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임·광업 등서도 외국인력(E-9) 고용 가능… 추가 확대 검토
양대 노총 "이주노동자로 '땜빵'… 국내 노동자 처우 개선 선행 必"
고용부 "외국인력, 내국인 기피 빈 일자리 해소 큰 기여할 것"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정부가 내년 외국인력(체류자격 E-9)을 올해보다 4만 명 이상 늘린 16만5000명 도입하고, 제조업 등으로 국한했던 고용허가제 업종을 음식점업 등에 대해서도 허용하는 등 외국인력으로 빈 일자리를 채우는 데 급급한 모양새다.

   
▲ 연도별 외국인력(E-9) 도입규모./사진=고용부


정부는 27일 12개 관계부처 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고용허가제 외국인력 도입 규모와 신규 허용업종에 관한 '2024년 외국인력 도입·운용계획'을 확정했다.

정부는 산업현장 인력난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올해 12만 명까지 확대하고, 고용허가서 조기 발급과 신속 입국, 사업장별 외국인력 고용한도 2배 상향 등 원활한 외국인력 활용을 위한 규제개선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 등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제조업, 숙박음식업 등 일부 서비스업은 여전히 인력난을 겪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국책 연구기관과 머리를 맞댄 결과, 노동시장 인력 수급상황을 고려해 내년 외국인력(E-9) 도입규모를 올해보다 37.5% 증가한 16만5000명으로 상향하겠다는 결론을 냈다.

또한 지난 8월 열린 규제혁신전략회의 후속조치로 음식점업, 임업, 광업 등 인력난 심화 업종에 대해서는 현장 실태조사 등을 거쳐 내국인 일자리 잠식 가능성과 업계 외국인력 관리 여건 등을 종합 고려해 외국인력(E-9) 고용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음식점업의 경우, 100개 지역(기초 98개, 세종‧제주)의 한식점업 주방보조 업무에 대해 외국인력을 시범 도입한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업력 7년 이상, 5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업력 5년 이상부터 이를 적용하며 각각 1명, 2명 고용 가능하다.

임업은 전국 산림사업법인과 산림용 종묘생산법인 등을 대상으로 하며, 광업은 연간 생산량 15만 톤(t) 이상 금속·비금속 광산업체를 대상으로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관련 절차를 거친 후 이르면 음식점업은 내년 2회차 고용허가서 발급 신청(4월경), 임업과 광업은 내년 3회차 고용허가서 발급 신청(7월경)부터 외국인력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음식점업의 경우, 해당 업종 근로자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관계부처 합동 시범사업 평가 등을 통해 추가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다.

아울러 외국인근로자의 원활한 정착과 사업장 인력운용 애로 해소를 위한 체류관리 및 지원 강화를 추진한다. 

새로 확대되는 업종에 대해서는 업종별 협회 또는 임업훈련원 등 자체 훈련기관을 통해 해당 업종에 특화된 교육 등을 실시하고, 업황과 고용허가제도 특성 등을 고려해 허용 기준을 정하는 등 인력관리 보완책을 함께 시행한다. 

실제로 인력이 부족한 사업장에 외국인력이 배치‧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 지방고용노동관서 '외국인력 체류관리TF'를 통해 지도‧점검과 사업장 의견수렴을 병행한다. 

또한 지역특화 지원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공공기숙사 활용 지자체에 대한 지원(E-9 선발 우대 등), 신규 허용업종과 연계한 지자체 중심 지역·업종 특화 지원방안(직무⋅산업안전 교육 강화 등) 마련 등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역할을 분담해 지원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빈 일자리를 메꾸겠다는 일념으로 외국인력만을 고집하는 정부 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발발로 실직한 내국인들이 무수하기 때문에 업황이 회복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노동조건 등 여건을 개선해 내국인을 고용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시책에는 내국인 대상 재취업지원에 대한 내용은 어디에도 없고, 내국인력에 비해 인건비가 낮은 외국인력을 채워 넣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국내 노동자들이 재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대신 국내 노동시장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을 주도하고 있다"며 "국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해당 업종 노동계와의 논의, 기존 허용 업종에 대한 평가 및 개선 방향 없는 일방적이고 졸속적인 정책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번 대책도 이주노동자로 소위 '땜빵'을 하는 것이고, 이주노동자로 일시적으로 빈 일자리를 채워도 저임금과 장시간,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방치돼 누구나 꺼리는 일자리로 전락할 것"이라며 정부가 지난 2021년 노사정 간 논의 없이 광업에 H-2를 허용하는 방안을 졸속 추진했으나, 취업자는 고작 3명이었던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음식점업의 경우,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은 5인 미만 사업장에 이주노동자가 도입됨으로써 취약한 일자리에 노동법 사각지대가 더해진다고도 지적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서를 통해 "해당 업종에 노동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손쉽게 이주노동자로 대체하려는 정책만 시행하고 있다"며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무조건 이주노동자를 쓰면 된다는 식으로 사고하는 것은 극히 우려스럽다"고 정부의 결정에 대해 질책했다.

그러면서 "새로 확대되는 업종에는 이주노동자 보호 대책이 얼마나 마련돼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권리 없는 이주노동자 양산 정책'이 지속돼서는 안 되고, 정부가 이주노동 정책 전반에 있어 권리 보장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다만, 정부는 외국인력 도입에 강경한 입장이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내년 외국인력(E-9) 도입규모 확대는 내국인이 기피하는 빈 일자리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구인난 심각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력 추가 허용 요구가 제기되고 있으므로 고용부 등 관계부처에서는 적기에 외국인력을 도입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고, 필요 시 다음 달에도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력 통합관리 추진TF'를 통해 법무부, 고용부 등 관계부처와 내년 상반기 중 외국인력의 합리적 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