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여수 등 우리나라 해역서 열대·아열대성 어류 연이어 발견
지구온난화 인한 해수 온도 상승… 올해 평균 수온 가장 높아
고수온현상 등 극한기후현상 빈발 예상… 정부, 대응방안 추진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최근 울릉도 연안 어류 중 열대·아열대성 어류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데 이어, 약 600km 떨어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 열대·아열대성 바다뱀 '넓은띠큰바다뱀'과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 '밤수지맨드라미'가 발견되며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넓은띠큰바다뱀, 밤수지맨드라미./사진=국립공원공단


26일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공원공단은 최근 국립공원 섬지역을 대상으로 수중생태계를 조사하는 과정 중 열대·아열대성 해양생물인 ‘넓은띠큰바다뱀’과 ‘밤수지맨드라미’를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내 소간여와 거문도 인근 해역에서 각각 처음으로 확인했다.

넓은띠큰바다뱀은 코브라과 해양파충류로 배의 노 모양 꼬리와 몸 전체에 푸른빛이 나는 V 모양 줄무늬가 있다. 필리핀과 일본 남부 오키나와, 대만 인근 따뜻한 바다에 주로 서식한다. 

산호충류인 밤수지맨드라미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일본 타나베만과 인도양 등에 주로 분포하고 국내에서는 제주도 인근 바다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호충류는 부착해 생활하며 수온에 민감한 해양생물로 알려져 있어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생태계 변화 연구에 중요한 분류군으로 꼽힌다.

앞서 지난 21일 국립생물자원관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부터 최근까지 울릉도 수중에서 관찰된 어류 131종 중 열대·아열대성 어류가 절반 이상(58.5%)으로, 온대성 어류(36.9%)의 1.5배 이상을 차지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아열대 어종이 난류성 소용돌이 영향을 받는 독도 연안까지 출현한다고 알려짐에 따라, 보다 자세한 아열대어종 출현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최근 10년간(2013~2022) 잠수조사를 실시하고 현장기록과 영상촬영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주요 출현 아열대어종은 자리돔과 줄도화돔, 파랑돔, 세줄얼게비늘 등이었다. 대표 아열대성 어종인 자리돔의 경우 조사 전 기간 내에 출현했으며, 출현빈도가 높아진 2017년 이후 현재까지 전체 어종 중 가장 높은 출현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우리나라 연안에 열대·아열대성 어류가 출몰하는 이유는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올해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온난화 경향이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적응 및 완화에 관한 평가 보고서(AR5)에서 보고한 전 지구 지표 온도 변화는 산업혁명 이후 0.85도(℃) 상승이었지만, 최근 AR6에서는 약 1.1도 상승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음을 제시했다. 또한 온난화의 급격한 가속화에 따른 극한 환경 발생 강도·빈도 증가와 함께 지역적 편차도 크게 늘어날 것임을 보고했다.

   
▲ 최근 55년간(1968∼2022) 전 지구 및 한국 해역의 연평균 표층수온 장기 변동 경향./사진=수산과학원


수산과학원 정선해양조사 관측결과를 기반으로 살펴본 최근 55년간(1968∼2022) 한국 해역 연평균 표층수온 상승률은 0.025도/yr 로 약 1.36도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 표층수온 상승률은 0.0094도/yr 로 0.52도 상승해 한국 연근해 연평균 표층수온 상승률이 전 지구 평균에 비해 약 2.5배 이상 높았다.
 
해역별 표층수온은 동해 1.82도, 서해 1.19도, 남해 1.07도 상승해 표층수온 상승률은 동해가 가장 높았고, 남해가 가장 낮았다. 동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표층수온 상승률이 나타난 원인은 동해 중부해역과 동해 남부해역 사이에 존재하는 수온 극전선이 점점 북상한 영향과 동해역에 열을 수송하고 있는 대마난류의 세기가 1980년대 이후 강해진 점 등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올해 여름철 평균 수온은 1990년부터 인공위성을 이용해 우리나라 바다 표층수온을 관측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으며, 늦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수온이 눈에 띄게 높았다. 이는 수과원이 기후변화 영향과 수산자원 변동 파악을 위해 수신 중인 인공위성(NOAA/AVHRR)을 이용해 1997년부터 매일 제공된 27년간의 수온 정보를 분석한 결과다.

올해 8월 하순부터 9월 초순까지 한반도 주변 해역 수온 정보를 분석한 결과, 지난 26년간(1997~2022년) 같은 기간 평균수온 24.4도 대비 1.6도 높은 수치인 26.0도를 기록했다.

해역별로는 남해가 27.9도로 가장 높았으며 동해 25.8도, 서해 25.4도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평년에 비하면 동해가 2도 이상 상승했고, 남해와 서해 상승폭은 약 1도 이상으로 이보다는 낮았다.

이처럼 동해를 중심으로 수온 상승폭이 높았던 이유는 북태평양 고기압 확장에 따른 폭염이 9월까지 지속적으로 한반도 주변 해역에 영향을 주는 등 대기로부터 열공급이 이례적으로 높았던 이유 때문으로 추정된다.

   
▲ (왼쪽부터)해양수산부 제4차 해양수산부문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2022~2026), 탄녹위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사진=해수부, 탄녹위


현재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시책을 펼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6월 날이 갈수록 가중되는 이상기후에 대응하는 재난·재해 대응 태세 강화와 변화하는 기후환경 적응을 목표로 '제3차 국가 기후위기 강화대책(2023~2025)'을 수립하기 위한 전략을 발표했다. 제3차 국가 기후위기 강화대책에는 이상기후의 빈도와 강도 증가에 따른 수산업 생산환경 기반, 생산성 영향과 글로벌한 기후 위기를 포괄한 새로운 기후위기 리스크가 추가되며,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세부 추진계획이 수립된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9월 해양수산 탄소중립 대전환과 기후위기 대비태세 완비 등으로 온실가스를 저감하겠다는 내용의 '제4차 기후변화 대응 해양수산부문 종합계획(2022~2026)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올해 4월 2050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이라는 국가 비전 실현을 위한 국가전략과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이를 실행하기 위한 감축정책·이행기반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발표했다. 

아울러 환경부 국립환경연구원 주관으로 탄소중립기본법 제37조에 의거, 기후변화 각 부문별 대표 조사·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 '기후위기 적응연구 협의체'가 구성됐다. 협의체에는 수산과학원과 국립환경·기상·농업·산립과학원, 수자원·농어촌공사, 국립생태원, 보건사회연구원, 해양조사원 등 총 10개 기관이 참여한다. 

기후위기 적응연구 협의체는 기후변화 적응연구 과학기반 강화와 분류체계 및 통합지표 개발, 영향·취약성 평가도구 개선, 분야 간 상호작용·영향평가 연구 및 공동연구·적응대책 지원 협력을 위해 정례적 협의를 추진한다. 또한 '국가 기후위기 적응정보 종합 플랫폼' 구축을 통한 유관기관 간 교류와 정보공유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해양온난화 영향으로 향후 이상고수온현상과 같은 극한기후현상이 더욱 잦고 강하게 발생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 기술 개발 등 방안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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