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재활용 횟수 제한적·재활용 반복 시 독성 강해져
그린피스 "정부, 근본 해결책 '재사용 시스템' 정책적 도입 추진해야"
일회용→다회용 컵 전환 시 연간 탄소 25만 톤 이상 절감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환경부가 지난 8일 일회용 종이컵을 규제 항목에서 제외하는 등 일회용품 규제를 완화한 데 대해 찬반논쟁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폐플라스틱 재활용보다 '재사용 시스템' 구축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 일회용 PE 코팅 종이컵의 단계별 환경영향 배출량 분포도./사진=그린피스


지난 7일 그린피스가 발간한 보고서 '재사용이 미래다'에 따르면 플라스틱 위기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알려진 '재활용'은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 중 불과 9%만 이행되고 있어 사용된 플라스틱은 대부분 버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매년 생산되는 플라스틱의 약 40%가 일회용품이며, 매년 바다로 유입되는 800만 톤(t) 플라스틱 중 80%가 일회용 플라스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회용 컵의 경우, 전 세계 연간 사용량 약 5000억 개 중 국내 사용량이 84억 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종이컵이 37억 개를 차지했다. 종이컵은 1회 사용시 45.2g CO2-Eq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 국내 연간 종이컵 사용량을 치환하면 매년 16만7240톤의 탄소가 배출된다. 이는 자동차 6만2201대 탄소배출량에 해당하는 양이다.

종이컵은 목재 펄프 생산과 종이 가공에 자원을 사용해 물 고갈과 농경지 점유에 영향을 미치고, 종이컵과 폴리프로필렌 뚜껑을 위한 플라스틱 생산은 화석연료 고갈에 영향을 준다.

이같이 심각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종이 빨대 등 대체품을 도입하고 있지만, 오히려 대체품이 더 비싸거나 삼림 벌채와 수로 오염 등 또 다른 환경문제를 야기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한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경우, 재활용 가능 횟수가 제한적이고 여러 번 재활용할수록 독성이 강해진다는 문제가 있을 뿐더러, 전 세계적으로도 국제 플라스틱 협약 논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도 플라스틱 오염 문제의 근본 해결책 중 하나인 재사용 시스템의 정책적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사용 시스템은 포장재 또는 용기를 같은 목적으로 여러 차례 사용과 반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시스템이다. 재사용 포장재나 용기는 내구성이 우수하도록 설계되며, 소유자(생산자 또는 제3자)는 소비자에게 대여·제공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반납과 재사용은 적합한 물류 형식을 통해 이뤄지고, 이용과 반납의 동기부여를 위해 보증금 같은 인센티브 시스템이 병행된다.

그린피스는 이 같은 플라스틱 재사용 시스템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일회용 컵과 다회용 컵 전과정평가(LCA)를 수행·분석했다.

다회용 컵 대여 시스템에서 컵당 사용 기간을 3년, 연간 20회를 낮은 사용 빈도, 연간 60회를 높은 사용 빈도로 설정해 재사용 빈도 수별 영향 효과를 비교했다. 이와 함께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연결되는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과 인체 독성, 물에 미치는 영향 등 16가지 항목을 분석했다. 

   
▲ 일회용 PE 코팅 종이컵의 단계별 환경영향 배출량 분포도./사진=그린피스


국내 데이터 분석 결과, 일회용 컵을 다회용 컵 대여 시스템으로 전환할 경우 모든 항목에서 환경 성과가 개선됐다. 컵당 연간 약 20회를 사용하는 낮은 사용 빈도에서도 환경 성과가 개선됐으며, 재사용 빈도 수가 높아질 수록 환경 성과는 더 높은 비율로 개선됐다. 

일회용 컵과 다회용 컵 시스템 환경 영향 물질 총 배출량 차이는 생산 단계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는데, 일회용 컵 생산 단계는 16개 영향 범주 전체에서 가장 많은 배출량을 차지했다. 이는 플라스틱 생산 단계에서의 절감 없이는 플라스틱 오염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그린피스는 설명했다.

항목별로는 화석 연료 고갈 항목에서 57.3%의 가장 높은 비율로 환경 성과가 개선됐다. 대기질과 관련이 깊은 입자상 물질 형성 항목에서도 모든 사용 빈도에서 50% 이상 높은 비율로 환경 성과가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국내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컵을 다회용 컵 대여 시스템으로 전환할 경우, 연간 탄소 25만 톤 이상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9만2000대 이상의 내연기관 자동차가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과 같다. 또한 연간 180만㎥ 이상 물과 100만 배럴 이상 석유를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다회용 컵을 사용하더라도 세척이나 운송 등 과정에서 환경 영향 물질이 배출되는 등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지만, 전기차 등 내연기관을 사용하지 않는 운송 방법을 이용하거나 재사용 비율 제고, 친환경적 화학물질 사용 등을 통해 각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첨언했다.

아울러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포장재 재사용 등 다양한 재사용 적용 분야에 대한 추가 연구를 실시해 재사용 시스템이 일회용품보다 환경적으로 더 나은 대안으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나영 그린피스 커뮤니케이션 오피서는 "현재 우리 정부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포함한 일회용품 절감 정책에서 유예와 계도를 반복하고 계획을 번복하는 등 일관성 없고 퇴보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정부는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과 일회용 플라스틱 단계적 퇴출, 재사용과 리필 기반으로의 시스템 전환 등 범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서 이러한 목표가 설정될 수 있도록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