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개국 정상과 150번 만나고, 정상 수십명과 전화통화…"
유치 실패, 온전히 자기 책임으로…사우디에게는 축하 전해
민관 함께 최선 다해 '더 허탈'…기업인·직원들 수고 '모두 언급'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난 한 1년 반 동안 아쉬움 없이 뛰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96개국 정상과 한 150여 차례 만났고, 수십 개 정상들과는 직접 전화통화도 해왔지만 민관에서 접촉하면서 느꼈던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우리 민관은 합동으로 정말 열심히 뛰었습니다. 제가 잘 지휘하고 유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대통령인 '저의 부족의 소치'라고 하겠습니다."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유치는 선발 주자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대국민담화를 열고 밝힌 한마디 한마디는 묵직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갑작스런 담화를 갖고 "다시 한번 엑스포 유치를 총지휘하고 책임을 진 대통령으로서, 우리 부산 시민을 비롯한 우리 국민 여러분께 실망시켜 드린 것에 대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모든 것은 제 부족함(때문)입니다"라며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다.

   
▲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1월 29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대국민담화를 갖고, 2030 엑스포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밝히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 서두부터 "박형준 부산시장, 최태원 상의 의장, 이재용 삼성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을 비롯한 많은 기업인들, 그리고 직원들, 그리고 우리 외교부에 본부와 또 재외공관"이라며 지난 1년반 동안 수고해온 모든 사람들을 하나씩 지목하기도 했다.

또한 압도적인 표차로 유치에 성공한 사우디아라비아를 향해서도 윤 대통령은 "우리의 아주 핵심 파트너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원하던 리야드 개최를 성공적으로 이루어 정말 축하하는 바"라며 "우리가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그동안 준비했던 자료와 경험과 자산을 사우디에 충분히 지원해서 사우디가 2030년 성공적인 엑스포 개최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부산엑스포 유치전과 관련해 최선을 다했다. 지난해 7월 8일 기존 민간재단법인 형태였던 부산엑스포유치위원회를 국무총리 직속기관으로 격상시켜, 발족한 뒤로 509일간 총력전을 펼쳤다.

지난 509일간 민관이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다닌 이동거리는 정부 976만8194km(지구 243바퀴), 기업 1012만3385km(지구 252바퀴)에 달한다.

그동안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25개국)가 엑스포 유치를 위해 방문한 국가는 33개국(중복 제외)에 이른다. 윤 대통령의 경우 미국, 영국, 프랑스, 폴란드, 일본,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12개 나라를 찾아 부산엑스포 유치의 당위성을 설득하고 알렸다.

윤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를 위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고 해외순방을 통해 96개국, 462명의 고위급(정상 11명 포함) 인사를 만나 엑스포 유치에 힘썼다.

윤 대통령이 지난 23~24일(현지시간) 파리 현지에서 만난 BIE 대표단 관련 인사들만 1000명을 넘겼다.

막바지 총력전을 눈 앞에 두고 판세를 잘못 읽은 건 사실이다. 막상 투표 당일인 28일(현지시간) 뚜껑을 열고 보니 대한민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예상을 크게 넘어선 표 차였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일찌감치 사로잡은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들의 표심을 되돌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하지만, 지난 509일간 민관이 합동으로 최선을 다해 경주해온 과정 자체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이번에 얻은 경험은 (반성을 포함해) 세계를 향해 더 달려나갈 원동력-토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그러한 뜻을 온전히 담아내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