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덕수 한화생명 T&D팀 부동산전문가
은퇴를 앞둔 57세 김수용씨(가명) 부부는 수도권 외곽에 예쁜 전원주택을 발견하고는 단숨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거주 중인 서울 아파트 전세금을 동원하면 자금 여력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파트 집주인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자 김수용씨 부부는 자금계획에 차질이 발생했다. 집주인에게 사정을 설명하며 하소연을 했지만, 집주인은 임차인을 구해야만 전세금을 돌려줄 수 있다고 버티는 상황이다. 김씨는 “생각지 못했던 문제로 은퇴 이후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자 머리가 아프다“며 “전세보증금은 계약기간이 끝나는 날 돌려받는 게 원칙임에도, 임대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버틸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고 있는 것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유리했던 전세제도

사실 전세제도는 한국을 비롯한 소수의 나라만 활용하는 임차 계약이지만,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장점을 주면서 지속해 왔다. 임대인은 과거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주택 구입 자금 대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세제도를 활용해 주택을 구입할 수 있었다. 임차인은 월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비용으로 거주하고, 향후 자가 마련을 위한 목돈을 보유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전세를 활용해 왔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전세 문제

이러한 장점에도 전세제도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주택 경기 하락기에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동시에 급락하면서 보증금 미반환이나 투자 손실이 커지는 상황이 재현되기 때문이다.

과거 1998년 외환위기, 2002년 카드 사태,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에도 부동산가격이 급락하면서 깡통주택, 역전세, 전세보증금 미반환 등 각종 전세 관련 이슈가 발생했다. 최근 부동산시장도 전세가격 폭등으로 갭투자가 급증하면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함께 하락하자 동일한 패턴으로 전세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사실 2021년 말부터 거래가 위축하고, 주택경기 침체 조짐을 보이면서 보증금 리스크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2020년 이전 갭투자는 주택경기 호황으로 큰 문제는 없었으나, 최근 주택경기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매매전세비가 높은 주택의 경우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매매가지수 및 전세가격지수 장기 추이


하반기 이후 더욱 우려되는 전세시장 리스크

최근 3년 간 높은 전세보증금을 기반으로 급증한 갭투자는 올해 하반기 이후에 보증금 미반환 증가 우려를 키우고 있다. 당시 급등한 매매가는 전세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임대차 3법마저 시행되면서 단기간 빠르게 상승한 가격으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전세계약 체결이 이뤄졌다. 체결된 계약은 올해 3분기 이후 전세 재계약 시점이 도래하면서 대거 재계약 물량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전세보증금 일부 혹은 전체를 반환해야 하는 시기가 몰려 추가 전세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전세가율이 큰 주택일수록 주택가격 하락기에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격차가 좁혀지면서 보증금 반환 비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공시가격 하락과 전세보증보험 요건 강화도 전세가를 하락시켜 전세금 미반환 이슈에 한몫할 수 있다. 공시가격 하락이 임차인의 보증보험 가입 시 보증 가능한 전세금 규모를 축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증보험 가입 기준도 강화됨에 따라 보증 가능한 전세보증금 수준이 제한될 전망이다. 빌라 시세는 통상 공시가격의 150%로 산정하나 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강화되면서 140%로 제한된다. 기존에는 매매전세비 100%까지 가입을 할 수 있었지만 올해 5월부터는 90% 이하만 가입 가능하다.

미리 공부해 준비하는 전세금 미반환시 대처 요령

이렇게 전세시장 리스크 확대가 예상되고 전세금 미반환 리스크 사례가 증가하는 만큼 임차인은 전세금 미반환 위기에 빠졌을 때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할지 사전 이해가 필요하다.

첫번째, 임차인은 최소 계약만료일 1개월 전에 계약 해지를 전달하고 임대인과 협상을 할 필요가 있다. 전세계약 만기일 최소 1개월 전에 임대인에게 계약기간을 연장하지 않을 테니 계약만료일에 전세보증금을 반환해달라는 뜻을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임대인과 최근의 판례내용을 활용해 협상해 볼 수 있다. 최근 판례는 임차인이 이사갈 집에 계약금을 걸어 둔 사실을 임대인에게 통지 후 제때 전세보증금을 반환 받지 못해 계약금을 날린 경우 임대인이 전액 손해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런 판례를 토대로 임대인과 전세금 반환을 긍정적으로 논의해 볼 수 있다.

두번째, 임대인과 논의가 원활하지 않아 전세보증금 반환 없이 만기일이 지났다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을 활용해 볼 수 있다. 임차권등기는 대항력을 갖춘 상태로 주소지를 이전하기 위해 신청하는 것이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않고 먼저 주소지를 이전하게 되면 대항력 요건을 잃게 되어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 주소지를 이전하더라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대항력을 갖춘 날, 즉 전입신고 및 주택 인도 완료일을 기준으로 임차권 순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세번째, 법적 구제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법적인 수단은 최종 수단으로 지급명령과 전세보증금반환소송이 있다. 지급명령은 임차인이 신청하면 임대인을 심문하지 않고 바로 전세금 지급을 명령하는 재판이다. 전세보증금반환소송과 비교하면 절차가 비교적 간편할 수도 있다. 지급명령 신청 후 임대인이 송달받은 날로부터 2주 안에 이의신청이 없으면 바로 경매신청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물론 임대인이 이의신청을 하면 소송으로 넘어가게 된다.

주의할 점은 집주인의 주소를 명확히 모르거나 연락이 안 될 때, 혹은 집주인의 이의신청이 예상되는 경우는 오히려 지급명령이 전세보증금 반환소송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세보증금반환소송은 임차인이 주소지 관할 지방법원 민사과에 소장을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소장을 보낸 후 전제보증금 반환청구소송에서 승소하면 판결문과 집행문을 받아 경매신청을 할 수 있다. 경매로 낙찰 후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유지하면 권리신고와 배당요구를 통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글=이덕수 한화생명 T&D팀 부동산전문가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