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올인…공급망 리스크에 적극 대처해 '반등 모멘텀'
기대효과, 기술 경쟁·인재 양성·공급망 안정성…'기업 교두보 마련'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빌렘-알렉산더 국왕의 초청으로 1961년 수교 이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함께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을 명문화했다.

설계에서부터 소재·부품·장비, 제조로 이어지는 전주기를 연결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동맹을 완성한 것이다.

애초에 윤 대통령은 취임 후 반도체를 '우리 미래를 책임질 국가 안보 자산'으로, 반도체 산업 주도권 경쟁을 '국가 총력전'으로 규정하고 반도체 산업정책을 대통령의 핵심 아젠다로 진두 지휘해 왔다.

현재 반도체 산업은 한국 전체 수출의 20%를 점유하는 최대 수출품목이다. 반도체는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산업의 근간으로 AI, 양자, 바이오뿐만 첨단무기 구현에 필수적인 산업이다. 미래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안보·전략 자산인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대표적인 반도체 정책 또한 핵심 전문인재 15만 명 육성, 최대 25%의 반도체 설비투자 세액공제, 세계 최대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등이 꼽힌다.

   
▲ 방진복을 입은 윤석열 대통령(왼쪽 부터)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과 함께 클린룸을 방문,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사업책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2023.12.13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지난 1년 7개월간 윤 대통령의 정상외교에서도 반도체는 늘 중심에 있었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는 기업 혼자서 해결할 수 없을 뿐더러, 대한민국 정부가 우방국들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풀어나가야 할 협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13일(현지시간) 오후 현지 브리핑을 통해 "미국과의 정상외교는 우리 기업들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에서 무기한 유예를 받아 내는 기반이 되었고, 올해 3월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는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해소시켜 우리 기업의 반도체 공급망에 숨통을 틔워주었다"고 평가했다.

박 수석은 "반도체 산업은 팬데믹 여파에 따른 글로벌 IT시장 위축, 금리 인상에 따른 서버 투자 감소, 중국의 경기둔화 등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급격히 위기감이 확산되었지만 최근 스마트폰과 AI용 서버 중심으로 수요가 살아나고 메모리 가격이 점차 회복되면서 지난달 반도체 수출이 16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되는 등 긴 터널의 끝이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반도체 업계의 최대 현안으로 남아있는 지정학적 리스크, 공급망 리스크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함으로써 모처럼 형성된 반등 모멘텀을 확실히 다질 시점"이라고 내다봤다.

박 수석은 이어 "그런 측면에서 이번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에서 양국 간 반도체 협력을 '반도체 동맹'으로 격상한 것은 시기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이번 정상 공동성명에 담긴 '반도체 동맹'의 의미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반도체 초격차를 목표로 양국의 정부-기업-대학이 기술-인력-공급망을 아우르는 반도체 산업 전 영역에 걸쳐 강력한 전략적 연대가 구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한-네덜란드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과 뤼터 총리는 지난해 한-네덜란드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킨 것이 이번에 반도체 협력을 '동맹'으로 격상하는 토대가 되었다고 공동기자회견에서 밝힌 바 있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이라는 윤 대통령의 포석이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을 끌어낸 것이다.
 
이번 반도체 동맹의 기대효과는 기술 경쟁, 인재 양성, 공급망 안정성이라는 세 가지 측면으로 확인된다.

   
▲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첨단반도체 협력 협약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윤 대통령,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 2023.12.13 /사진=연합뉴스


박 수석은 기술 경쟁 측면 기대효과에 대해 이날 브리핑에서 "ASML과 삼성전자가 공동으로 설립 운영하게 될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 센터'는 3nm(나노미터)를 넘어 2nm를 향하는 초미세화 공정 경쟁에서 우리 기업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교두보가 마련되었다"고 평가했다.

박 수석은 이에 대해 "2nm 기반 반도체 양산에는 ASML의 차세대 장비인 High NA EUV 장비가 필수적"이라며 "연간 생산가능 규모가 20대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어서, 차세대 EUV 장비의 안정적 확보가 초미세화 경쟁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라고 소개했다.

또한 "이번 ASML의 R&D센터 설립 결정은 양국 기업 간 오랜 신뢰 관계의 기반 위에 그간 피터 베닝크 ASML 회장과의 두 차례 만남을 통해 윤 대통령이 ASML의 신규 투자를 강력히 요청한 결과"라고 밝혔다.

반도체 인재 양성 측면의 기대효과와 관련해 박 수석은 "반도체 미래 세대를 같이 키우고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은 진정한 반도체 동맹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네덜란드는 반도체 장비는 물론 설계, 제조 등 전주기에 걸쳐 150여 개의 전문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네덜란드 산학연과의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 협력은 특히 그동안 국내에서는 접근이 어려웠던 노광공정을 중심으로 우리 반도체 교육의 질적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급망 안정성에 대해서도 박 수석은 "양국이 정부 간 반도체 협력채널을 신설하고 핵심품목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함에 따라 미국, 일본, 영국에 이어 네덜란드로 연결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연대가 완성되는 의미가 있다"고 언급했다.

박 수석은 이어서 "위기경보 핫라인 구축, 대체 수입처 발굴, 비축품목 스왑 등의 협력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공급망 리스크를 완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수석은 "이번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 구축에 대해 중국, 미국은 물론 홍콩, 베트남 등 아시아와 유럽, 중남미에 이르기까지 주요국 외신들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며 "금융시장의 평가도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긍정적 영향을 기대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다만 박 수석은 "이번에 구축된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이 투자, 일자리 등 구체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사이 체결한 문서와 주요 합의사항은 총 32건이다.

양국의 정부, 기관, 기업 간에 체결된 문서는 MOU 30건, LOI 1건, 계약 1건 등 총 32건이다. 이를 체결 주체별로 보면 정부·기관 간에는 MOU 11건, LOI 1건, 계약 1건이 체결되었고 기업 간에는 MOU 19건이 체결되었다.

이번 순방에서 가장 핵심인 반도체 분야는 6건으로 양국 정부·기관 간에는 첨단반도체 아카데미, 반도체 인재교류, 핵심품목 공급망 협력 MOU 3건이 체결되었다. 기업 간에는 삼성전자와 ASML 간, SK하이닉스와 ASML 간, ㈜이솔과 ISTQ 간 MOU 등 3건의 MOU가 체결되었다.

이와 별도로 뤼터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간 국장급 '반도체 대화' 신설에 합의했다. 또한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최초로 '반도체 동맹'을 명기하는 성과를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