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중앙위원회, 대의원제 축소·공천 페널티 상향 가결
권리당원 영향력 확대…사실상 친명계 당 장악력 강화
총선 4개월 전 공천룰도 개정…비명계 "원칙 무너져"
[미디어펜=최인혁 기자]더불어민주당의 계파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재명 지도부가 총선 전 ‘단합’을 강조하면서도 비명계가 반발하고 있는 당헌 개정을 강행하며 당권을 더욱 강하게 움켜진 탓이다.

민주당은 7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제2차 중앙위원회를 열고 당헌 개정의 건을 안건으로 올렸다. 주요 내용은 대의원의 표 비중을 축소해 권리당원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안과 선출직 공직자 평가에서 현역 의원의 경선 득표 감산율을 확대하는 공천룰 개정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두 안건이 통과될 경우 이재명 지도부의 당 장악력이 강화될 것으로 평가된다. 이 대표의 주요 지지층이 권리당원으로 이뤄진 만큼 권리당원 권한 확대가 곧 이재명 체제 영향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불어 경선에서 현역 의원들에 대한 불이익을 높이는만큼, 오는 총선에서 이재명 지도부가 비명계를 배제할 명분을 쌓기도 쉬워질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친명계는 이날 당헌 개정안에 대해 당원들의 요구와 표의 등가성이 존중돼야 한다는 명분으로 가결을 주장했다. 반면 비명계는 절차상 문제와 시스템 공천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로 부결을 강조했다.

지도부 눈치 본 원외는 찬성…공천 학살 우려한 비명계는 반대 

이날 중앙위원회에서는 표결에 앞서 해당 안건에 대한 치열한 찬반 토론이 진행됐다. 주로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안건 가결에 대한 의견을 표출했으며 비명계 현역 의원들은 부결을 촉구했다.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개정안 가결을 요구한 배경에는 오는 총선에서의 이해관계가 얽힌 것으로 해석된다. 하위 10%에 든 현역 의원의 경선 득표 감산 비율이 기존 20%에서 30%로 확대될 경우 현역 의원과 달리 원외 지역위원장은 경선 과정에서 불이익이 없는 덕이다. 오히려 이들에게는 경선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는 점이 가결을 호소한 이유로 읽힌다.

한영태 중앙위원은 “(오늘 안건은) 원외위원장과 관계가 없는 것 같다”면서 “(현역) 의원님들이 좀 잘하시지 그랬느냐. 제가 볼 때 민주당이 일을 똑바로 하지 않은 사람의 점수를 많이 깎는 것은 괜찮은 (내용인) 것 같다”면서 총선 혁신의 일환으로 현역 의원 중 하위 평가자들에 대한 페널티가 상향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들은 대의원제 영향력 축소에 표의 등가성이 지켜져야 한다는 주장도 내세웠다. 문명순 중앙위원은 “민주당은 공당이고, 공당이기에 민주주의 대의를 지켜야 한다”면서 “민주주의 대의의 근간은 바로 1인 1표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근 초등학교 교실에 가서 아이들에게 누구는 1인 1표이고 누구는 1인 60표라고 하면 믿겠느냐”라며 “국민의힘은 1인 1표를 진작 채택했다”면서 민주주의 대의를 위해 대의원제 축소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총선 혁신과 표의 등가성을 당헌 개정안 가결 명분으로 주장했지만, 사실상 총선 출마를 위해 공천권을 가진 이재명 지도부 눈치를 살핀 것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실제 윤종근 중앙위원은 비명계 현역 의원들이 당헌 개정안 부결을 촉구한 것에 대해 “총선을 앞두고 여러가지 세력 싸움도 있고 쟁탈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면서 “우리가 이런 논의를 하고 있지만 그 내막에는 총선을 앞두고 나의 공천권이 관계되지 않았다고 누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저도 솔직히 이재명 대표랑 친해서 공천을 쉽게 받고 싶다. 다들 그런 마음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민주당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의 시간을 지나왔고 지금은 이재명 대표의 시간”이라면서 “큰 틀에서 솔직히 인정하고 단합된 모습으로 갔으면 좋겠다”라며 지도부의 의중을 존중해달라고 역설하면서 앞선 대의명분 보다 오는 총선에서 공천 확보를 목적으로 이재명 지도부 스피커를 자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비명계는 당헌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했다. 대의원 비중이 축소될 경우 대의원제도의 취지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와 총선 1년 전 공천룰을 확정하도록 당헌에 명시한 ‘시스템 공천’의 기본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용진 의원은 “(공천의) 유불리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우리당이 어떻게 보일 건지 또 우리당 내부에서 통합과 단결을 어떻게 이뤄낼 수 있는지 말씀드린다”면서 “총선 4개월 전 공천룰을 변경하는 것은 당헌에 위배되는 행위이며 이것은 당원과 국민에 대한 약속을 스스로 저버리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개정안이 가결될 경우 법리적 논쟁이 발생할 수 있어 충분한 숙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어 이원욱 의원은 대의원제도 도입 취지가 전국정당화를 목표로 한 것으로 대의원 권리를 축소하고 권리당원 권한을 강화할 경우 ‘개딸’로 일컬어지는 팬덤 정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직접민주주의가 정치권력과 결합할 때 독재권력이 된다는 것은 최근에도 봤다”면서 “우리가 지금 가려는 꼴은 바로 그런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이재명 지도부가 권리당원 영향력 강화에 나선 것이 ‘나치’와 같은 모습이라고 직격했다.

설훈 의원도 총선을 목전에 두고 공천룰을 개정하는 것에 시기상 문제를 지적했다. 총선을 앞두고 내홍이 발생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총선 1년 전 공천룰을 확정한다는 시스템 공천의 틀을 마련한 만큼 총선 4개월을 앞두고 공천룰을 개정하는 것은 시스템 공천의 기본 원칙을 무너트리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설 의원은 “적어도 시스템 공천에 대해 손을 안대는 것이 당의 분열을 막고 단합 해나갈 수 있는 지혜”라면서 시스템 공천에 반하는 공천룰 개정 시도는 부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천의 투명성을 확보해 공천학살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 달라는 취지다.

아울러 이날 자유토론에서는 대의원제도가 오히려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민주당의 대의원제도가 실제 소외 계층 및 지역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이유다.

박한울 중앙위원은 당헌 개정안에 ‘사당화’ 논란이 야기되고 있는 것을 언급하면서 “당 대표 선출 시 전국 대의원 비중이 높은 것은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면서 “대의원 비율이 축소된다면 (소외계층인) 청년의 목소리와 열세 지역의 대의성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며 대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을 양성화해 민주당이 특정인의 사당이 아닌 다양성이 확보된 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헌 개정에 반대 의견이 분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표결에 부쳐진 당헌 개정안은 중앙위원 총 605명 중 490명이 참여해 찬성 331표(67.55%)·반대 159표(32.45%)로 가결됐다. 단 압도적 표차로 개정안이 가결됐음에도 비명계로부터 제기된 절차상 문제 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해 계파갈등은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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