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 이른바 ‘아베 담화’ 초안에 “사죄”라는 문구가 빠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변국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연합뉴스는 일본 아사히신문의 보도를 인용하며 아베 총리가 지난 7일 연립여당 간부들에게 보여준 담화 초안에 '사죄'와 관련된 어떤 문구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9일 보도했다.
당초의 아베 담화 초안에는 “과거 전쟁에 대한 반성” 표현은 들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본의 전쟁 당시 행동이 '식민지 지배와 침략'이었다는 점은 명확히 판단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사히의 관점이다.
이와 같은 아베 내각의 결정은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 주변국은 물론 “사죄 표현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 공명당(일본 연립여당)의 의견에마저 배치되는 것이어서 아베 총리의 입장에 대한 반발과 우려가 깊어진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립내각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지난 7일 아베 총리와의 회동에서 "중국, 한국과의 관계개선에 이바지하는 표현이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부터 그는 '사죄' '식민지 지배' '침략' 등 무라야마 담화에서 핵심적인 의미를 구성했던 문구를 아베 담화에도 넣으라고 요구해온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 내 보수 일간지로 알려진 요미우리(讀賣) 신문 역시 사설을 통해 아베 담화에 ‘사죄’ 표현이 들어가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아베 총리가 일련의 요구를 얼마나 반영해서 최종적인 담화 원고를 내놓을지는 불확실하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연립 내각인 공명당의 의견을 완벽하게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점이 탄력을 얻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한국 정치권의 여야는 아베 담화 초안에 '사죄' 표현이 빠진 사실을 접하고는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아베 총리가 과거 침략사를 사죄하지 않고 외면한다면 일본은 국제사회의 신뢰와 기대를 저버리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또한 "일본이 한일관계에 있어서 전혀 미래지향적 발전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짚으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7일 중국 외교부도 "일본이 군국주의 전쟁을 직시하고 반성해야 하며 특히 전쟁의 성격과 책임 문제에서 명확하고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디어펜=임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