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실사 종료 후 23일 본입찰…이달 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동원·하림·LX, 5조~6조 원 이르는 인수 자금 조달 의구심 여전
HMM 노조도 적격 인수 후조자 아니라며 매각 반대 의견 제시
[미디어펜=박준모 기자]HMM 매각을 위한 실사작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본입찰이 본격화된다. 본입찰에는 동원·하림·LX그룹이 모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시장 내에서는 세 그룹이 자금 조달이 가능할지 의구심을 보내고 있으며, HMM 노조에서도 매각 반대를 위한 단체행동에 나서면서 꾸준히 유찰 가능성도 제기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HMM 이날 실사를 마무리하고 이달 23일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HMM 매각 측은 동원·하림·LX그룹 입찰적격후보로 선정하고 9월 6일부터 약 2개월간 진행했다. 이 기간 동안 가상데이터룸(VDR)을 통해 HMM의 사업 계획, 사업 부문별 현황, 재무상태 등의 정보가 제공됐다.

   
▲ HMM 컨테이너선박의 운항 모습./사진=HMM 제공


실사가 마무리되면서 동원·하림·LX그룹은 인수가격 책정에 돌입하게 됐다. 시장 내에서는 동원·하림·LX그룹 모두 본입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HMM 인수를 꿈이라고 밝히며 인수 의지를 드러냈고,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역시 직접 HMM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다른 두 곳에 비해 자금 동원력을 갖춘 LX그룹은 사업 확장이 필요한 만큼 본입찰에 나설 전망이다.  

매각을 위한 작업에는 속도가 붙고 있지만 동원·하림·LX그룹에 대한 인수 자금 조달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HMM 매각가로 최소 5조 원이 거론되고 있는데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지면 6조 원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세 곳의 자금 동원 능력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LX그룹은 올해 6월 말 기준 2조5000억 원 규모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하림그룹은 1조6000억 원, 동원그룹은 5000억 원 수준이다. 자산 매각과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이 예상되지만 산업은행이 제시하는 가격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산업은행도 HMM 매각을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HMM 매각에 적격 인수자가 없다면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다”며 유찰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여기에 노조까지 매각에 반발하고 나섰다. HMM 노조는 9일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매각 반대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HMM 사무직 직원으로 구성된 육상노조와 HMM 선원으로 구성된 해상노조 모두 단체행동에 나서며 매각을 반대할 방침이다. HMM 노조는 동원·하림·LX그룹이 HMM 매각가를 감당하기 힘들고, 적격한 인수 후보자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노조 반발에 회의적 시각도 나온다. 기존에 꾸준히 거론됐던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이 관심을 갖지 않는 상황에서 노조 입맛에 맞는 기업 고르기를 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과거 대우조선해양이나 동부제철과 같이 산업은행에 소속돼 있는 경우, 오너 기업보다 업무가 편하고 안정적이어서 노조가 매각에 반대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을 인수할 때 노조와의 관계도 중요한 부분인데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기 전부터 노조 반발이 나오고 있다”며 “결국은 입찰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부로 판가름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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