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 여론조사심의위, 신뢰도 논란에 등록요건 강화
기준 올렸지만 전문성 없는 업체 난립…표심 왜곡·조작 '우려'
[미디어펜=22대 총선 TF팀 김규태 기자] 4.10 총선을 불과 석달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선거 여론조사기관 88곳 중 30곳에 대해 등록 취소가 결정됐다.

중앙선관위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지난 7일 이 30곳에 대해 등록 취소를 예고하고 나섰다.

지난해 7월 중앙선관위가 여론조사기관 등록 요건을 강화하는 규정을 개정한 후, 12월 31일 유예기간이 끝나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여파다. 향후 시도별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서 관련 절차를 거쳐 자동으로 등록이 취소된다.

다만 이번 여론조사기관 대거 퇴출을 통해 향후 여론조사기관의 신뢰도를 담보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7월 등록 요건을 강화한 내용이 △분석 전문 인력 3명 이상 △상근직원 5명 이상 △연간 매출액 1억원 이상, 이 셋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존 요건은 분석 전문 인력 1명, 상근직원 3명, 연 매출 5000만원이었다.

   
▲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2022년 6월 1일 서울 동작구 상도3동 제1투표소가 위치한 강현중학교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등록 요건 기준을 지난해 7월 강화한 것보다 더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나올 정도다.

△분석 전문 인력을 최소 5명 이상, △상근직원 10명 이상으로 늘리고 △연간 매출액 3억원 이상으로 늘리면서 △최근 5년간 선거여론조사 실적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많아야 한다는 추가 기준을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는 조사 분석 전문성이 떨어지는 온갖 여론조사기관들이 난립해, 이들이 내놓는 여론조사 결과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한계에 기인한다.

실제로 지난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공식 등록된 88개 여론조사기관 중 지난 1년간 정기 정례조사를 시행한 조사기관은 15곳에 불과하다.

특히 여론조사에 응하는 전국의 만 18세 이상 유권자들은 어떤 여론조사기관의 신뢰도가 높고 낮은지에 대한 사전 정보를 알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정보는 일종의 '힘'이다. 유권자 답변의 방향을 좌우하는 질문의 편향성과 공정성 자체를 결정한다.

유권자들의 생각과 입장, 의견, 선택이 일부 특정 여론조사기관들에 의해 구조적으로 조작되거나 왜곡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22일 한국조사협회(KORA)는 '정치선거 전화여론조사 기준'을 발표하기도 했다.

   
▲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2022년 6월 1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2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기표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 기준에 따르면, △전체 표본오차 및 지역 연령 등의 하위 변수 표본오차를 고려해 확인되지 않은 결과에 대한 주관적 추정에 기반한 해석을 하지 않는다.

또한 △부재중·통화중인 대상자에게도 최소 3회 이상 재접촉해 최초 조사 대상자의 응답을 받도록 노력한다. 이어서 △소수점 이하 조사 결과를 쓰지 않고 반올림해 정수로만 표기하기로 했다. 이는 "0.8%p 올랐다"는 등 통계학적으로 무의미한 오차범위 내 변화인데도 이를 정확한 수치인양 표기하는 해석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총선이 코 앞으로 다가온 이상, 유권자들의 관심과 생각에 선거 여론조사 결과가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조사기관 특유의 노하우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모집단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조사기관들이 선호하는 무선전화번호의 경우 통신사들로부터 제공받아 랜덤샘플링으로 돌리지만 추츨틀과 표본 규모에 있어서 제각각이다. 응답률도 그때그때 달라 조사기관과 조사기간이 같더라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총선 표심의 향배를 미리 알 수 있고, 일부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여론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은 보장되어야 한다. 특히 이 여론조사를 향후 석달간 시행할 조사기관을 신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