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이 중국과 원정경기를 치르기 전, 한국대표팀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말했다. "숨도 못쉬게 만들어주자." 손흥민은 실제 그렇게 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1일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2차전 원정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손흥민이 2골 1도움 '원맨쇼'를 펼치며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 손흥민이 중국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뒤 밝은 표정으로 '쉿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SNS


1차전에서 싱가포르에 5-0으로 이겼던 한국은 2연승으로 조 선두를 지켜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좋은 출발을 했다.

이날 중국과 2차전은 한국이 3차 예선으로 향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일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한국은 중국, 싱가포르, 태국과 같은 조로 묶였다. 조 1위로 3차 예선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번 중국 원정만 잘 넘기면 됐다. 

중국은 객관적 전력상 한국에 두려운 상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앞두고, 4만 관중 입장표가 매진돼 중국 홈팬들의 일방적 응원이 펼쳐질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손흥민은 중국전을 앞두고 마지막 훈련을 마친 뒤 선수들에게 '캡틴'으로서 말했다. "관중이 꽉 찬다고 하는데 우리가 어떤 축구를 하고자 하는지 플레이를 잘 보여주자. (중국 관중들이) 아예 숨도 못 쉬게 만들어 주자."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한 승리 의지가 담긴 손흥민의 발언이었다.

남다른 각오로 나선 손흥민이 중국 격파에 앞장섰다. 전반 10분 황희찬(울버햄튼)이 얻어낸 페널티킥 찬스에서 키커는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침착하지만 강력한 땅볼 슛을 차 중국 골문 모서리로 꽂아넣었다.

선제골을 터뜨려 한국에 리드를 안긴 손흥민은 트레이드 마크인 '찰칵 세리머니'를 펼치기에 앞서 손가락을 입에 갖다대는 '쉿 세리머니'를 먼저 했다. 열성적인 함성으로 중국을 일방적으로 응원하던 관중들을 침묵시킨 세리머니였다.

전반 44분 손흥민은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침투패스를 받아 결정적인 슛 기회를 잡았다. 지체없이 때린 손흥민의 슛이 골키퍼 선방에 걸렸다.

아쉬워할 시간도 없었다. 이어진 코너킥에서 이강인이 띄워준 볼을 손흥민이 니어 포스트에서 뛰어오르며 머리로 방향을 바꿔 추가골을 터뜨렸다. 자주 불 수 없는 손흥민의 헤더골이 터져나오며 중국 관중석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

손흥민은 A매치 통산 40호, 41호 골을 잇따라 뽑아내 한국에 전반 2-0 리드를 안겼다.

   
▲ 중국전에서 2골 1도움 활약을 펼친 손흥민이 한국의 3-0 승리 후 응원해준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후반에도 손흥민의 활약은 계속됐다. 후반 8분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이 드리블 질주한 후 옆에서 쇄도해 들어온 이강인에게 패스를 찔러줬다. 이강인에게 일대일 찬스를 제공한 완벽한 패스였다. 이강인이 골키퍼까지 제치고 때린 슛이 몸을 던진 중국 수비에 걸려 골로 마무리가 되지 않은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한국은 후반 42분 쐐기골을 보태 중국 관중들을 '아예 숨도 못쉬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손흥민이 도움으로 골을 이끌어냈다. 프리킥 찬스에서 손흥민이 정확하고 예리하게 문전으로 띄워준 볼을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정승현(울산현대)이 헤더골로 연결했다.

손흥민은 2골 1도움 활약으로 중국 관중들에게 침묵을 안겼고, 한편으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선수의 기량을 직관할 기회도 줬다.

한국과 중국의 축구 실력 격차는 뚜렷했고, 가장 큰 차이는 손흥민이나 이강인 같은 선수가 한국에는 있고 중국에는 없다는 것이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