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제지 사태 여파 '경질설' 사실로…'빅5' 모두 CEO 임기만료 앞둬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가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에 책임을 지고 결국 사임했다. 키움증권은 부랴부랴 후임 결정 등 대책 수립에 나섰다. 업계 전체적으로 보면 전반적인 최고경영자(CEO) 교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이미 업계 ‘큰형님’ 격의 미래에셋증권이 최현만 회장 퇴임이라는 승부수를 띄우면서 쇄신 흐름은 만들어진 상태다.

   
▲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가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에 책임을 지고 결국 사임했다./사진=김상문 기자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가 결국 사임한다.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에 책임을 진다는 취지다. 회사 측은 지난 9일 “황 대표가 대규모 미수 채권 발생에 따른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이사회에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히면서 최근 반복해서 제기된 사임설을 공식화 했다.

이로써 키움증권은 오는 16일 이사회를 열어 황 대표 사임에 따른 후속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시점에선 키움증권 전략기획본부 엄주성 부사장, 홀세일총괄본부 박연채 부사장 등이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

영풍제지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나쁘지 않았던 키움증권의 분위기가 한순간에 표변하면서, 증권가의 CEO 교체 분위기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도 시선이 주목된다. 업계 선두권인 미래에셋증권에서 최근 무려 19년간 회사를 이끌어왔고 무난히 연임이 예상되던 최현만 회장이 ‘용퇴’를 결정한 것 또한 이런 분위기에 속도를 붙였다.

당장 올해 12월 말엔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 등이 임기 만료를 맞는다. 또 내년 3월 말엔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등의 임기가 끝난다. 이른바 ‘빅5’를 비롯해 주요사들 상당수가 CEO 교체 여부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만약 기존 예상보다 더 많은 회사들이 CEO 교체를 단행할 경우 최근 일기 시작한 업계 세대교체 바람은 더욱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다만 그 변화가 반드시 자율적인 에너지에서 비롯됐다고만은 볼 수 없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으로 CEO 차원의 징계가 있었을 경우엔 불가피하게 선수교체를 단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강요되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달에도 금융위원회가 정례회의를 열어 NH투자증권 정영채 대표와 KB증권 박정림 대표 등에 대한 징계 수위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앞서 라임‧옵티머스 펀드와 관련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으로 이들에게 ‘문책경고’ 징계를 내린 바 있다.

만약 두 대표에 대해 문책경고‧직무정지‧해임권고 급의 제재 수위가 결정될 경우 이들은 임기를 마친 후 3~5년간 금융권의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에 연임 도전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안정’이 주요 키워드였지만 올해의 경우 여러 구설수로 증권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어버린 상태”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