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가족위, 반올림 입장 고수…보상 합의 장기화
[미디어펜=이미경 기자] 해결을 눈앞에 뒀던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피해 보상’ 갈등이 다시 안개 속으로 빠졌다. 삼성전자와 직접적인 협상을 원했던 가족대책위(가족위)는 적극적인 협상을 원했지만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의 반대로 진척도는 도돌이표처럼 되풀이 되고 있다.
지난 17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질환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의 주체로 삼성전자와 가족위, 반올림 관계자들은 비공개회의를 진행했지만 교섭당사자 모두 기존 입장을 고수, 마땅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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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3일 오후 3시 삼성전자와 삼성직업병피해자가족대책위원회(가족위),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서대문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직업병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사진=미디어펜 |
가족위는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와 당사자 협상을 하고 싶다”고 기존 입장을 다시금 전달했으며 반올림은 “조정위 권고안을 토대로 토론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서로 양보 없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조정위의 권고안을 적극 수용하고 약 1000억 원의 사내 기금을 조성해 보상금 지급과 예방, 연구를 위해 사용한다고 밝혔으며 직접적인 보상을 원했던 가족위는 삼성전자의 결정을 환영했다.
또한, 가족위는 “공익재단을 설립하고 보상 신청을 하라는 것은 아직도 많은 세월을 기다리라는 뜻”이라며 “삼성전자와 직접 협상에 나서겠다”고 조정위에서 권고한 공익재단 반대했다.
반대로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해준다던 반올림이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큰 사단법인 형태의 공익법인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또 반올림 유가족 교섭단 대표인 황상기씨와 김시녀씨는 반올림 인터넷 카페에 빠른 보상을 위해 조정위 중재 권고안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게재하면서 반올림 내부에서도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어 해결책은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이에 가족위는 “9월 말을 1차 시한으로 삼성전자와 당사자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며 “그때까지 조정위는 조정 기일 지정을 보류해 달라”고 조정위에 요청했으며 삼성전자 역시 “각자의 입장 정리가 우선”이라며 추가 조정 보류를 공식 요청했다.
직업병과 관련된 갈등이 8년 동안 진행되면서 막상 해결책이 나올 만 하면 반대를 고집했던 반올림으로 이번 역시 보상이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반올림의 ‘목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정위가 권고한 공익재단 관련 조항을 보면 사무국과 하부조직, 상근 임직원을 둘 수 있으며 출연금의 30%인 300억원까지 운영비로 쓸 수 있다. 발기인은 조정위가 대한변호사협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 참여연대 등으로부터 추천받아 선정한다.
또 ‘보상금을 지급하고 남는 금액이 있으면 공익법인이 수행하는 다른 사업의 재원으로 사용한다’는 조항에 따라 사단법인은 보상금을 지급하고 남는 돈으로 다른 목적으로 사용이 가능해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반올림이 ‘삼성전자 직업병 논란’을 사회문제로 더욱 부각시켜 이번 공익법인 설립을 통해 자신들 기반을 만들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배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반올림이 계속해서 가족위와 삼성전자의 해결책을 가로막아 보상협상이 진전이 없는 상황인 만큼 당분간 협상이 평행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