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도청 의혹에 김병주 "휴민트, 도청 아닌 사람에게 흘러가"
조태용 "사람 놓고 말씀, 적절치 않아"-與 "심각한·모욕적 발언"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7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대통령실은 민주당 의원의 '간첩 발언'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열린 국회운영위의 대통령실 국감에서 지난 4월 미국 언론에서 미국 정부의 대통령실 도청 의혹을 제기한 것,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한 주한미국대사 및 주한미군사령관에 대한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직접 언급하고 나섰다. 

김병주 의원은 "불송치 결정서를 보면, 대통령실은 국가안전보장회의 회의가 유출되는 등 미국의 도·감청 의혹을 전면 부인했는데 이는 시긴트(최첨단 장비 첩보활동)가 아니라 휴민트(대인접촉 첩보활동)에 의해서 된 것이라 한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시긴트 도청이 아닌 사람에게 흘러갔다면 더 큰 문제"라며 "이것이 간첩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제가 봤을 때는 여기 앉아 계시는 분 중에 간첩이 있다"고 말했다.

   
▲ 2023년 11월 7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왼쪽)과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국감 질의를 앞두고 잠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이에 즉각적으로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사람을 놓고 그렇게 말씀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 또한 이날 오전 운영위의 대통령실 국감에서 "야당 위원들이 국민을 대신해서 질의할 수는 있지만, 정제되어서 어느 정도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김성원 의원은 김병주 의원을 향해 "대통령실을 상대로 간첩이 있다고 하는 것은 심각한 표현"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도 이에 "모욕적인 발언"이라며 "불송치 결정서 하나로 휴민트가 대통령실에 있다고 단정하고, 잘못된 단정을 근거로 대통령실에 간첩이 있다고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병주 의원은 "(우리 정보가) 북한에게 나가는 것도 있지만, 중국이든 러시아든 미국이든 우리 정보를 내보내는 것은 다 간첩"이라고 재차 주장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경찰 수사 결과로 얘기하는데, 음해하는 사람으로 보는 것은 전주혜 의원이 법조인인데도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조태용 실장은 이날 국정감사 모두 발언을 통해 국가 안보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적에게 두려움을, 국민에게는 믿음을 줄 수 있는 강한 국방력으로 튼튼한 안보를 구축하고 있다"며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강군만이 자유와 평화 번영을 보장해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조 실장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우리 정부는 확고한 안보태세와 실전적 훈련으로 나라를 굳건히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 나가겠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에 대해 한국형 삼축 체계로 압도적인 대응능력과 응징 태세를 갖춰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