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인요한 혁신위 '영남희생론' 등 혁신안 공세에 맞대응 놓쳐
공동 행동 나선 비명계, '이재명 험지' 출마 압박에 계파 갈등 점화
200석 낙관론·거야 입법 폭주 프레임 갇혀 여론조사 지지율 경고등
[미디어펜=최인혁 기자]더불어민주당 정당 지지율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 압승 후 당내 퍼진 낙관론에는 선을 그었지만, 국민의힘과 혁신 경쟁에서 밀려 이목을 끌지 못한 탓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민주당 지지율은 답보 상태를 보인 반면, 국민의힘은 매주 상승을 거듭하며 격차를 좁혀온 것으로 나타난다.

13일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11월 9일부터 이틀간 정당 지지율에 대한 여론을 조사*한 것에 따르면 민주당 정당 지지율은 45.5%, 국민의힘은 37%로 한 달 사이 민주당이 정당 지지율에서 5.2% 하락을 기록한 사이 국민의힘은 5%가 상승하며 맹추격에 나서고 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월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민주당이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음에도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이유에는 이슈 선점에서 밀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국민의힘이 인요한 혁신위를 통해 쇄신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민주당은 낙관론과 거대 양당의 입법 폭주라는 프레임에 갇힌 탓으로도 풀이된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는 출범 후 1호 혁신안으로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의 사면을 꺼내들며 주목받았다. 1호 혁신안은 긍정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최소한 당내 통합을 시도했다는 상징성을 얻은 것으로 여겨진다.

또 인요한 혁신위는 2호 혁신안으로 ‘영남희생론’을 꺼내들며 정치권의 쇄신 이미지도 선점했다. 비록 총선 경쟁력 상실 등을 이유로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금지안을 관철하지는 못했지만, 당내 주류인 ‘친윤’의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압박함으로써 정치권의 이목을 사로잡는 것에는 성공했다.

국민의힘이 혁신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민주당은 이에 맞설 뚜렷한 혁신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신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혁신에 더해 메가서울을 구상하며 이슈 몰이에 나서는 것을 마구잡이 공약 남발이라고 대응했지만, 상황을 반전시킬 만큼 효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더불어 박병석 전 국회의장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쇄신의 불씨를 지폈음에도 이를 세대교체로 이어가지도 못한 채 좌고우면하고 있다.

민주당이 혁신안을 제시하지 못한 사이 비명계는 ‘혁신계’를 자처하며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험지 출마 압박에 나섰다. 그러나 총선기획단장을 맡은 조정식 사무총장이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험지 출마론을 일축함으로써 총선 혁신보다 계파 갈등이 더 많은 주목을 받게 됐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혁신 의제를 발굴해 국면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지난 한 달 동안 국민의힘에 이슈를 선점 당해왔다”면서 “법안 단독처리로 대통령의 거부권을 보여줌으로써 이슈 전환에 나섰지만,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라며 “법안의 중요성을 떠나 국민들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민주당이 지지율에 켜진 경고등을 끄기 위해서 여당과 혁신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이슈를 발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에너지경제 의뢰로 리얼미터가 조사했다. 2023년 11월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간조사를 실시했고,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조사방법은 무선(97%), 유선(3%)로 자동응답 전화조사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더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