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폭풍 속에선 아무리 잘해도 어려워"
LG엔솔-GM, SK온-포드, 미국 배터리 공장 개설 연기
[미디어펜=조성준 기자]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면서 배터리 업계도 투자 속도를 늦추는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가파른 성장세가 꺾인 모습이다. 세계 경제 전반에 드리운 불경기와 고금리 등의 여파는 물론 소비자들이 전기차의 비싼 가격, 충전 불편 등의 단점을 파악하면서 판매량이 다소 둔화된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EV볼륨즈 조사에 따르면 올해 세계 전기차 판매량 예상치를 기존 1430만 대에서 1377만 대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올해 하반기로 접어들수록 성장률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합작사인 ‘얼티엄셀즈’가 미국 테네시주에 짓고 있는 합작2공장./사진=얼티엄셀즈 제공


급부상한 미국 전기차 시장만 해도 판매 부진이 시작됐다. 올해 포드 전기차 사업부 손실 규모는 13억 달러(약 1조7552억 원)가 발생했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인 12억7000만 달러를 넘는 수준이다. 앞서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 제조업체 중 하나인 제너럴모터스(GM)도 앞서 내년 중반까지 전기차 약 40만 대를 생산하겠다고 설정한 목표를 취소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폭풍이 몰아치는 경제 조건에서는 아무리 잘해도 어려운 시기를 겪을 수 있다"며 전기차 수요 부진을 예견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K-배터리는 물론 파나소닉 등 세계 주요 배터리 업체들은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GM과 만든 합작사 얼티엄셀즈가 건설 중인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의 배터리 제조 공장의 가동 시기를 내년 초로 연기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전기차 수요도 있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라인별로 가동률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온이 포드와 합작해 2026년 완공 예정이던 블루오벌SK 켄터키 2공장도 가동 일정이 연기됐다. 정확한 개시 시점은 미정이다.

양사의 합작사 블루오벌SK는 테네시주에 1곳, 켄터키주에 2곳의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총 생산능력은 연간 129기가와트시(GWh)로, 켄터키주에는 각각 43GWh 규모 배터리 1,2 공장이 들어선다.

SK온 측에 따르면 이번에 포드 측이 연기를 요청하면서 켄터키 2공장 가동이 늦춰졌다. 테네시주 공장과 켄터키주 1공장은 예정대로 2025년 가동할 계획이다.

배터리 업계 속도 조절 현상은 비단 한국 기업들만의 일은 아니다. 일본 파나소닉도 지난달 30일 전기차 수요 둔화를 이유로 올해 9월까지 일본 내 배터리 생산을 줄였다고 밝혔다. 

배터리 업계는 올해 4분기 들어 전기차 판매 감소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불경기가 드리운 데다 금리가 높아 신차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업계는 시장이 녹록치 않은 만큼 시간을 잘 활용해 기술개발 등 내실 다지기의 기회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도 전략으로 제품 경쟁력 강화를 노리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인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는 니켈 비중을 90% 이상까지 늘려 에너지 밀도를 올리기로 했다. 고용량·고효율 실리콘 음극 소재를 활용해 급속 충전 시간은 15분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삼성SDI와 SK온도 각각 전고체 배터리, 리튬이온 배터리 등 기술 개발 및 성능 향상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LFP 배터리 상용화도 병행하며 실력 다지기에 힘을 쏟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4분기를 넘어 내년까지 당초 시장전망을 밑도는 전기차 및 배터리 수요가 예상된다"며 "배터리 업계가 경쟁적으로 벌크 확장을 하고 있던 터라 수요 침체 기간을 잘 활용해 품질 향상과 제품군 다양화로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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