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정책연구원, 2024년 정세전망 “중러, 북핵을 전략자산으로 인식할 수도”
“중, 전쟁 속 영향력 확대 꾀할 것…러시아, 전쟁 뒤 새 국제질서 창출 대비”
“내년 북중러 3자 정상회담 가능성 배제 못해, 군사적 밀착관계 발전엔 한계”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내년에도 미국과 중국에 더해 러시아까지 끼어든 자국 중심의 연대결성 경쟁이 가열되면서 한미일과 북중러 각축전이 부각되는 한편, 북한 비핵화는 표류할 것이란 전문가의 전망이 나왔다.

아산정책연구원의 2024년도 국제정세 전망에 따르면, 최강 원장은 지난 11월 APEC 정상회의 계기 이뤄진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전통안보와 첨단기술 및 공급망 문제에서 여전히 시각차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2024년에도 연대결성 경쟁은 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방어, 대만해협과 한반도에 대한 안보공약 유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비롯된 중동 분쟁의 확대 방지 등에서 단독으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국을 중심으로 한 연대를 더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은 기존의 쿼드, AUKUS 등 소다자협력의 역할과 기능을 더 확대하려하고, 핀란드의 나토 가입 이후 스웨덴을 가입시키려 노력할 것이다.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뿐 아니라 대만해협 및 안도태평양지역의 안정을 위해 한미일 3국 협력을 더 강조하게 될 것이고, 공급망 등 경제안보에 있어서도 3국 협력의 결속을 다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강 원장은 “중국도 이에 대항해 국제질서에서 미국 리더십 문제를 계속 제기할 것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아랍국가들의 입장을 지지해 영향력을 확대하려할 것”이라면서 “자국 기술력과 경제력을 기반으로 개도국 및 권위주의 국가들과 협력체를 확대해 지역별로 연대를 구축하려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러시아도 이 연대결성 경쟁에서 때로는 중국과 협력하고, 또 때로는 독자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전쟁을 조기에 끝내기보다 전후 새로운 세계질서를 창출하기 위한 준비기간을 가지려할 것이다. 유라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자국의 활동 영역을 보장하는 다극적 국제질서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연대결성 경쟁에 뛰어들고, 특히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협력 강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EU국가들의 고민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미국과 동맹관계는 상당 부분 회복됐으나, 내년 미국 대선과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 등 미 국내정치 동향에 따른 불확실성이 있어 대미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인식은 과제로 남은 것이다.
 
그는 “EU는 그동안 탈동조화(decoupling)에서 탈위험화(de-risking)로 대중국 전략을 변환해왔고, 중국과 경색관계에도 불구하고 일정 부분 관리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면서 “러시아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전쟁 종식 이후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EU 내 단일한 원칙이 설정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글로벌 사우스는 미중뿐 아니라 러시아, 아세안, EU의 경쟁적 연대결성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글로벌 사우스는 지정학적 위치 및 경제 잠재력에서 일부 공통점이 있을 뿐 이들 국가들의 대외정책 성향은 모두 다르므로 특정 연대에 힘을 실어주기보다 일정 거리를 두는 행보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지도한 가운데 북한이 18일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훈련을 진행했다고 노동신문이 19일 보도했다. 2023.12.19./사진=뉴스1

주요국간 연대결성 경쟁은 결국 군비경쟁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도 나왔다, 전략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경쟁국에 대해 군사적 우위에 서야할 뿐만 아니라 우방 및 동맹국들을 위한 군수창고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강 원장은 “실제로 미중 전략경쟁이 시작된 이후 미중 모두 양과 질에서 군비경쟁을 강화해왔다”면서 “주목할 것은 이 군비경쟁이 핵전력 분야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으로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인 2019년 중거리 핵전력조약(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 INF)를 탈퇴해 중러에 대해 핵전력상 우위에 설 것을 분명히한 바 있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는 올해 11월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omprehensive Nuclear Test Ban Treaty, CTBT) 비준을 철회했다. 이는 러시아가 미국과 핵 군비경쟁에 나설 방침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입장에서 내년에도 지속될 연대결성 경쟁으로 인해 여러 선택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북한은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자신들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계산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연대에 적극 참여하려할 것”이라며 “문제는 미국이 리더십을 못 보여줄 경우이다. 대선 이슈가 경기회복에 집중될 것이므로 우방과 동맹국에게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할 경우 우리도 어떤 입장을 취해야할지 고민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연구원의 차두현 수석연구위원도 “내년에 연대간 대립구도가 더욱 뚜렷해지고, 동북아가 연대결성의 새로운 결연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내년 초 푸틴의 평양 방문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고, 북중러 정상간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평양이 푸틴 답방 기간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을 요청할 수도 있고, 푸틴 또는 시진핑의 제안에 따라 베이징 또는 모스크바에서 3자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다만 “한미일 및 북중러 모두 군사적으로 밀착관계로 발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의 경우 미중 간 군사대립의 급속한 격화, 한국의 한미동맹 편향 등을 우려하면서 북한에 대한 군사물자 지원엔 소극적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비핵화’가 표류할 가능성도 더욱 커졌다. 차두현 수석연구위원은 “그동안 외형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던 중러가 대북제재를 우회하거나 통로를 열어주고 있는 것은 북한의 핵개발을 지지해서라기보다 북한 정권이나 체제에 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측면이 강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앞으로 중러가 북핵을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할 경우 오히려 일정 수준 핵보유를 용인하거나 지원하는 대신 확실한 통제력을 추구할 것이란 추론도 가능하다”며 “북한이 전술핵 능력만 인정받아도 내년 미국대선 결과에 따라 북한은 이 협상카드를 미국에 제시할 수 있고, 이는 한미동맹의 급속한 약화 또는 와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중러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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