이 수행하는 다른 사업의 재원으로 사용한다’라는 조항이 들어 있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반올림은 삼성전자와 가족 당사자간 해결책이 보일 때쯤 무리한 주장을 제기하며 협상을 방해해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반올림이 직업병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을 잃어버리고 자신들 업적 홍보에만 관심을 보이며 법인 설립을 통해 자신들 기반을 만들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오는 17일~21일 조정위는 삼성전자와 가족위, 반올림과 비공개 회의를 갖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