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TV조선 방송 캡처

[미디어펜=문상진 기자]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일관계 핵심 현안인 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아베 총리는 14일 발표한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에서 조선 식민지화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고, '전쟁의 온갖 고통을 겪은 중국인 여러분'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중국의 마음을 사려 한 반면 한국인에게 식민지 지배로 안긴 고통은 외면했다. 한국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러한 배경에는 7월 일본 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때 한국이 강제노동 문제를 집요하게 제기한 일 등에 대한 아베 총리의 불만과 경계심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에 과거사의 과오를 인정했다가는 대일 공세의 빌미를 준다는 인식, '중일관계를 진전시키면 한국은 따라온다'는 외교 기조가 담화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박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비판을 자제했고, 오히려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하겠다는 언급을 긍정적 톤으로 평가했다.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담은 경축사였다는 것이 한일 양국 언론의 공통된 분석이었다.

이제 관심은 아베 총리의 향후 대응이나 전망은 엇갈린다.

우선 박 대통령의 경축사를 본 아베 총리가 '한국에 양보하지 않고 중일관계 개선을 통해 한국을 압박하는 자신의 전략이 주효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대를 걸게 하는 요인은 아베 총리가 담화에서 군위안부 문제를 명시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여성 인권'을 누차 강조한 대목이다.

아베는 담화에서 "전쟁터의 뒤안에는 명예와 존엄이 크게 손상된 여성들이 있었던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20세기 전시 하에 수많은 여성들의 존엄과 명예가 크게 손상된 과거를 우리 가슴에 계속 새기겠다"며 2차례 걸쳐 군위안부 피해자들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 언급을 했다.

그러면서 아베는 "일본은 이런 여성들의 마음에 늘 다가가는 나라가 되려고 한다"며 "21세기야말로 여성의 인권이 손상되는 일이 없는 세기로 만들기 위해 세계를 리드해 가겠다"고 결의까지 피력했다.

물론 한국을 의식한 것이라기보다는 미국 등 서방을 의식한 발언으로 볼 여지가 컸다. 올들어 권위있는 세계 역사학자들까지 나서서 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집단 성명을 발표한 것이 상당한 압박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세계에 공표한 담화를 통해 여성 인권, 존엄성을 거론해놓고 군위안부 문제를 계속 방치할 경우 군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대일 비판은 더 커질 수 있기에 아베 총리가 성의있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군위안부 해결을 향한 아베 정권의 태도는 차기 한일 국장급 협의에서 감지될 전망이다. 지난 6월 도쿄에서 열린 8차 회의 후 2개월여 휴지기를 가진 국장급 협의 채널은 늦어도 내달에는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12일자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에 상당한 진전(considerable progress)이 있었으며, 현재 협상의 마지막 단계(final stage)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