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거침없이 하라는 신호 대통령실에서 왔다...내달 전 응답해야”
혁신위, 친윤-영남 중진들 '용퇴' 버티자…윤심 카드로 압박 수위 높여
김기현 "총선, 당 중심 지휘...대통령 언급 바람직 하지 않아"...거듭 경고
[미디어펜=이희연 기자]지도부·중진 의원들의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두고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와 지도부·친윤 의원들 간의 갈등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 위원장이 "소신껏 거침없이 하라는 신호가 대통령실에서 왔다"며 '윤심' 카드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김기현 당 대표는 "총선은 당 중심으로 지휘하겠다"라고 맞섰고, 당 내에서도 마치 대통령이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 위원장은 지난 15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에게 거침없는 얘기를 하려고 열흘 전에 제가 좀 여러 사람을 통해 뵙고 싶다고 했다"라며 "대통령실 쪽에서 돌아온 말은 우리 당과 우리가 필요한 것을 그냥 거침없이 해라, 이런 신호가 왔다"라고 말했다. 총선 불출마나 험지 출마 요구에 당 현역 중진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반발하자 대통령 카드를 우회적으로 꺼내 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인 위원장은 또 '당 지도부와 중진·친윤 인사의 불출마나 험지 출마' 권고와 관련해서는 "조만간 움직임이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라며 "혁신안을 주춤하지 말고 빨리 통과시키며 같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12월 혁신위가 끝나기 전에 응답이 있어야 한다. 응답의 시작만 있어도 좋겠다"라며 아예 시한을 못 박기도 했다. 

   
▲ 23일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왼쪽)가 국민의힘 중앙당사 당대표실에서 김기현 대표와 만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하지만 김 대표는 16일 인 위원장이 '윤심'을 언급한 데 대해 "당무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을 당 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우리 당 내부 문제는 당의 공식 기구가 있다. 당 지도부가 공식 기구와 당 내 구성원들과 잘 협의해서 총선을 준비하고 있고, 당 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시스템이 잘 작동되고 있다"라며 "혁신위도 그 공식 기구 중 하나다. 혁신위가 제안한 여러 발전적 대안은 존중하고 그것이 공식 기구를 통해 잘 논의되도록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15일)에도 "혁신위의 정제되지 않는 발언들이 보도되고 그것이 번복 되거나 혼선을 일으키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면서 "당을 중심으로 지도부가 총선을 종합예술 차원에서 잘 지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가 자신을 포함한 중진·친윤 의원들의 거취 압박에 제동을 걸면서 동시에 당 지도부가 중심이 돼서 총선을 치러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인 위원장의 '윤심' 발언에 대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라디오에서 "내가 국민의힘의 핵인싸라는 걸 거침없이 드러내신 것 같다"라며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혁신안이)용산의 의중으로 그것을 관철시키는 게 아니고 국민들의 힘으로 관철시키는 걸 국민들이 원한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도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을 당의 당무라든가 혁신 하는데 끌어들여서 대통령이 마치 압박하는 것처럼 얘기하는 건 경솔한 행동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대통령실 측근들이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얘기 안 했는데도 알아서 메시지를 언급할 수도 있는 건데, 어쨌든 대통령을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혁신위 활동이 이심전심으로 대통령실하고 관계된다고 하는 건 다들 아는 거고 그걸 좀 더 인요한 위원장의 말에 힘을 싣기 위해서 언급한 정도로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이라는 게 당대표로부터 일사분란하게 이뤄지는 조직만은 아니고 지금 김기현 대표도 혁신위 전권을 준다고는 했지만 김 대표입장에서는 정제되고 질서있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말한 거라고 본다"면서 "김기현 대표도 사실은 거취에 대해 고민이 많을 거다. 당 대표로서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하기는 어렵지 않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혁신위가 우리 당에서 못하는 말을 하고 있지 않나. (김기현 대표나 중진들이) 기분 나빠하는 것도 하나의 과정이다. 가만히 있는 것도 이상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선이상 윤핵관들 험지 차출하고 험지 차출 안 하는 사람은 백기 들어줘야 한다"라며 "다만 시기는 아직 이르다 12월 중하순 정도쯤 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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