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후반 출생 약진…'리스크 관리' 강조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연말연시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인사‧조직개편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1960년대 후반 출생 최고경영자(CEO)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새로운 세대의 등장이 시작된 셈이지만, 이들의 취임 일성은 업계의 최근 분위기를 반영한 듯 극도의 조심성을 띠고 있는 모습이다.

   
▲ 연말연시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인사‧조직개편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1960년대 후반 출생 최고경영자(CEO)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사진=김상문 기자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선 증권사들의 인사‧조직 개편이 정리 수순에 접어들고 있다. 일부 회사들의 CEO 임기가 올해 3월 전후까지 이어지는 만큼 개편이 전부 끝난 것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 변화의 트렌드는 이미 명백해진 모습이다.

가장 먼저 포착되는 변화는 새로운 CEO들의 등장이다. 자기자본 기준 국내 10대 증권사 중에서 절반이 넘는 6곳의 대표이사가 이번에 변경됐다.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메리츠증권·키움증권 등이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의 ‘개국공신’이자 지난 2016년부터 대표이사직을 맡아온 최현만 대표가 물러난 장면은 상징적이다. 최희문 전 메리츠증권 대표 역시 10년이 넘는 대표이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금융지주로 소속을 옮겼다. 한국투자증권을 5년간 이끌었던 정일문 전 대표 역시 마찬가지로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으로 갔다. 

이들의 빈자리를 채운 후임들은 증권업계 새로운 세대들을 대표한다. 이른바 ‘젊어진 CEO들’의 약진이다. 우선 미래에셋증권 김미섭·허선호 신임대표(각자대표)는 각각 1968년‧1969년 출생이다. 

CEO가 변경된 다른 회사들 중에서도 삼성증권 박종문 대표, KB증권 이홍구 대표가 1965년생임을 포함해 메리츠증권 장원재 대표(1967년생), 키움증권 엄주성 대표(1968년생), 한국투자증권 김성환 대표(1969년생) 등이 모두 60년대 중후반 출생들로 채워졌다. 

CEO가 젊어졌다는 것은 그 예하 임직원들의 연령대도 어려졌다는 점을 암시한다. 이미 업계에서는 80년대생 임원들이 적잖이 배치된 상태다. 다만 이렇게 빠른 속도로 인적자원이 재배치되고 있는 트렌드와는 별도로, 국내 증권사들은 새해 벽두부터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증권사 사장들이 내놓은 신년사, 그리고 각사 조직개편에서도 감지된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의 취임사(겸 신년사)에서 김 사장은 무엇보다도 리스크 관리를 가장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많은 부분에서 예기치 못한 손실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회사는 대규모 충당금도 쌓았다”며 “지금의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리스크 관리에서 벗어나, 시스템 기반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를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현·이홍구 KB증권 대표이사 사장 역시 신년사에서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을 통한 신뢰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은 올 한 해 고객·영업·효율 중심으로 ‘바른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경영 방침을 제시했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들어 부각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나 금융당국의 감독 강화,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윤리 문제 등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양적 성장보다는 속도 조절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올해 신년사의 공통된 경향이다.

비슷한 흐름은 조직개편 방향성에서도 포착된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은 리스크관리 부문을 경영혁신실에서 독립시키고 이두복 부사장을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로 임명했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박진석 경영지원본부장이 올해부터 CRO를 담당하며, 메리츠증권 신임 장원재 사장은 메리츠화재 CRO 겸 부사장 출신이다. 대신증권에서도 길기모 리스크관리부문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사내 리스크관리본부를 그룹으로 승격시키면서 전사적 차원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부여했다. NH투자증권은 기존 준법감시본부를 준법지원본부로 바꾸면서 본부 직속으로 준법기획팀을 만들었다. KB증권 역시 시장리스크부 내 고객자산리스크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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