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명 연예스포츠팀장
[미디어펜=석명 연예스포츠팀장] 최근 두 번의 눈물을 봤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팬들의 눈물, 프로축구 수원 삼성 블루윙즈 팬들의 눈물이다.

같은 눈물이지만 담겨 있는 감정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LG 트윈스 팬들의 눈물샘이 폭발한 현장은 지난 11월 13일 서울 잠실구장이었다. 이날 LG는 KT 위즈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6-2로 이겼다. 7전 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4차전까지 3승1패로 앞서고 있었던 LG는 이 경기 승리로 대망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정규시즌도 1위에 올랐던 LG는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LG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잠실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 중 대다수였던 LG 팬들은 환호했고, 많은 팬들이 눈물을 흘렸다.

LG 팬들의 눈물에는 29년의 세월이 담겨 있었다. 프로야구 전통의 인기구단이자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한 명문구단 LG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은 무려 29년 만이었다. 1994년 두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LG가 다시 정상에 오르기까지 29년이 걸렸다. LG 팬들이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 LG 트윈스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후 선수단과 팬들이 하나가 돼 울고 웃었다. /사진=LG 트윈스

수원 삼성 팬들은 지난 3일 홈구장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울었다. 이날 수원은 K리그1 정규시즌 최종 38라운드 강원FC와 홈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이 경기 무승부로 수원은 K리그1 12개팀 가운데 최하위가 확정됐고 다음 시즌 K리그2(2부리그)로 다이렉트 강등이 결정났다. 수원이 만약 강원을 꺾었다면 10위를 차지해 일단 강등을 피하고, 승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잔류를 노려볼 수 있었다.

1995년 창단한 수원은 오랜 기간 K리그 명문 구단의 지위를 누렸다. K리그1 우승컵을 4번이나 들어올렸고, FA컵 우승 5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에 빛났다. 수원 팬들의 블루윙즈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고, 수원은 수많은 스타들이 거쳐가며 큰 인기를 누렸다.

그랬던 수원이 창단 후 처음으로 2부리그 강등의 수모를 겪게 됐으니, 수원 팬들은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의 감정을 크게 구분지어 '희로애락(喜怒哀樂)'으로 표현한다. 기쁨(喜), 노여움(怒), 슬픔(哀), 즐거움(樂)이다.

LG 팬들의 눈물에는 희와 락이 녹아 있었을 것이다. 수원 팬들의 눈물에는 노와 애가 섞여 있었을 것이다. 기쁨과 줄거움의 눈물을 흘린 LG 팬들,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노여움과 슬픔의 눈물을 흘린 수원 팬들에게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 수원 삼성이 충격적인 K리그1 최하위로 강등이 확정되자 선수들과 팬들이 함께 침통해 하며 눈물을 흘렸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에서 팬심(心)이라는 것이 참 묘하다. 어떤 계기와 인연으로 인해 특정 팀이나 선수를 좋아하게 되면, 마치 사랑에 빠진 것과 같은 감정을 갖게 된다. 더 많이 알고 싶어지고, 더 응원해주려 한다. 승리에는 함께 기뻐하고, 패배에는 함께 슬퍼하고, 뭔가를 성취하면 함께 뿌듯해 한다.

팬심에 의한 사랑은 유효 기간이 상당히 긴 편이고, 한 번 사랑의 대상이 정해지면 잘 바뀌지 않는 성향도 강한 듯하다. 물론 안 그런 팬들도 있겠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한 번 OO팬은 영원한 OO팬'이 많다.

오랜 기간 특정팀 팬임을 자처해온 지인에게, 근래 들어 거듭되고 있는 그 팀의 실망스런 행보를 예로 들며 속칭 '갈아타기'를 권유해본 적이 있다. 돌아온 대답은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무조건적인 사랑, 이 또한 팬심의 한 특징처럼 보인다.

사실 '수명'만 따지면 선수보다 팬들이 팀과 더 오래 함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수들은 팀을 옮기기도 하고, 아무리 프랜차이즈 선수라도 때가 되면 팀을 떠난다. 팬은 팀이 존속하고, 마음만 변하지 않으면 계속 그 팀과 함께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갈수록 팬들의 힘과 목소리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선수와 팀(구단)에 대한 불만 사항이 생기면 조직적으로 나서 개선을 요구한다. 경기장에 팬들의 목소리를 담은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팬들이 사비를 모아 영상 시위 트럭을 운영하고, 항의의 뜻을 담은 근조 화환을 보내는 등의 광경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상식적인 선을 넘지 않는다면(인신 공격이나 폭력적이 아니라면) 분명 긍정적인 효과가 있기에, 새로운 팬 문화로 받아들일 만하다.   

하지만 '선을 넘는' 것은 문제다. 선수가 할 일, 팀(구단)이 할 일, 팬이 할 일은 분명 명확하게 선이 그어져 있어야 한다. 경쟁을 기본으로 깔고 있기에 남들보다 더 잘하는 것이 좋겠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 조금 늦어지고 오래 걸리더라도 애정을 갖고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는 것도 진정한 팬에게 필요한 주요 미덕 가운데 하나다.

끝으로 LG와 수원 팬들에게 덕담 한 마디씩. LG의 'V4'가 이번처럼 오래 걸리지 않고 이왕이면 내년에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수원이 처음 경험한 강등의 아픔을, 다음 시즌에는 처음 경험할 '승격'의 환희로 말끔히 지우기를 바랍니다.

(사족) 스포츠를 '정치'로, 팬을 '유권자'로, 팀(선수)을 '정당(정치가)'으로 바꿔 읽어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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