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유동성 위기 속 소방수 나서…자금 수혈 등 급한 불 소화
'일감 쌓기' 대신 '내실 다지기' 집중…'롯데캐슬' 앞세워 '완판' 행렬
PF 규모 감소·현금성 자산 확보 등 재무구조 개선세…대응력 갖춰
[미디어펜=김준희 기자]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이 구원 등판한 지 1년 만에 회사를 위기에서 구해내고 있다. 건설업황이 여전히 악화한 가운데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한 사업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사진=롯데건설


26일 업계에 따르면 박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9일 롯데건설 대표이사로 선임돼 이달 취임 1년을 맞았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말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린 바 있다.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사태 영향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이슈로 인한 유동성 리스크가 부각되면서다. 결국 2017년부터 약 5년간 롯데건설을 이끌었던 하석주 대표가 지난해 11월 임기 만료 4개월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박 부회장은 같은 달 곧바로 신임 대표로 내정되며 소방수로 낙점받았다. 1985년 롯데건설에 입사한 박 부회장은 롯데정책본부 운영팀장과 롯데물산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롯데물산 재임 시절 롯데월드타워를 성공적으로 완공하는 등 건설업과 그룹 전략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롯데건설 관계자는 “신임 대표이사가 뛰어난 리스크 관리 및 사업구조 개편 역량으로 롯데건설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미래 성장 역량을 확보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사업구조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업구조 개편으로 운영사업 등 고정수익 창출과 우량자산 확보에 집중하고 건설업의 설계·조달·시공 단계에 있는 기술 연계사업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해 업계를 선도할 수 있는 기술 상품 개발에 지속 매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부회장은 취임 후 첫 행보로 메리츠증권과 투자협약을 통해 1조5000억 원 규모 자금 확보에 성공했다. 또 롯데케미칼 등 롯데그룹 계열사로부터 대여한 총 9000억 원 자금을 조기 상환하는 등 재무 건전성 개선에 힘썼다.

주택 및 정비사업은 ‘내실 다지기’에 집중했다. 롯데건설의 올해 정비사업 수주액은 이날 기준 5173억 원으로 지난해 4조3638억 원 대비 88.1% 감소했다. PF 차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감을 계속 쌓아놓는 대신 내부 물량 해소에 주력한 영향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올해 내부적으로 정비사업 수주 기준이 대폭 강화됐다”며 “확실한 사업성을 갖춘 곳만 엄격하게 선별해 수주에 나섰다”고 말했다. 올해 롯데건설은 청량리8구역 재개발(1728억 원),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 재건축(3421억 원) 등 총 2건을 수주했다.

정비사업 시장에는 선별적으로 나섰지만 분양시장에서는 ‘큰 손’으로 등극했다. 롯데건설은 올해 총 11개 단지, 1만6503가구를 공급했다. 성적도 우수했다. 11개 단지 중 10곳에서 ‘완판(완전 판매)’에 성공했다. 우수한 입지와 상품성에 집중한 영향이다.

박 부회장의 이러한 내실 다지기 노력은 숫자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건설 PF 유동화증권 보유액은 지난해 말 약 2조8000억 원에서 올해 9월 말 약 2900억 원으로 감소했다. 현금성 자산(장단기금융상품 포함) 또한 올해 9월 말 연결기준 약 2조1000억 원을 보유해 단기적인 유동성 대응력은 확보했다는 평가다.

최근 중소 건설사들의 잇단 부도 사태 등 건설업황이 여전히 어려운 가운데 이러한 개선세는 고무적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김상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공사원가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외 신규 개발사업 추진에 따른 불확실성도 일부 존재한다”며 “다만 양호한 주택 수주경쟁력, 수도권 정비사업 중심 수주잔고 구성에 기반한 경기대응력, 계열 공사물량 등을 통해 일정 수준 사업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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