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족·동질 관계 아니라 전쟁 중”…‘핵무력·영토완정·반미’ 제시
남북관계의 근본 방향 전환 지시, “우리운명 북미에 맡길 우려”
기대에 못 미친 북러 밀착?…“이르면 1.8 계기 7차 핵실험 가능”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끝내면서 “남북관계는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언급하고, ‘유사시 핵무력을 동원해 남한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준비’와 ‘북남관계 및 통일정책을 새롭게 정립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이 최근까지도 언급해던 ‘우리민족끼리’ 입장을 포기하고, 남북관계를 적대적 교전국가로 규정한 것은 대남 핵사용을 정당화하고 무력통일로 위협한 것이란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왔다.

노동신문은 31일 전날 폐막한 전원회의 결론에 대해 “불신과 대결만을 거듭해온 쓰라린 북남관계사를 냉철하게 분석해 대남 부문에서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할데 대한 노선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면서 “흡수통일, 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를 주적으로 선포하고 외세와 야합해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의 기회만을 노리는 족속들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는 것은 더 이상 우리가 범하지 말아야 할 착오”라면서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했다. 

   
▲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가 지난 26일부터 30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진행됐다고 노동신문이 31일 보도했다. 2023.12.31./사진=뉴스1

그러면서 김정은은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대남사업 부문의 기구들을 정리, 개편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고 근본적으로 투쟁원칙과 방향을 전환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 간 통일 논의를 포기하고, 외교관계가 없는 적대적 교전국가로 정리할 경우 같은 민족에게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모순이 제거된다. 남북관계를 정리해 핵무기 대남 사용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무력통일 위협을 가시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적, 공식적으로 유사시 무력통일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역대 최악의 남북관계 현주소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으며,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이 선대의 ‘통일 유훈’인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 방안을 수정할 것을 예고했다”면서 “또 대남기구를 없앨 경우 한반도 및 한민족의 운명을 북미에게 맡겨야 한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북한이 빠르면 2024년 1월 8일 김정은의 40세 생일 이전에 2023년 3월에 공개한 전술핵탄두를 갖고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이와 함께 김정은은 미국을 겨냥해 “적대행위들이 수사적 위협이나 과시성에서 벗어나 실제 군사행동으로 이어져 쌍방의 무력충돌을 유발시킬 수 있는 단계로 진화됐다”고 평가하고,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 모든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 목표로 ▲핵무기 생산계획 수행 ▲미사일 개발 및 생산 부문 중점 목표 완수 ▲3개의 정찰위성 추가 발사 ▲해군의 수중 및 수상 전력 제고 ▲각종 무인무장장비들과 전자전 수단 개발 생산 ▲민방위 무력과 노동적위군의 혁신을 제시했다.

   
▲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가 지난 26일부터 30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진행됐다고 노동신문이 31일 보도했다. 2023.12.31./사진=뉴스1

또한 김정은은 미국과 서방에 대항하기 위한 국제적인 공동투쟁 과업을 제시했다. 전원회의에서 “반제 자주적인 나라들과의 관계를 가일층 발전시켜 우리국가의 지지연대 기반을 더욱 튼튼히 다지고, 국제적 규모에서 반제 공동행동, 공동투쟁을 과감히 전개해 나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대진 원주한라대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 대외적으로 지금의 ‘신냉전’ 프레임을 활용해 ‘반제 자주’ 연대와 대미·대남 대치국면을 유지하면서 내부적으로 내년에 5개년 계획을 조기 달성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이익으로 판단한 듯하다”면서 “대외정책의 변화는 내년 초 대만 총통선거 이후 양안관계, 미중관계 변화와 내년 말 미국 대선 이후 판단해도 되는 문제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번에 사회주의 나라 집권당들과 관계 발전에 주력하겠다고만 했을 뿐 러시아나 중국에 대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9월 북러 정상회담 및 10월의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방북에도 실질적인 성과는 여전히 미진한 것을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는 지난 26일 시작돼 30일까지 5일간 개최됐다. 지난해까지 12월 31일까지 회의를 진행한 뒤 새해 1월 1일에 결과를 발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올해 말일에 결과를 보도했다. 

김정은이 직접 사회를 맡았으며, 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위원, 후보위원을 비롯해 당 중앙위 위원 등이 참가했다. 2023년도 당 및 국가정책 집행 총화와 2024년도 투쟁 방향, 학생소년을 위한 사회주의 시책 집행 정형, 당 중앙검사위원회 2023년도 사업 정형, 2023년도 국가예산집행 정형과 2024년도 국가예산안, 당의 영도적 기능 강화 조치, 조직 문제의 6개 의정이 상정돼 논의됐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