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글 유니폼이 마법을 부린 것일까? 한글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뛴 파리 생제르맹(PSG)이 경기 시작 10분만에 주전 골키퍼의 퇴장 악재로 10명이 뛰면서도 2골 차 승리를 따냈다. 이강인은 풀타임을 뛰며 음바페의 선제 결승골에 출발점이 되는 등 좋은 활약을 펼쳤다.

PSG는 3일 밤(한국시간) 프랑스 르아브르의 스타드 오세안에서 열린 2023-2024시즌 리그1(리그앙) 14라운드 르아브르와 원정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뒀다. 

PSG는 리그 7연승을 질주하며 승점 33(10승3무1패)으로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2위 니스(승점 29)와 승점 차는 4점으로 벌려놓았다.

르아브르는 무려 80분 이상 1명이 더 뛰는 수적 우세에도 오히려 PSG에 2골이나 내주고 득점 없이 패해 승점 16(3승7무4패)으로 9위에 머물렀다.

   
▲ 이강인(19번) 등 PSG 선수들이 한글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골키퍼 퇴자 악재를 극복하며 승리를 거뒀다. /사진=PSG 공식 SNS


이날 경기에서 PSG 선수들은 전원 한글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출전해 눈길을 끌었다. 올 시즌 새로 입단한 이강인이 팀 내 유니폼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 신드롬급 인기를 끌자 PSG 구단이 한국 팬들을 위해 '한글 유니폼' 이벤트를 실시한 것이다.

이강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경기인 만큼 당연히 이강인은 선발 출전해 '음바페', '뎀벨레', '솔레르', '비티냐', '하키미' 등 한글 유니폼을 입은 동료들과 호흡을 맞췄다. 풀타임을 뛴 이강인은 공격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으나 한 명이 퇴장 당한 불리한 상황에서도 음바페의 선제골에 간접 기여하고, 공격은 물론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팀 승리를 뒷받침했다.

경기 초반 PSG는 악재의 연속이었다. 전반 6분만에 미드필더 파비안이 어깨 부상을 당해 극심한 고통을 호소, 우가르테와 교체돼 물러났다. 이어 전반 10분에는 골키퍼 돈나룸마가 상대 롱 킥으로 단번에 넘어온 볼을 페널티박스 밖까지 나와 처리하려다 발을 높이 들어 상대 선수를 가격하는 바람에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PSG는 돈나룸마 대신 한 번도 리그 경기에 출전한 적이 없는 백업 골키퍼 테나스를 투입하고, 공격수 바르콜라를 뺐다.

10명이 싸우면서도 선제골은 PSG가 넣었다. 이강인이 중원에서 볼을 따내 역습에 나서며 저돌적으로 돌파해 들어가다 오른쪽의 뎀벨레에게 패스했다. 뎀벨레는 음바페에게 공을 보냈고, 음바페가 원 터치 후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슛을 때렸다. 볼은 우측 골대를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리드를 잡은 PSG는 수비에 치중하기는 했지만 공격권만 잡으면 음바페와 뎀벨레의 스피드를 이용한 위력적인 역습에 나서 르아브르가 쉽게 라인을 끌어올리지 못하게 했다.

전반 32분에는 이강인과 음바페가 환상적인 호흡으로 골을 만들어냈지만 아쉽게 오프사이드로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래도 이강인이 상대 수비라인을 깨고 들어가는 음바페를 보고 찔러준 전진패스와 골로 마무리한 음바페의 슈팅 솜씨는 모두 예술이었다.

전반은 선수 한 명 퇴장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PSG 선수들이 한 발 더 뛰며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았다. 

후반 들면서 르아브르가 수비수와 미드필더를 한 명씩 빼고 공격수 알리우이와 주주 2명을 투입했다. 수적 우위를 십분 활용하기 위한 공격적인 전술이었고, 효과를 봤다. 르아브르는 좋은 기회를 잇따라 얻어냈고, 소나기 슛을 퍼부었다.

   
▲ PSG가 2-0으로 승리한 뒤 미친 선방을 보인 골키퍼 테나스와 선제 결승골을 넣은 음바페 등 선수들이 한데 어울려 기뻐하고 있다. /사진=PSG 공식 SNS


그런데, PSG의 백업 골키퍼 테나스가 보물이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슛이 들어와도 놀라운 반사신경을 보이며 거듭된 슈퍼세이브로 골문을 철통같이 지켰다. 역동작에서도 팔로 막고, 넘어지면서 발로 걷어내고, 재차 찬 슛을 또 잡아냈다. PSG 수비들도 길목을 차단하고 몸을 던져가며 상대 공격을 막아냈다. 음바페는 가끔 위력적인 역습으로 상대를 진땀나게 만들었다.

PSG는 후반 20분쯤 남았을 때 남은 교체카드 3장을 모두 써 지친 선수들을 빼줬다. 슈크리니아르, 에르난데스, 콜로 무아니가 투입돼 활기를 불어넣었다.

실점하지 않고 버티던 PSG가 후반 44분 추가골을 터뜨려 승부에 쐐기를 박으면서 르아브르 선수들과 홈 팬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비티냐가 페널티박스 바로 앞에서 때린 슛이 수비 맞고 굴절돼 절묘하게 골 네트로 날아가 꽂혔다.

2골 차로 벌어지면서 승부는 끝났다. 체력이 거의 바닥났지만 이강인 포함 한글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입은 PSG 선수들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사력을 다해 뛰며 승점 3점을 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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