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고신용자 대출금리 역차별 논란속 연체율 등 건전성 악화
국내 주요 금융지주는 올해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는 올 3분기까지 13조6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며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이자장사'로 막대한 이익을 손쉽게 챙긴다는 윤석열 정부의 비판도 거세지며, 금융지주들은 올 연말까지 '상생금융안'을 내놓기로 했다. 한편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던 주요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줄이 물러나면서 '세대교체'도 이뤄졌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을 마무리하며 한 해 금융권에서 일어난 주요 이슈를 되돌아본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가 올해 3분기까지 대규모 이자수익 덕을 봤다. 순이익을 기준으로 카카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성장했고, 토스는 출범 2년만에 첫 분기 흑자로 전환했다. 

다만 당국의 포용금융 요구에 끌려다니면서 중·저신용자의 대출금리가 고신용자보다 더 낮은 금리왜곡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포용금융 확대 여파로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건전성이 크게 악화되는 가운데, 업계는 신용대출 대신 전세·자동차대출 등 담보대출을 내놓으며 위기를 대응하고 있다.

   
▲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가 올해 3분기까지 대규모 이자수익 덕을 봤다. 순이익을 기준으로 카카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성장했고, 토스는 출범 2년만에 첫 분기 흑자로 전환했다./사진=각사 제공


◇대규모 이자수익에도 발목잡는 대손충당금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3사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00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1000억원 대비 182.1% 폭증했다. 

은행별로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동기보다 37.9% 성장한 2793억원을 달성했다. 토스뱅크는 적자폭을 지난해 3분기 누적 1719억원에서 올해 299억원으로 획기적으로 줄였다. 분기 기준으로는 올해 3분기 86억원의 첫 흑자를 달성했다. 반면 케이뱅크는 대규모 대손충당금 적립 여파로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714억원에서 382억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은행별로 희비가 엇갈린 것인데 3사 모두 이자수익은 크게 늘어났다. 카뱅의 3분기 누적 이자수익은 53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372억원보다 58.9% 급증했다. 케뱅도 3분기 누적 3252억원의 순이자수익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 2729억원 대비 19.2% 성장했고, 토뱅은 3분기 누적 3918억원의 순이자이익을 시현했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이자수익이 늘어난 것인데, 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3사는 충당금 적립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케뱅은 올해 9월 충당금으로 2453억원을 쌓으며 대손충당금적립률을 6월 말 184.4%에서 217.2%로 대폭 끌어올렸다. 카뱅도 지난해 3분기 2207억원에서 올 3분기 3662억원으로 확대하며 적립률을 229.3%에서 243.3%로 끌어올렸다. 

반대로 토뱅은 지난해 9월 1329억원에서 올해 9월 3035억원으로 대폭 늘렸음에도 적립률이 915.5%에서 213.3%로 폭락했다. 고정이하여신이 145억원에서 1423억원으로 10배 가량 늘어난 까닭이다.

◇당국 포용금융 요구…대출금리 왜곡 심화

3사 모두 충당금 적립 이슈 등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수익이 나쁘지 않았던 셈인데, 그럼에도 희비가 엇갈린 것은 금융당국의 포용금융 확대 요구 때문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당국은 중·저신용자들이 1금융권 은행에서 대출이 어렵다는 점을 착안해 인터넷은행특례법에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인가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사실상 3사가 매년 포용금융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해야 당국의 제재를 받지 않는 것이다. 은행별 중·저신용대출 비중을 살펴보면, 카뱅이 전체 대출액의 28.7%를 기록하며 목표치 30%에 근접해졌다. 케뱅은 목표치 32% 중 9월 말 26.5%를, 토뱅은 목표치 44% 중 9월 말 34.46%를 각각 달성했다. 

이에 3사는 목표치를 달성하고자 게릴라성으로 대출금리 인하 이벤트를 벌이며 포용금융 확대에 나섰는데,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우선 자산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 연체율을 살펴보면 업계 1위 카뱅이 지난해 9월 0.36%에서 올해 9월 0.49%로 확대됐다. 케뱅도 0.67%에서 0.90%로, 토뱅도 0.30%에서 1.18%까지 각각 폭등했다. 

아울러 부실채권이 확대되면서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악화됐다. 카뱅이 지난해 9월 0.29%에서 올해 9월 0.41%로, 케뱅이 0.76%에서 0.88%로, 토뱅이 0.23%에서 1.27%로 급등했다.

더 큰 문제는 포용금융 실천으로 인해 고신용자가 중·저신용자보다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금리왜곡 현상이 발생하면서 개인대출의 근간이 되는 '신용도 관리'가 무의미해졌다는 점이다. 3사는 조달금리에도 못 미치는 금리를 중·저신용자에게 제시하며 대출 확대에 나섰는데, 세간에서는 대출금리를 우대해주는 만큼 고신용자에게 높은 이자가 전가됐다고 지적한다. 

실제 은행들의 대출금리 책정방식을 살펴보면 준거금리인 금융채를 기본으로 하되, 가산금리를 신용도에 따라 차등 반영했다. 중저신용자에게 매우 낮게, 고신용자에게 매우 높게 가산금리를 부여하는 식인데, 사실상 고신용자의 대출을 억제한 것이다. 

◇주담대·전세·자동차 등 담보대출로 위기 돌파

인터넷은행 3사는 순이익 확대와 건전성 관리를 위한 방책으로 '담보대출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개인 신용도를 기반으로 하는 신용대출보다 안전한 담보물을 토대로 대출을 공급함으로써 리스크는 줄이고 수익은 극대화할 수 있는 까닭이다. 

대표적으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주택'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보증금대출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카뱅은 지난 4월 주담대 담물로 아파트에 이어 담보가치가 불확실한 연립과 다세대 주택을 확대 반영했다. 케뱅은 주력 상품인 아파트담보대출의 금리를 크게 인하하며, 실수요층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전월세대출시장은 눈길을 끈다. 시장에 선 진출한 케뱅에 이어 토뱅이 지난 9월 전월세대출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이에 카뱅은 기존 전월세대출과 별개로 업계 최초 당·타행 전월세보증금 비대면 대출 갈아타기(대환) 프로세스를 구현해 견제에 나섰다. 

제2금융권의 먹거리로 통하는 자동차대출시장도 관전 포인트다. 케이뱅크는 독일 BMW와 MINI 등을 수입·판매하는 자동차 전문기업 '도이치모터스'와 중고차매매플랫폼 '차란차'와 업무제휴를 맺었다. 이어 지난 9월에는 2금융권에서 받은 자동차대출을 케뱅으로 대환하는 '자동차대출 갈아타기' 상품을 출시했다. 

뒤이어 카뱅도 중고차대출시장에 뛰어들었다. 카뱅은 지난 10월 '중고차 구입자금 대출'을 내놓았는데, 차량 번호만으로 예상 금리와 한도를 조회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아울러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도 대출 신청 및 실행이 가능해 영업시간의 제약을 받았던 기존 은행권 자동차 대출의 불편함을 해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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