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국은 투석기로 위성 날리나” 南 “위반 넘어 조롱 수준”
긴급회의에도 남북 및 북미 대사간 이례적인 설전 벌이다 종료
외교부, 안보리 개혁론에 “비상임이사국의 증설 지지·노력”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수출하고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는데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이번에도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두둔했고, 남북 및 북미 유엔대사는 이례적으로 설전만 벌여 안보리의 개점휴업 상태를 실감했다.

북한이 지난 21일 밤 당초 통보한 시점보다 1시간여 빨리 기습적으로 세 번째 정찰위성을 발사해 성공한 이후 27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가 긴급 소집됐다. 

인보리 회의에서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현재 5000개 이상의 위성이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데 왜 북한의 인공위성만 문제를 삼느냐”며 위성 발사가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지적에도 “전적으로 거부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김 대사는 “그럼 미국은 위성을 쏠 때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투석기로 위성을 날리느냐”고 반발했다.

또 그는 최근 부산항에 입항한 미 해군 제1 항모강습단 소속 칼빈슨호와 한미·한미일 연합훈련 실시계획을 언급하면서 “이 같은 미국의 위협이 없었다면 북한도 정찰위성이 아닌 통신위성 등 민간용 위성부터 발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북한측의 주장에 황준국 한국대사는 “안보리 결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어떤 발사도 금지한다”며 “북한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차원을 넘어 거의 조롱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북한이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를 선언한 뒤 핵개발을 추진, 1·2차 핵실험을 단행하자 국제사회가 안보리 결의 1718호(2006년)와 1874호(2009년)를 결의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황 대사가 마지막 발언자로 회의 세션이 끝나는가 싶었던 순간 린다 토머스-그린필스 미국대사가 발언권을 신청해 “북한의 위성발사가 미국의 한미 및 한미일 군사훈련에 대한 대응으로 본질적으로 방어적일 뿐이라는 북한의 불성실한 주장을 강력하게 거부한다. 미국의 훈련은 일상적이고 방어적이며 사전에 발표된 것”이라고 말했다.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사진=유엔 홈페이지

그러자 다시 북한의 김 대사가 발언권을 신청해 이번엔 원고없이 영어로 “북미 양국은 외교관계가 수립되지 않은 단순한 비우호적 국가가 아니다. 70년간 실질적, 법적, 현실적 전쟁 상태에 있는 교전국가 관계”라면서 “미국은 우리를 핵무기로 위협 중이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에 상응하는 무기체계를 개발, 시험, 제조, 소유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반박했다.

이에 토마스-그린필드 대사도 다시 발언권을 얻어 원고없이 “미국은 그동안 단 한발의 무기도 북한을 겨냥해 쏘지 않았다. 미국이 공격할 것이라는 편집증에 기초한 북한 행위에 대항해 동맹국들과 미국은 협력하고 있을 뿐”이라고 재반박했다.

그러자 북한의 김 대사는 또 발언권을 얻어 “미국의 합동군사훈련과 전략자산은 방어적이라지만 가장 공격적인 군사적 하드웨어이다. 그것은 북한을 향한 공격무기이며 북한에 대한 도전”이라며 “미국이 진정으로 평화와 외교적 균형을 원한다면 모든 종류의 합동군사훈련을 당장 중단해야한다”고 말했다.

김 대사의 이 발언으로 안보리 회의는 끝났다. 이처럼 안보리가 무력감에 빠진 상황에서 안보리 공백을 메울 대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9월 20일 유엔연설에서 북러 간 무기거래를 겨냥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지원받는 현실은 자기모순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보리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폭넓은 지지를 받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정부는 안보리 개혁 논의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으로 2024~2025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자격이 있을 때 안보리 정상화를 위한 역할에 본격 나설지 주목된다. 안보리 개혁과 관련해선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이사국 확대’와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5개국 상임이사국에게만 부여된 ‘거부권 조정’이 거론된다. 

외교부는 안보리 개혁과 관련해 일단 비상임이사국 증설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임이사국에 변화를 주려면 유엔 헌장을 바꿔야 하는 과제가 있고 이 역시 5개국 상임이사국 모두 찬성해야하는 문턱이 높은 만큼 비교적 현실적인 단계일 수 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우리나라는 안보리 개혁이 안보리의 민주성, 책임성, 대표성,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 하에 정기적인 선거를 통해서 선출되는 비상임이사국 증설을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임 대변인은 “우리는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함께 안보리 개혁을 위한 논의에 건설적으로 참여해왔고, 앞으로도 이런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나갈 것”이라면서 “다만 안보리 개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리가 입장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계속해서 협력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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