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국적 차별 없이 적용되는 동일인 판단 기준 마련
계열사간 거래 단절 등 예외요건 충족 시 법인 지정도 가능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그동안 쿠팡 김범석 의장이 외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동일인 지정이 불발되면서 동일인지정제도의 형평성 문제가 매년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공정가래위원회가 내년 공시기업집단 및 동일인 지정을 앞두고 국적 차별없이 적용되는 동일인 판단 기준 마련에 나섰다. 다만 동 기준에는 계열사간 출자·경영·자금거래 관계가 단절된 경우에는 법인을 동일인으로 볼 수 있다는 예외요건이 포함됐다. 

   
▲ 김범석 쿠팡 의장./사진=쿠팡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기업집단 지정 시 동일인을 판단하는 기준을 정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 28일부터 2024년 2월 6일까지 입법예고하고, 그 구체적인 판단기준 및 절차 등을 정한 ‘동일인 판단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을 2024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이번 시행령 개정안 및 지침은 동일인 2·3세로의 경영권 승계 본격화, 외국 국적을 보유한 동일인 및 친족의 등장 등 동일인과 관련한 경제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보다 명확하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동일인을 판단하기 위해, 관계부처와의 협의, 전문가 의견 청취 등의 검토과정을 거쳐 마련됐다.

특히 경제 글로벌화 심화로 외국인이 지배하는 법인이 한국에 설립되는 사례가 증가해 외국인의 동일인 해당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외국인 동일인 판단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낮고 이의제기 절차도 충분하지 않아, 동일인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합리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기업집단 지정 시 동일인 판단의 명확성과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자연인 또는 법인을 동일인으로 판단하는 일반원칙을 명문화하는 한편,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 있는 경우에도 법인 등을 동일인으로 볼 수 있는 예외요건을 신설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우선 동일인 판단의 일반원칙으로,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을 그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보되, 그러한 자연인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해당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국내 회사나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를 동일인으로 보도록 했다. 이러한 판단의 기준은 지침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또한 시행령에서는 이러한 일반원칙의 예외로서 기업집단 범위에 차이가 없고, 친족 등 특수관계인의 경영참여·출자·자금거래 관계 등이 단절돼 있는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 있는 경우에도 국내 회사나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를 동일인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즉 동일인을 자연인으로 보든 법인으로 보든 국내 계열회사의 범위가 동일한 기업집단의 경우로서,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 최상단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고, 해당 자연인의 친족이 계열회사에 출자하거나 임원으로 재직하는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며, 해당 자연인 및 친족과 국내 계열회사 간 채무보증이나 자금대차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이러한 예외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법인을 동일인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예외요건 미충족 시에는 설령 외국인이더라도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판단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함으로써, 동일인 제도의 합리성과 예측가능성을 제고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지침은 △동일인 판단을 위한 5가지 세부기준 △동일인 변경 사유・시점 △동일인 확인 절차 등을 명확히 규정했다. 

먼저 동일인 판단 기준으로 △기업집단 최상단회사의 최다출자자 △기업집단의 최고직위자 △기업집단의 경영에 대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 △기업집단 내・외부적으로 기업집단을 대표하여 활동하는 자 △동일인 승계 방침에 따라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결정된 자 등 5가지를 규정하고, 해당 기준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동일인을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동일인의 사망, 지분 매각, 주요 직위에서의 사임 등에 따라 동일인 변경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원칙적으로 사유발생 이후 기업집단 지정 시 동일인을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와 함께 동일인 확인 절차를 명문화했다. 공정위는 기업집단 측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충분한 협의를 거쳐 기업집단 지정 전 동일인을 잠정적으로 확인·통지하며, 이에 대한 기업집단 측의 이의제기 절차도 마련했다.

   
▲ 한기정 공정위원장이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동일인을 판단하는 기준을 정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한 위원장은 쿠팡의 동일인 지정 여부 질문에 대해 “앞서 언급한 예외요건과 관련해서 친족의 경영참여 여부, 계열사와의 자금대차, 채무보증 존재 여부 등에 대해서 새롭게 파악해야 되는 만큼, 쿠팡 동일인이 누구로 지정될지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예외요건 세 가지 모두 사익편취와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3개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법인 동일인 지정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한편 공정위는 입법예고 기간동안 이해관계자,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수렴한 후 법제처 심사 등 관련 입법절차를 거쳐 2024년 상반기 중 신속하게 시행령 개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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